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완화 움직임…전열 가다듬는 증권업계
정부·지자체 용적률 상향 적용 등 부동산 규제 완화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부동산 사모펀드 조성 나서
리스크 관리되면 23조에 달하는 새 먹거리로 부상
공개 2024-06-07 06:00:00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증권업계가 부동산금융에 다시 손을 대고 있다.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경기 활성화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 주도로 수익성 개선이 이뤄짐에 따라 개점휴업 상태였던 증권업계는 부동산금융 투자를 위한 전열을 가다듬는 분위기다.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분야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모펀드로 직접 운용하며 수익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빗장 푸는 서울시…부동산 시장 '꿈틀'
 
서울특별시는 지난달 30일 '2030 서울특별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공개하며 서울시 내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계힉을 발표했다. 지난 3월 발표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원 방안’에 사업성 보정계수·현황용적률 인정에 대한 적용방안이 새로 추가된 것으로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안정적 주택공급 △도시 매력을 높이기 위한 주거공간 대개조 등이 목표다. 
 
이 가운데 1·2종일반주거지역과 준공업지역에 대한 용적률과 높이 완화가 주목을 받는다. 기존 주거밀집지역 주거환경 개선이 주요 내용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1종일반주거지역'은 4층 이하 높이 규제를 폐지하고 법령에 따른 높이(필로티 포함 시 6층 이하)까지 허용된다. 상한 및 법적상한용적률도 기존 150%에서 200%까지 확대된다.
 
사업성 보정계수 모식도 (사진=서울시)
 
‘사업성 보정계수’를 도입해 용적률을 높여 재개발·재건축 사업성도 개선된다. ‘사업성 보정계수’란 서울시 평균 공시지가를 재개발·재건축이 들어가는 구역의 공시지가로 나눈 값(서울시 평균 공시지가·해당 구역 평균 공시지가)으로 서울시는 보정계수를 최대 2.0까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기준용적률 210%에 허용용적률 20%인 지역의 경우 사업성 보정계수 2가 적용되면 허용용적률은 2배인 40%로 오른다. 이에 따라 분양 275%·임대 25%에서 분양 285%·임대 15%로 분양은 10%포인트 늘고, 임대는 10%포인트 줄어 사업성이 향상된다.
 
한편 공공기여 비율도 1단계 종상향(용도지역 상향) 시 10%로 동일하게 적용토록 조정된다. 과도한 공공기여로 용도지역 상향 효과 등 사업추진 동력이 상쇄되지 않게끔 임대주택 및 전략용도시설 도입 시 건축물 기부채납 계수를 1.0으로 완화된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IB토마토)
 
23조 NPL 시장 기대감…분주한 증권업계
 
2021년까지만 해도 국내 투자금융(IB)을 이끌어 온 부동산금융은 2022년 이후 시작된 고금리 여파로 증권가에 무거운 짐이 됐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더불어 정부와 지자체 주도의 부동산 시장 완화 조치에 따라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부동산금융을 다시 확대하는 모습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사모펀드 조성이다. 부동산 PF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만큼 PF 투자 펀드를 조성해 기존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부실채권(NPL)시장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2000억원 규모의 ‘KB뉴스타부동산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 펀드 조성을 준비 중이다. 이르면 이달 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자금 모집을 시작할 계획이다. KB증권이 400억원 후순위에 참여하고 KB금융 계열 금융사들이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를 검토 중이다.
 
NH투자증권(005940)은 업계 최초로 ARA코리아자산운용과 손잡고 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메리츠증권도 펀드 모집에 들어가 3000억원 규모로 조성 중이다. 미래에셋증권(006800)(3000억원), 하나증권(3000억원), 한국투자증권(2000억원), 현대차증권(001500)(2000억원)도 펀드 조성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부동산금융에서 증권사는 부동산 전문 운용사에 자금을 투자하고 운용 자체는 전문 운용사가 담당해왔다. 하지만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부동산금융에서의 경험을 축적해온 증권사가 무한책임투자자(GP)로 나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국내 PF 구조조정으로 최대 23조원에 달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230조원에 달하는 국내 PF 사업장 가운데 5~10%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이라며 "이 경우 최대 23조원에 달하는 PF 부실 물량이 나와 사업성이 회복되고 리스크 관리만 이뤄진다면 증권업계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