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가 해외 진출을 위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5대 금융지주는 포화된 국내 시장의 한계를 느끼면서 일찌감치 국외로 눈을 돌렸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시작으로 남미와 동유럽 국가에도 깃발을 꽂았다. <IB토마토>는 국내 금융지주의 글로벌 자회사 현황을 국가별로 살펴보고 성장성과 한계점을 진단해 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우리나라 금융지주가 동유럽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경기 침체에 접어든 동남아를 비롯한 기존 진출국을 대신할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함이다. 특히 동유럽의 심장으로 불리는 폴란드에는 금융지주마다 속속 둥지를 틀고 현지 진출 기업과의 시너지를 노린다. 방산 수출 증가와 정부 지원도 한몫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은행 전경.(사진=은행연합회)
방산업 부흥에 금융사 진출 가속
국내 금융지주로부터 폴란드가 각광 받는 이유는 동남아나 중국과 다르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경우 인구, 면적이 주된 진출 이유였다면 폴란드는 산업과의 시너지가 핵심이다.
폴란드는 유럽의 생산거점으로 불린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도 우리 기업의 폴란드 진출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241개 기업이 발을 디뎠으나 지난해에는 390개로 61.8% 증가했다.
주폴란드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대 폴란드 투자는 60억달러 1493건이며, 법인 설립 건수도 390개에 달한다.
수출 건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대 폴란드 수출은 지난 2015년 28억1000달러에서 지난해 말 90억 달러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전년과 비교해도 13% 성장한 규모다.
경제전망도 밝다. 세계은행은 폴란드의 물가상승률이 하락하고 실질임금의 증가에 따른 민간 소비가 늘어났다고 판단해 경제성장률을 2.6%에서 3%로 상향 조정했다. 오는 2025년에는 EU 기금 유입이 경제성장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여 3.4%로 전망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방산 부문의 성장이 금융지주의 현지화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리 기업이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폴란드 국방 현대화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방산 부품 공급은 물론 폴란드 현지 생산 등이 이뤄질 경우 맞춤 금융이 필요하다는 게 지주 속내다.
이뿐만 아니라 국가적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올 3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금융위원장으로서는 처음으로 폴란드를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폴란드 금융감독청장과 첫 고위급 회담을 갖고 방산과 원전 등에 대한 한국의 금융지원 의지를 밝히고 우리나라 은행 진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우리 금융당국과 폴란드 금융감독청은 인허가 심사와 현장감독, 자금세탁방지 등 실질적 감독활동에 대한 협력사항이 추가된 내용으로 양해각서(MOU) 교환을 준비 중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이메일 등을 통해 MOU 관련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라며 “상반기 교환을 목표로 하고있으나 확실한 시기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법인전환 신중 기해
국내 금융지주의 폴란드행은 가지각색이다. 지역도 방식도 저마다 다르다.
첫 진출은
신한지주(055550)다. 신한지주는 지난 2014년 신한은행의 폴란드 사무소를 브로츠와프지역에 설립했다. 수도가 아닌 남부 공업도시에 진출한 이유는 이곳이 당시 유럽 내 최대 가전 생산기지로 부상해 외인 투자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316140)의 우리은행은 지난 2017년 카토비체에 폴란드 사무소를 개점했다. 카토비체는 국내 대기업 현지 법인이 다수 포진하고 있으며 인접 국과와도 거리가 가깝다. 현재는 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계획 중이다.
이후 뜸하던 폴란드행의 물꼬가 재차 트인 것은 지난해다. 2023년 5월
기업은행(024110)이 브로츠와프에 사무소를 개소하면서다.
KB금융(105560)의 국민은행도 현지에 코리아 데스크를 오는 6월 말 설치를 목표로 직원 파견을 위한 비자 발급 등을 진행 중이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하나은행도 독일하나은행법인의 바르샤바 지점 개설을 올 4분기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기업은행은 우리나라 금융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폴란드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지난해 사무소에 이어 법인 전환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법인 전환 후 수도인 바르샤바에서 고객을 직접 만날 계획이다. 현재 인가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소나 지점을 현지 법인으로 전환하는 이유는 영업의 한계 때문이다. 현지 사무소는 영업 활동을 할 수 없고 진출기업과 한국에 위치한 본점과 중개역할에 그친다. 현재 은행들의 글로벌 법인이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투자금융을 비롯해 대출, 리테일까지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에 비하면 차이가 크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사무소 등의 형태로 우리나라 금융지주가 진출하는 것은 사업성 검토가 목적”이라면서 “법인 전환도 결국 투자기 때문에 시장 경쟁력과 새로운 먹거리 등에 대해 신중하게 확인한 후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