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티지랩, 만성 적자에 '자본잠식' 위기…탈출구 있나
누적 결손금 악화로 자본잠식 그늘
R&D 자금 확보 위한 유동성 자금 필요
마일스톤·CDMO로 실적 개선 추진
공개 2024-05-24 06:00:00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약물전달시스템(DDS) 개발 기업인 인벤티지랩(389470)의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매출 동력을 얻지 못해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전환사채(CB)로 인해 당기순손실이 확대되면서 결손금이 심화돼 자본잠식 그늘이 드리웠기 때문이다. 이에 인벤티지랩이 기술이전(License Out, L/O)과 위탁개발생산(CDMO)을 통해 실적과 재무구조 개선을 이룰 계획이다. 
 
인벤티지랩R&D센터.(사진=인벤티지랩)
 
누적 결손금 악화로 자본잠식 예고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인벤티지랩이 올해 자본잠식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잠식이란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어지는 것으로, 회사의 자본금을 까먹는 것을 말한다. 인벤티지랩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본금과 자본총계는 각각 42억원, 69억원이다. 이는 실적 악화가 이어진 상황에서 파생상품평가손실 등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벤티지랩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42억원으로, 직전연도 동기(37억원)와 비교해 소폭 악화됐다. 특히 2021년(96억원)을 시작으로 2022년(109억원)과 2023년(160억원) 지속적으로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매출이 기술이전(License Out, L/O)에 의존한 영향이 컸다. 인벤티지랩의 지난해 매출액은 9693만원에 그친다. 지난 2022년 동물용 치매치료제(IVL2007, IVL2008)를 HLB바이오스텝(278650)에 기술이전 등으로 37억원의 매출이 발생했지만, 신규 계약이 없다 보니 대규모 매출을 내지 못하면서 회사 운영을 위해 사용한 비용이 손실로 반영됐다.
 
실적 악화뿐만 아니라 영업외비용으로 인해 급격히 커진 당기순손실이 결손금에 누적되면서 자본구조 악화에 한몫했다. 지난 2022년 인벤티지랩의 누적 결손금은 199억원에 그치며, 자본금(42억원)과 자본총계(304억원)는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당기순손실 270억원이 발생하면서 2023년(42억원, 44억원) 자본 구조가 대폭 악화됐다.
 
당기순손실이 지난해 급격히 악화된 이유는 전환사채 등에 대한 파생상품평가손실이 늘면서 금융비용(114억원)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앞서 인벤티지랩은 지난해 155억원 규모의 제1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당시 발행가액 9995원으로 전환사채가 발행됐지만, 지난해 일시적으로 인벤티지랩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파생상품평가손실이 늘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올해 1분기에는 금융수익 72억원이 발생하면서 당기순이익(24억원)으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자본잠식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이에 인벤티지랩은 전환사채의 전환청구권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완화할 계획이다.
 
인벤티지랩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CDMO 기업을 부분적으로 인수할 기회가 있어 지난해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지난해 (인벤티지랩이) 비만 치료제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급등했다가 다시 원래 주가로 돌아오면서 평가손실이 발생했다"라며 "전환사채는 올해 6월13일부터 전환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적 개선을 이뤄 투자자들이 (전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당장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시설 투자 등 운영자금을 위한 유상증자를 진행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동성 제고도 필요…기술이전·CDMO 승부수
 
인벤티지랩은 자본구조 개선뿐만 아니라 유동성 제고도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끌어모은 자금이 연구개발비를 장기적으로 감당할 수 없으며, 현금창출력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벤티지랩이 올해 1분기 말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72억원이다. 지난 2022년 IPO를 통해 125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유동성 자금을 238억원까지 확보했지만 운영자금으로 인해 현재까지 축소됐다.
 
문제는 매년 100억원 이상씩 사용하는 연구개발(R&D) 비용을 장기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벤티지랩은 올해 1분기에만 연구개발비로 34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2022년(110억원)과 2023년(122억원)에 연구개발에 쏟은 비용은 현재 유동성 자금과 맞먹는 수준이다.
 
실적 개선이 이뤄져 실질적인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회복된다면 자금 조달을 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지만, 현재 상황도 녹록지 못하다. 인벤티지랩은 올해 1분기 영업활동으로 24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직전연도 같은 기간 36억원이 유출됐던 것과 비교하면 소폭 완화됐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다.
 
인벤티지랩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1년 이상의 자금은 남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인벤티지랩은 기술이전, CDMO 등을 통해 재무구조와 실적 개선을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인벤티지랩의 이 같은 포부를 뒷받침하듯 기술이전에 대한 성과가 나타났다. 지난 2021년 인벤티지랩가 보유한 파이프라인 전립선비대증 치료제(IVL3013)를 위더스제약(330350)으로 기술이전한 바 있다. 총 금액 50억원 중 당시 계약금으로 15억원을 수령했으며, 별도의 마일스톤을 받기로 했다. 이후 IVL3013의 비임상이 완료되면서 지난 20일 5억원의 기술료를 수령받았다.
 
CDMO 사업도 순항 중이다. 인벤티지랩은 지난해 유바이오로직스(206650)와 장기지속형 주사제 및 지질나노입자(LNP) CDMO 공동사업화 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진출을 알렸다. 지난 3월 유바이오로직스와의 계약으로 LNP제조시스템 설치를 완료했으며 현재 알엔에이진, 메디치바이오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인벤티지랩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공시사항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마일스톤 가능성을 보고 있다"라며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CDMO와 관련된 수주 작업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에는 실적 개선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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