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빅딜)①레고켐바이오, 오리온·삼바 업고 ADC 독주
ADC 등 대규모 기술 수출만 13건 기록
오리온 투자 자금 활용으로 R&D 투자 총력
삼바와 CDO 계약 체결…신약개발 속도
공개 2024-02-15 06:00:00
제약·바이오 기업이 신약개발 이외에 잭팟을 터트리는 방법 중 하나로 '기술이전'이 꼽힌다. 기술성을 입증할 수 있으며, 계약금과 마일스톤 등으로 매출 확대에도 한몫한다. 이 가운데 1조원 규모의 빅딜을 성사시킨 3곳이 있다. 빅딜 이후 1년이 경과한 현재 기업들의 재무건전성과 파이프라인 연구개발 현황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레고켐바이오(141080)사이언스(이하 레고켐바이오)의 항체약물접합체(ADC)에 대한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암젠, 다케다, 얀센 등 글로벌제약사와의 굵직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인 매출과 유동성을 확보한 상황에서 자체 신약 개발도 목표하고 있다. 가장 문제점이던 매출보다 높은 연구개발(R&D)투자가 오리온(271560)의 투자로 해결된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등 협업 계약 체결로 본격적인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레고켐바이오)
 
ADC 원천기술 등으로 9년간 기술수출만 13건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레고켐바이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액은 250억원으로, 직전연도 같은 기간(239억원)보다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임플란트 수술용 재료, 수술·진료용 일회성 소모품 등 의약사업 부문 매출 159억원에 그쳤음에도 외형성장을 이뤘다. 이는 암젠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기술수출을 실행한 결과로 풀이된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2022년 암젠과 1조605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선급금의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은 각 송장(Invoice) 발행 후 45일 이내 지급하기로 했다. 향후 순매출액 기준으로 합의된 비율로 로열티를 분기별로 지급받는다.
 
레고켐바이오가 암젠으로 기술 수출한 ADC 원천기술은 고형암·혈액암을 타겟하는 전임상 단계에 있는 기술이다.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 있는 상황에서 1조가 넘는 빅딜을 이뤄낸 것이다. ADC 분야가 각광받는 이유는 화학요법과 달리 정상세포가 아닌 종양세포만을 표적하고 사멸시키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기존 기술의 단점인 단일물질제조 및 링커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암젠 뿐만 아니라 레고켐바이오의 ADC 후보물질에 대한 수요는 높았다. 앞서 레고켐바이오는 2015년 중국 Fosun Pharma사로 허셉틴-ADC 후보물질에 대해 209억원의 기술수출 계약을 했다. 이외에도 ADC후보물질과 기술에 대해 체결한 계약은 현재까지 13개로, 총 8조7000억원 규모를 보유한 상태다.
 
기술수출 계약 금액이 전부 실적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선급금 등으로 레고켐바이오는 꾸준한 매출 발생하면서 유동성 자금이 넉넉하다. 실제 지난해 3분기말 레고켐바이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은 1217억원이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얀센과의 빅딜을 달성하면서 받은 선급금 1304억원을 단순 가산하면 2000억원이 넘는 유동성을 보유한 상황이다.
 
가장 최근 얀센과 체결한 LCB84 기술수출 계약에 대한 기대가 높다. 총 계약 규모는 2조2000억원으로, 선급금 1304억원을 제외한 금액은 각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지급된다. 특히 '단독개발 옵션 행사금' 2608억원이 포함된 것이 특이한 점이다. 
 
레고켐바이오는 단독 개발 옵션 행사금에 대한 <IB토마토>의 질문에 "LCB84(TROP2-ADC)에 레고켐바이오가 임상 스폰서로 설정돼 있다"라며 "얀센이 해당 옵션을 행사할 경우 얀센으로 스폰서가 변경되면서 직접 연구개발을 주도해나갈 수 있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오리온 투자로 유동성 자금 5485억원 추가 확보
 
이처럼 다양한 글로벌제약사들과 기술수출을 통해 안정적인 유동성을 보유한 상황에서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의 투자를 통한 인수를 결정했다. 이는 ADC에 대해서 전임상 단계로 진행된 기술수출을 넘어 신약개발을 이어가고자 하기 위함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달 15일 오리온의 해외법인인 팬오리온과 787억원 규모의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레고켐바이오의 최대주주인 김용주 대표 및 특수관계인 지분 140만주를 확보하게 됐다. 이번 계약으로 팬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4.93%를 우선적으로 확보한다. 여기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796만3283주를 상장하며 총 25%의 지분을 차지할 예정이다.
 
식품 사업을 영위하는 오리온의 바이오사업 도전에 놀라운 시선을 보내지만, 오리온은 이전부터 바이오 사업에 진심이었다. 오리온은 지난 2021년 3월 중국 국영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과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한 합자 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생물과기개발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이후 곧바로 국내 암 체외진단 전문기업 지노믹트리와 대장암 체외진단 기술도입 본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오리온홀딩스는 산둥루캉하오리요우에 242억원, 지노믹트리(228760) 50억원, 큐라티스(348080) 50억원, 오리온바이오로직스 99억원 등 바이오사업에만 총 441억원을 투자해왔다.
 
오리온으로부터 조달한 투자금을 활용한다면 레고켐바이오의 가장 큰 숙제였던 매출액보다 높은 연구개발비도 감당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최대주주변경 계약과 유상증자로 유입되는 총 금액은 5485억원이다. 팬오리온은 자산 9221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순이익도 2794억원을 내고 있어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셈이다.
 
실제 레고켐바이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액과 연구개발비(율)은 각각 250억원, 535억원(214.37%)이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395억원(122.9%), 532억원(159.19%)을 사용했던 것과 비교하면, ADC기술을 인정받을수록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비용이 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의 독주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R&D 활동을 진행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우군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레고켐바이오의 위탁개발(CDO)를 담당하게 된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는 "기존에는 해외 기업을 통해서만 ADC용 항체를 공급받았지만, 이번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국내 공급망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김혜선 흥미로운 주제를 쉽게 전달하는 김혜선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