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부산은행이 상 ·매각 규모를 키워 건전성 개선을 꾀하고 있으나 답보 상태다. 부실채권 규모가 줄어들지 않는 탓에 건전성 지표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신규 대출을 늘려 정상채권 비중을 늘려야 하지만 은행 간 경쟁 심화와 경기 침체로 인해 이마저도 쉽지 않다.
BNK부산은행. (사진=부산은행)
상매각 규모 1년 새 급증
11일 부산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부산은행이 상·매각한 대출채권은 1135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799억원에 비하면 42% 증가한 규모다. 상각과 매각은 은행의 대표적인 건전성 개선책이다. 상각은 이미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부실채권에 대해 회계상 손실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금융사는 채권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눠 관리한다.
금융사들은 이 같은 여신 분류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쌓아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손실에 대비한다. 통상적으로 상각은 추정손실로 분류된 채권에 대해 실행된다. 대손충당금이 환입될 가능성은 없어지지만 이미 충당금으로 회계상으로 잡혀있는 금액이기 때문에 회계상 손실 없이 건전성 관리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회계 처리로 끝나는 상각과 달리 매각은 자산유동화 전문회사에 회수 가능성이 낮은 대출 채권을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부산은행이 1분기 상각한 채권은 227억원, 매각 채권은 908억원이다. 1년 전에 비해 상각은 줄어든 반면 매각은 530억원이 불어났다. 지난해 4분기 1000억원 가까운 대출채권을 매각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상각 규모는 지난해 말에 비해 90억원 가까이 늘어난 227억원이다.
타사와 비교해도 추이가 도드라진다.
DGB금융지주(139130)의 대구은행은 지난해 4분기 상·매각 합계가 1253억원으로 분기별 최고 수준을 찍었으나, 올해 1분기 977억원으로 감소했다. 상각이 504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증가했으나 매각 규모가 줄어든 덕분이다.
JB금융지주(175330)의 전북은행도 상·매각 규모를 줄였다. 지난해 4분기 상각은 650억원, 매각규모 350억원으로 1000억원의 대출 채권을 처리했으나 올해 각각 287억원과 68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양 사 모두 4분기 상·매각 규모를 키웠으나 1분기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부산은행의 상·매각 규모가 큰 이유는 기업 여신 채권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1분기 부산은행은 111억원의 기업대출채권을 상각처리했고, 823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매각을 실시했다. 이에 반해 가계대출에 대한 상각은 73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대비 증가했으나 규모 자체가 작다.
악화되는 건전성…연체율도 늘어
이 같은 노력에도 부산은행의 건전성 회복은 여전히 먼 얘기다. 1분기 부산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44%다. 지난해 3분기에서 4분기 0.27%에서 0.42%로 0.15%p 급격히 악화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0.02%p 또 올랐다.
부산은행의 1분기 총여신은 61조4785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0.4% 증가했으나, 요주의여신은 17.2%, 고정여신 11.7%, 회수의문 여신이 14.1% 증가한 탓이다. 상각 등으로 추정손실 여신인 17.5% 줄었음에도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이유다.
고정이하여신비율뿐만 아닌 규모 자체도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부산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올해 1분기 268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53억원에서 53.4% 불어난 규모다.
연체율의 추이는 더욱 좋지 않다. 부산은행의 연체율은 1분기 기준 0.62%로 전년 동기 0.33% 대비 0.29%p 증가했다. 연체금액이 같은 기간 두 배 가까이 덩치를 키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 부산은행의 연체금액은 1915억원에서 1년 새 3765억원으로 커졌으며,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30.4% 증가했다.
건전성이 좋지 않으니 충당금 전입액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말 연중 가장 큰 규모인 2457억원의 충당금을 쌓았으나,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714억원의 충당금을 마련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