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에 발목 잡힌 MBK, 메리츠증권 손에 달렸다
1조2900억원 부채, 메리츠증권이 전액 차환키로
수년째 회수는커녕 투자비 회수 시도도 못해
공개 2024-03-26 06:00:00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메리츠증권이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금융 재융자(리파이낸싱) 백기사로 나섰다. 메리츠증권은 3000억원 규모 담보부차입금을 MBK파트너스에 지원한 바 있다. 해당 건은 만기가 본래 작년 말이었지만 최근 만기 6개월 연장으로 마무리됐다. 리파이낸싱에 골머리를 앓던 MBK파트너스 입장에선 한시름 놓았지만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 메리츠증권이 나선 만큼 자의반 타의반 엑시트가 진행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메리츠증권)
 
남은 빚, 메리츠증권이 모두 차환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메리츠증권과 1조2900억원 규모 홈플러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협상을 진행 중이다. 메리츠증권은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금융 중 오는 6월 만기가 돌아오는 3000억원 규모 인수금융의 기존 대주로 메리츠증권이 남은 빚 모두를 차환하는 방식이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단기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담보부차입 형태로 메리츠증권으로부터 3000억원을 조달했다. 연 이자율은 9%고, 4순위 수익권증서와 단기금융상품이 담보로 제공됐다. 해당 조달건의 만기는 지난해 말이었다. MBK파트너스는 만기를 앞두고 리파이낸싱에 난항을 겪었고 오는 6월 말로 만기를 연장해 고비를 넘긴 바 있다. 
 
차환 대상이 된 인수금융은 메리츠증권 3000억원을 포함해 지난 2019년 선순위 대주단이 홈플러스의 부동산과 지분을 담보로 빌려준 3400억원과 중순위 대주단의 1500억원, 2021년 홈플러스의 부동산 보증금을 기반으로 유동화대출약정(ABL)을 통해 조달한 4000억원, 한화투자증권(003530) 1000억원 등으로 1조2900억원 규모다.  
 
상처 남긴 홈플러스딜 엑시트 향방은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의 아픈 손가락이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 세일앤리스백(S&LB) 전략으로 무난한 엑시트를 꿈꿨지만 벌써 수년째 투자비 회수는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세일앤리스백은 간단히 매각 후 재임대를 뜻하는 말로, 기업이 소유한 고정자산을 매각하고 이를 다시 빌려 이용한 후 리스 기간이 끝나면 자산을 재취득할 수 있는 거래방법이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부동산을 매각해 인수자금을 충당하고 홈플러스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으로 매각한 점포를 선별적으로 재구매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수 후 이커머스 시장 확대로 인한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성 악화, 홈플러스 수익에 비해 큰 채무 규모, 코로나19 발발 이후 부동산 자산 가치 하락 등으로 엑시트는커녕 경영정상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국내 인수·합병(M&A) 거래 사상 최대 규모로 MBK파트너스는 4조30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충당했다. MBK파트너스는 경기 안산점 등 20여 홈플러스 점포를 폐점 또는 매각 후 재임차 하는 방식으로 인수금융을 갚아왔지만 여전히 1조2900억원에 달하는 채무가 남아있다. 메리츠증권과의 리파이낸싱 협상이 없었다면 메리츠증권으로부터 빌린 3000억원 외에 오는 10월 1순위와 2순위 인수금융과 운영자금이 포함된 5000억원대의 차입금 만기를 앞둔 상황이었다. 
 
MBK파트너스 측은 해당 거래건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놨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해당 거래건에 대해서 답변해 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사진=MBK파트너스)
 
MBK 엑시트, 메리츠증권에 달려

메리츠증권의 홈플러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소식이 나오면서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매각 임박설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지난 1월 홈플러스는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김광일 부회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홈플러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조주연 부사장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하면서 각자 대표체재를 구축했다. 외부인사 또는 홈플러스 내부 승진으로 경영진을 꾸리던 것과 달리 MBK파트너스 측 인물이 부임한 건 홈플러스 인수 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시장에서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매각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매끄러운 매각 과정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분석이다. MBK파트너스 측은 당장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메리츠증권이 시장에 등장한 이상 자의반 타의반으로 엑시트가 진행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이 절대 손해보는 거래를 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거절하지 못하는 제안을 하는 걸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예가 KH그룹과의 거래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22년 KH그룹이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금액 7115억원 중 3200억 원의 자금 조달을 진행했다. 대출을 진행하며 메리츠증권은 KH그룹에 대해 부동산 담보대출로 2200억원을 투입했고 아이에이치큐, KH필룩스, KH건설, KH전자 등 4개 상장사의 전환사채(CB) 인수에 총 1000억원을 3년 만기로 투자했다.
  
자금을 투입하며 메리츠증권은 KH그룹이 보유한 부동산·예금·신탁·보험 등을 포함해 전체 투자금의 3배에 달하는 1조514억원 이상의 담보를 설정했다. 지난해 2월에는 KH그룹에 기한이익상실(EOD)을 통보하고 KH그룹이 소유한 1000억원대 자산에 1차로 담보권을 행사했다. KH그룹이 보유한 인마크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 23호·24호 수익증권과 카일룸분양신탁, KH 강원개발 주식를 통해 회수 절차를 진행했다. 이어  지난해 투자했던 KH 건설 CB에 풋옵션을 행사하고 원금과 이자를 합쳐 105억원을 돌려받는 등 현재까지 총 1000억원을 회수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시장에서는 메리츠증권으로 공이 넘어갔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라며 "이전 거래와 같이 담보를 설정해놨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구체적인 거래 내역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