데스크칼럼
정몽구 회장 사망설이 설로 끝난 이유
최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사망설 돌아
정의선 회장 상속세 등 지배구조 개편 우선 과제
과도한 상속세 해결하고 경영 안정화 필요
공개 2024-06-18 06:00:00
최근 업계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일시까지 확정해 정 명예회장 사망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소문을 부정했다. 사실 정 명예회장 사망설이 업계에 퍼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 명예회장이 수년 전부터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런 소문의 이유일 것이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2016년 12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국정농단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한 이후 공식 석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벌써 8년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서 업계에서는 정 명예회장에 대한 위독설, 사망설 등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 2020년 아들 정의선 당시 수석부회장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주는 순간에도 정 명예회장의 모습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사진 오른) 등 재계 총수들이 2016년 국회에 출석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실상 정 명예회장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처럼 의료 연명치료 장치를 통해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이후 2020년 10월 사망까지 6년 넘게 병석에 누워 있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재용 회장으로의 경영 승계 작업을 마무리하고, 상속세 마련 등을 준비한 후에 이 회장의 사망을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상 현대차그룹도 정 명예회장 사망을 공식화하기 전에 정리해야 될 문제들이 많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고질적인 순환출자 문제와 정 회장의 상속세 마련 문제가 해결해야 될 숙제로 남아 있다. 현대차그룹은 10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모비스(012330)->현대차(005380)->기아(000270)->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 회장은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 지배구조를 강화해야 하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의 일부 사업을 현대글로비스에 합병하고,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에 매각해 해당 자금으로 현대모비스 주식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20% 보유하고 있어 현대글로비스 가치를 높여야 매각 대금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방안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아울러 사실상 지배구조 개편보다 시급한 것은 정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에 대한 상속세 문제다. 정 명예회장의 사망을 공식화할 경우 정 회장이 감당해야 할 상속세는 2조 5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최근 배당을 확대하면서 정 회장의 상속세 마련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올해까지 총 8000억원 가량을 배당금으로 수령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2조 5천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마련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상속세는 부의 대물림을 막고 순환을 통한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장치인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최대 60%까지 부과되는 상황이다. 사실상 우리나라 상속세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특히 현금이 아닌 기업 지분을 상속받을 경우 기업을 물려받는 자녀 입장에서는 회사를 다른 곳에 넘기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것이 상속세의 목적은 아닐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및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평균 상속세는 13%, 상속세가 없는 나라를 제외해도 26%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가 상속세 개편을 위해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지금의 절반 수준인 30% 안팎으로 낮추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당장 이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세수 확보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 부자 감세에 대한 국민 정서도 넘어야할 산이다. 그렇다고 과도한 상속세 문제가 기업 경영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도 온갖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업계에 소모적 논란만 일으켰던 한미그룹과 OCI(456040)그룹 통합 이슈도 결국 한미그룹의 상속세가 문제의 핵심이었다. 더 이상 상속세 문제로 선대 회장의 사망일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 아니냐는 괴이한 소문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최용민 산업부장
 

최용민 하루하루 버티는 당신에게 힘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