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전채 만기 몰려온다…발행 부담 '역대급'
이자비용 완화 위해 단기로 자금 조달
상환기일 내년 몰려…83조원 도래 전망
공개 2023-12-27 06:00:00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신용카드사와 할부금융사 등 여신전문금융사가 발행하는 회사채(여전채) 만기가 내년에 대거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급격히 상승한 금리 탓에 자금을 단기로 조달하는 양상이 나타났는데 그 상환기일이 몰렸다는 것이다. 금융 규제 유연화 조치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된 점은 고무적이나 여전채 발행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조달’ 자금 만기 돌아와…내년 83조원 수준 전망
 
21일 여신금융·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여전채 물량은 올해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높은 금리 환경에서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만기 구조를 1년에서 2년 단기로 조달한 결과다.
 
여전채는 회사채 시장 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여신전문금융사의 자금조달 방식이 수신 기능 없이 여신으로만 이뤄지기 때문이다. 개별 금융사당 발행량이 많고 매월 조달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신용등급 역시 다른 발행사 대비 열위한 만큼 발행금리에 더욱 민감하게 움직인다.
 
여전채 발행금리는 지난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폭 상승한 상태다. 신용카드사의 경우 작년 1분기 2%대를 보였던 공모사채 금리가 4분기에는 6% 중반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만큼 조달비용이 불어난 셈인데 이자 부담 완화를 위해 만기 구조를 단기로 가져갔다.
 
여신전문금융사 (사진=연합뉴스)
 
올해 금리 변동성 완화로 회사채 시장이 온기를 되찾으면서 여전채 발행 건수와 금액도 전년보다 늘었다. 지난 10월 누적 기준 신용카드사 여전채 발행 건수는 478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2.7%(54건) 증가했다. 할부금융사는 1326건으로 20.7%(227건) 늘어났다.
 
발행금액 기준으로는 신용카드사가 21조2000억원으로 28.5%(4조7018억원), 할부금융사가 43조7119억원으로 25.8%(8조9721억원) 증가했다. 전체 회사채(196조5349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0.8%, 22.2%로 계산된다.
 
만기가 도래한 금액은 올해 76조원 수준으로 언급되는데 내년에는 8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언급된다. 지난해 2년물로 발행한 것에 이어 올해 늘어난 1년물 또는 1년6개월물 물량이 주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은기 삼성증권(016360) 리서치센터 글로벌채권팀 수석연구위원은 “내년에는 은행채를 제외한 여전채와 회사채 만기 물량이 역대급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작년과 올해 이자비용 부담으로 짧은 만기로 발행했던 채권 만기가 내년 집중되면서 여전채 발행 물량은 83조원 도래할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상반기까지 안정화 정책 유예…이자비용 부담은 계속
 
현재 운용 중인 금융 규제 유연화 조치의 기한이 올해 말에서 내년 상반기로 연장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여신전문금융 업계의 경우 원화 유동성 비율(90일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 대비 자산) 규제를 100%에서 90%로 낮추고, 여신성 자산 대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 비율을 30%에서 40%까지 늘려준 상태다.
 
하반기에 있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시장금리 하락이 선행하는 만큼 채권 발행에 대한 공급 부담을 줄여서다. 여전채는 기본적으로 회사채 대비 스프레드 수준이 높게 형성되는데 이점은 수요 측면에서 금리 하락 시 여전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소가 된다.
 
(사진=한국신용평가)
 
금리 여건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신전문금융사가 재무적으로 인식하는 부담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여전채를 신규 발행할 때 결정되는 조달금리가 앞서 발행한 채권의 만기도래 금리보다 높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과거 발행했던 채권의 금리가 워낙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내년에 금리가 인하돼도 조달비용 부담은 계속 쌓여간다는 설명이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높아진 조달금리에 따라 현 수준의 조달금리가 지속될 시 재조달 영향으로 이자비용이 증가할 전망이다”라면서 “2025년 상반기까지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진단했다.
 
신용카드사 대비 할부금융사의 조달 부담이 더 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캐피탈사는 영업자산 구조가 기업금융 중심인 곳들이 많아 부동산PF 자산의 부실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이는 발행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투자심리를 위축하게 만드는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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