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베트남 지분투자 '쏠쏠'…신남방 개척 성과
베트남 BIDV 장부금액 증가로 호실적
지분투자와 합작회사 등으로 사업영역 확대
공개 2024-03-12 06:00:00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하나금융지주(086790)가 지난해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을 중심으로 지분투자에서 호실적을 거뒀다. 지분투자한 기업 대부분의 장부금액이 전년 말 대비 증가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투자가 최근 5년간 증가 추이를 보인 만큼 하나금융이 적극적으로 신남방 사업 개척에 나설지 주목된다. 
 
법인 외 방식 진출…5년 만에 결실
 
하나금융지주가 일찌감치 베트남에 투자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2019년 하나은행은 1조444억원을 들여 베트남투자개발은행의 지분 15%를 취득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와 베트남 내 은행업무 확대가 목적이다. 하나금융은 2019년 인수 당시 2025년까지 비은행 이익 비중 30% 달성을 목표로 계열사와의 협업 수준을 높여가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나금융은 계획대로 3년 후 자회사인 하나증권도 베트남투자개발은행의 증권 자회사 BIDV Securities(BSC) 지분 35%를 인수하는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하나증권은 제3자배정유상증자방식으로 142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하나은행과 하나증권 모두 각 회사의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특히 BSC의 경우 자산운용 등 신사업 진출을 지원해 오는 2030년까지 베트남 내 3위 증권사로 키울 계획이다.
 
하나은행이 이처럼 BIDV 지분투자를 했던 배경에는 세 가지 요건이 주효했다. 하나은행은 현지 중소형 은행을 인수해 법인 라이선스를 확보하더라도 현지 채널이 광범위한 대형 현지 은행들을 빠른 시일 내에 따라잡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인수를 통해 법인 라이선스를  확보할 경우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실은행일 가능성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반해 지분 투자는 안정적인 배당 수익과 추후 지분가치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은행은 법인 설립이나 인수 대신 지분 취득을 택했다.
 
하나은행이 BIDV 지분을 취득할 당시 베트남 시장은 평균 6%대 경제성장률, 외국인직접투자(FDI) 증가세 등으로 전반적인 경제 성장이 예상됐고, 이를 활용한 하나금융의 전략은 적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베트남의 FDI가 회복세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FDI 신고 금액은 총 366억 달러, 투자 건수는 7901건을 기록했다. 지난 2022년 대비 투자자본 규모는 32.3% 증가했으며 투자 건수는 같은 기간 17.8% 증가했다. 투자 건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하지만 투자자본 규모는 2019년의 약 94% 수준에 이르렀다. 베트남 투자기획부 자료를 봐도 지난 1988년부터 2023년 말까지 베트남을 대상으로 한국기업이 투자한 건수는 9863건, 투자액 누계는 858억6600만 달러로 전체의 18.3%를 차지하고 있다. 단일 국가로는 가장 비중이 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이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 회복과 더불어 BIDV의 연간 당기순이익도 증가했다. 지난해 BIDV는 1조18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지난 2022년 9947억원 대비 19.6% 증가한 수준으로 주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BIDV의 주가는 3월6일 5만4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9월29일 종가인 4만4350원에 비해서도 21.8% 올랐다. 지난해 대비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주가가 3월 말까지 지속된다면 3분기 말 대비 보유 지분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지속적인 호실적으로 하나금융의 보유지분 장부가도 증가했다. 하나금융지주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BIDV의 장부가는 1조7672억원, BSC의 장부가액은 1129억원이다. BIDV의 경우 취득 시점 장부가액 대비 1257억원 증가했으며, BSC는 전년말 대비 66억9500만원 늘었다. 
 
브라운 필드 투자로 글로벌 영역 확대
 
하나금융은 지분 취득으로 베트남 기업 경영에 참여는 하고 있지만 현지 법인 설립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은 현재 베트남에 2개 지점을 두고 있으며 지점과 사무소 확대는 검토 중이다. 다만 확대에 앞서 행정처리 소요 시간 등을 감안해  BIDV의 채널망을 활용한 연계 영업 등 협업 노력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하나은행의 경우 베트남 외에 11개국에 법인을 두고 있으며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지역에도 진출한 상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베트남 현지 법인을 통해 영업하는 것과 다른 움직임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신한베트남은행의 분기순손익은 1847억원, 베트남우리은행은 430억원의 순익을 거둬 지주 실적 증대에 기여했다.
 
하나금융은 BIDV 지분 취득 외에도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진출 국가를 넓히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2017년 북경랑자하나자산관리유한공사를 합작법인 형식으로 설립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1.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지난 2022년 말 대비 장부가도 늘어나는 등 실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인도 최대 은행인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와의 협업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하나금융은 협업과 합작회사 설립 등을 통해 글로벌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브라운 필드 투자를 택한 것이다. 브라운필드 투자란 FDI의 한 형태로 합작하거나 지분 취득 방식 등의 투자를 뜻한다. 타국에 자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구축하는 그린 필드 투자와 달리 초기 설립비용을 아끼는 효과가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BIDV는 자산규모와 이익 측면에서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계 기업과 현지 우량기업 상호 소개, 연계 영업 등 베트남 지점과의 협업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라면서 "다만 추가 지분 취득 계획은 정해진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이성은 탄탄하고 읽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