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 대규모 투자에 재무상태 '적신호'…신용도 강등 위기
지난해 이어 1분기도 영업적자인데 투자는 '지속'
부채비율 177% 및 유동비율 98% 기록
에비타 마진율 등 신용등급 하향 기준 부합
공개 2024-06-17 06:00:00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지난해 수천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SKC(011790)의 재무상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이 지속되면서 이차전지 수요가 줄고 있지만, 해외 공장을 신축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활동으로 이익이 창출되지 않자 차입을 통해 투자금을 조달하면서 재무구조도 크게 악화된 것다. 주요 신용평가사들 또한 SKC의 신용등급이 지금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SK)
 
영업손실에도 차입 통해 해외공장 증설 등 투자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C는 지난해 21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올해 1분기도 7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전기차 캐즘과 함께 중국의 공격적인 이차전지 생산능력 확장으로 공급과잉이 빚어지면서 가격경쟁이 심화된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처럼 영업을 통한 이익이 제대로 창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SKC는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차전지 소재 부문 해외공장을 신축하고 반도체 테스트소켓 업체인 ISC를 인수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순차입금은 전년(1조8460억원) 대비 1조원 이상 증가한 2조8588억원에 달했다. 올 1분기 순차입금(2조4964억원)도 여전히 2조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SKC가 가진 현금에 비해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도 적지 않다. 올 1분기 기준 SKC의 유동부채는 1조9008억원, 이 중 단기차입금이 8595억원으로 45.2%를 차지한다. 반면 현재 SKC가 가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039억원에 불과해 상환 여력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채무에서 발생하는 금융원가도 적지 않다. SKC의 1분기 금융원가, 즉 은행에서 빌린 돈 때문에 갚아야 할 이자비용만 820억원으로 재무부담을 키우고 있다.
 
 
재무구조 악화에 신용등급 전망 '안정적'→'부정적'으로 하향
 
SKC의 1분기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은 각각 177%, 98%로 적정기준(100% 미만, 200% 이상)을 한참 벗어났다. 부채비율이 179%, 유동비율이 113%였던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유동비율은 감소했고, 부채비율은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울도 1분기 –1.6배로 집계됐다. 통상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면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간주되는데, 마이너스인 경우는 영업을 통해 돈을 벌기는커녕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에 SKC는 2019년부터 재무활동을 통해 현금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분기에는 영업활동현금이 마이너스(-) 2347억원을 기록한데다 투자활동으로도 9874억원이 빠져나가면서 재무활동을 통해 6618억원을 유입했다. 영업손실이 나는데도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면서 차입금과 사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이다. SKC의 1분기 자본적지출(CAPEX)은 2836억원으로 전년 동기(2157억원)보다 679억원 증가했다. CAPEX가 늘어나면서 잉여현금흐름(FCF)도 –3356억원으로 확대됐다.
 
SKC가 영업손실에도 차입을 통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자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등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SKC의 신용등급 전망을 종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한신평은 SKC 신용등급 하향을 전망하는 근거로 △영업환경 저하와 사업경쟁력 약화로 실적 저하가 예상되는 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매출액이 10% 미만인 점 △총차입금/EBITDA가 3.5배를 지속적으로 초과하는 점 등을 들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매출액, 즉 에비타 마진율은 2022년까지 10%를 웃돌았지만 지난해 -1.9%까지 떨어졌고, 올 1분기에는 5.3%를 기록했다. 여기에 총차입금/EBITDA(차입금 에비타)는 올 1분기 33.6배로 3.5배를 훌쩍 넘어서 신용등급 하향 기준에 부합한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에비타 마진율의 경우 2022년까지는 높았다가 작년에 마이너스 1.9%까지 떨어졌고, 올해 반등할 것으로 보이지만 10%를 크게 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총차입금 에비타 지표는 작년에는 3.5배 미만이지만 이익 창출 규모가 떨어지는 등 부정적인 이유로 마이너스를 기록해서 아예 표시를 할 수가 없었고, 최근에는 수익성 저하 폭이 많이 커졌는데 재무부담도 상당히 높아져서 더욱 악화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SKC의 주력 사업인 화학 부문이 부진한 상황이고 2022년부터 수익성 등이 저하되면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이차전지 부문은 작년부터 전기차 수요가 둔화됨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이 재고 조정을 하고 있는데도 이차전지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어 최근에 손실 규모가 더욱 커졌다"며 SKC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 이유를 밝혔다.
 
SKC의 투자부담은 올해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전기차 캐즘에 대응해 폴란드 공장 증설 투자나 미국 공장 투자 시점을 기존 계획보다 이연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 변동에 따라 투자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력 사업부문들의 이익창출력이 악화된 점을 감안하면 확대된 재무부담을 단기간 내에 큰 폭으로 축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차전지 소재 부문은 유럽 현지 고객사의 장기공급 계획에 맞춰 2026년부터 납품을 개시할 예정이라 단기간 안에 실적 가시화로 인한 재무구조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SKC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해외 공장의 경우 말레이시아는 이미 다 지었고 폴란드 공장은 거의 다 완공됐다”면서 "대부분의 투자가 진행된 상태라 추가적인 투자 계획은 아직 없기 때문에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이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공장 신축 건에 관해서는 "시장에서 나온 이야기일 뿐 미국 공장을 언제 어디에 짓겠다고 입장을 낸 적은 없다"라고 일축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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