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 합병 임박…SKS PE, 출구전략 '고심'
이르면 내달 본계약 체결…국내 점유율 2위까지 예상
SK스퀘어 양보로 진전, SK그룹 사업 구조조정 일환
SKS PE 엑시트, IPO 이후 윤곽…수익성 개선 등 안갯속
공개 2024-05-28 06:00:00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본계약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웨이브의 최대 주주인 SKS프라이빗에쿼티(이하 SKS PE)가 엑시트(투자 회수) 시기를 두고 고심 중이다. 웨이브의 계속된 적자로 전환사채(CB) 만기상환에 만족해야 했던 상황이 급반전 된 것이다. 합병을 통해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커진 만큼 CB 만기를 늦춰서라도 수익률 높이겠다는 속내다.
  
티빙과 웨이브 로고 (사진=티빙, 웨이브)
 
난항 끝 연내 합병 마무리
 
24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가시화되고 있다. 양사 합병은 내달 중 본계약이 체결될 전망으로 본계약 체결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함심사'를 거쳐 올 하반기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CJ ENM(035760)SK스퀘어(402340)는 지난해 말 티빙과 웨이브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그동안 세부 내용을 조율해왔다. 합병 후 지분과 경영에 대해선 방송 콘텐츠 생산을 주력 사업으로 삼는 CJ ENM이 우위를 가지는 것이 점쳐지기도 했다.
 
합병이 완료되면 국내 최대 규모 OTT가 탄생한다. 시장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에 따르면 지난 1분기까지 국산 OTT 앱 사용자 점유율은 넷플릭스가 점유율 35%를 차지해 부동의 1위를 기록했고 이어 쿠팡플레이 23%, 티빙 21%, 웨이브가 1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계산해도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될 경우 시장점유율 34%에 달하는 대형 OTT가 탄생하는 셈이다. .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OTT 산업은 구독자 증가세 둔화와 자본고갈로 성숙기에 진입했다”라며 “국내 OTT는 여유 자본이 많지 않아 투자를 유치하거나, 수익화 전략을 취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라고 평가했다.
 
SK그룹 구조 조정에 합병 급진전 
 
지지부진하던 합병이 진전된 것은 최근 SK(034730)그룹의 사업 구조 조정 기조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SK그룹이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사업의 지분 정리에 나서면서 SK스퀘어의 양보가 이뤄졌다는 논리다.
 
앞서 작년 말 최창원 SK디스커버리(006120) 부회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되고 그룹 내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대한 정리에 들어갔다. 당시 SK스퀘어가 보유한 '콘텐츠웨이브'도 거론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티빙이 최근 KBO리그 모바일 중계권을 따내며 가입자 수를 늘려가자 SK스퀘어가 다급해졌다는 것이다.  
 
콘텐츠웨이브는 OTT 웨이브 운영 법인으로 최대주주는 SK스퀘어(지분 40.5% 보유)다. 나머지 지분은 KBS와 SBS(034120), MBC가 동일하게 나눠 갖고 있다. 티빙 최대주주는 전체 지분의 48.85%를 보유한 CJ ENM다. 
 
 
 
IPO 기대감 '솔솔'…엑시트 시기 미뤄질 듯
 
이번 합병으로 SKS PE가 투자 회수 시기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SKS PE는 미래에셋벤처투자와 공동으로 조성한 '에스케이에스미래에셋콘텐츠' 펀드를 통해 2019년 웨이브에 2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에 참여했다. 발행 참여 조건은 5년 이내 기업공개(IPO)다. 오는 11월까지 IPO를 하지 못하면 CB 만기상환이 가능하다. 웨이브의 계속된 적자로 IPO가 사실상 불가능해 CB 만기상환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내부수익률(IRR) 9% 보장 조건이라 손해는 보지 않지만 5년간 투자에 따른 기대수익에는 못미치는 게 사실이다. 
 
합병 이후 지분율이 떨어져 SKS PE가 CB 전환을 통해 보유할 수 있는 지분으론 경영 참여도 어렵고, 현재 보유지분을 팔 곳도 마땅치 않다. 하지만 합병이 급진전되면서 합병 이후 IPO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성공적인 엑시트는 IPO 이후 지분 매각이다.
 
현재 웨이브의 기업가치는 넉넉잡아 1조원 수준이다. 2022년 12월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투자 후 기업가치를 1조1901억원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합병 후 지분율은 떨어지지만 전체적인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SKS PE의 엑시트 시기는 예상보다 늦춰질 전망이다. 합병 회사가 안정화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수익성 개선을 통해 성공적인 IPO까지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도 이번 합병이 수익성 개선에는 긍정적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양사 합병으로 인한 콘텐츠 합산 비용은 6500억원으로 이중 외부 판매향 1200억원과 기타 비용 2300억원으로 상당한 수준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며  “비용 감소와 더불어 순이용자가 1000만 명대로 증가해 대략 1300억원 이상의 이익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