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2023)글로벌 경기 침체에 움츠러든 M&A 시장
롯데케미칼·네이버·한화그룹, 사업구조 개편·확대 ‘드라이브’
SK스퀘어, 영업적자에 SK쉴더스 지분 매각…2대주주 유지
하림, HMM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에 재무부담 우려 확대
공개 2023-12-26 06:00:00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글로벌경기 침체와 자금조달 경색으로 2023년은 여느 때보다 인수·합병(M&A) 시장이 위축된 시기였다. 생존과 성장을 위해 M&A를 추진에 나섰지만 무산된 딜도 다수 발생했다. 그럼에도 1조원이 넘는 규모의 빅딜을 성사시킨 기업들도 존재했다. 그 중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초대형 딜을 진행하며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이어 네이버의 포쉬마크 인수, 국내 보안업체 2위 SK쉴더스가 매각되는 등 굵직굵직한 딜이 이뤄졌다. 하반기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의 한화퓨처프루프 지분 인수 하림의 HMM 인수 등이 진행 중이다.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사진=연합뉴스)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올해 최대 규모 M&A’
 
올해 완료된 대형 M&A 거래 중 가장 규모가 큰 딜은 롯데케미칼(011170)의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 인수였다. 지난 3월 최대주주였던 허재명 전 일진머티리얼즈 사장과 특수관계인 2명은 보유 주식 2457만8512주(지분율 53.30%)와 아이엠지테크놀로지의 보통주식 506만4829주에 대한 신주인수권을 매도했다. 매매대금은 2조7000억원 규모로 당시 롯데케메칼은 인수금융차입 1조3000억원, 유상증자 6000억원, 내부보유현금 6400억원으로 인수자금 2조5400억원 가량을 조달해 지분을 매입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고가 매수와 자금 부담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케미칼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 3조1581억원을 보유 중이었으나, 석유화학업계의 업황 하락과 자회사인 롯데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가 유동성 발목을 잡았다. 앞서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을 대상으로 한 2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 데 이어 5000억원의 자금 대여를 결정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제기됐다.
 
고가 매수 논란에도 불구하고 롯데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나선 데에는 변화하는 유통상황 속에서 미래사업을 발굴해 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화학군의 핵심 자회사로 삼고,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시장 선점을 통해 글로벌 배터리 소재 선도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동시에 배터리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본사 전경. (사진=네이버)
 
네이버, 미국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 1조8천억에 인수
 
올해 1월에는 네이버(NAVER(035420))가 ‘미국판 당근마켓’이라 불리는 미국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Poshmark)를 인수했다. 북미를 비롯한 해외 패션 거래 시장에서 네트워크가 풍부한 포쉬마크를 통해 커머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이사회를 통해 4월경 포쉬마크를 2조3000억원에 인수키로 결정했으나, 글로벌 경기 위축과 플랫폼 사업의 불투명한 전망,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신용평가가 네이버 신용 등급 유지 여력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고가 인수 논란이 발생했다.
 
포쉬마크 인수로 인해 수익성 훼손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인수 발표 당일인 지난 10월4일에는 주가가 전 거래일(19만3천500원) 대비 8.79% 곤두박질치며 17만6500원에 장을 마감키도 했다. 이는 2020년 4월16일(17만500원) 이후 2년 5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네이버는 인수 시기를 3개월 가량 앞당긴 1월5월 1조8751억원에 포쉬마크 인수를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는 지난 2020년 지분 투자로 확보한 자이언트스텝 주식 160만주 중 절반인 80만주를 약 157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네이버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3305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지난해 동기(3018억원) 대비 9.51% 증가하면서 주가는 다시 상승했다. 매출액 역시 1조8452억원에서 2조2804억원으로 23.59%늘었다. 실적 발표 당일인 5월12일 종가는 전일 대비 1.18% 오른 21만3500원을 기록한 이후 약 7개월 뒤인 12월20일 기준으로는 종가 22만500원을 기록했다.
 
SK쉴더스 지배구조. (사진=한국신용평가)
 
국내 보안업체 2위 SK쉴더스 지분 스웨덴 투자사에 매각
 
SK스퀘어(402340)는 지난 7월 국내 2위 보안업체인 SK쉴더스의 지분 일부를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투자회사인 3GT파트너스에 매각해 8600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SK쉴더스의 최종 지분구조는 EQT파트너스 68.0%, SK스퀘어 32.0%로 변경됐다. 기존에는 SK스퀘어가 63.1%, 맥쿼리자산운용 컨소시엄이 36.9%를 보유했다. 이는 SK스퀘어가 지난해 4분기부터 지속적으로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사업부별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위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SK스퀘어는 쉴더스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왔으나,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과 IPO시장 위축 등으로 인해 지난해 5월 이를 철회했다. 결국, 새주인을 맞은 SK쉴더스의 재무구조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다. SK쉴더스는 올 3분기말 연결기준 부채총계가 8843억원, 자본총계는 2조617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33.78%가 됐다. 매각 이전인 올 상반기만 해도 부채총계 2조9245억원을 기록하며, 부채비율은 718.54%에 달했던 것과 비교된다.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KSH)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약 2조원 규모의 차입해소 자금을 마련해주면서다.
 
KSH는 스웨덴 발레베리그룹 계열 사모펀드(PEF)인 EQT파트너스가 SK스퀘어 인수를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이를 통해 쉴더스에 자금을 조달하고 구조 개편의 원활화를 도모하고자 만들어졌다. 지난 7월 PEF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이후에도 SK그룹이 쉴더스의 2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화그룹 본사(사진=한화)
 
한화, 글로벌 10대 방산사업체 도약 청사진 제시…M&A 활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에어로)는 지난 5월 한화솔루션(009830)과 각각 6557억원씩 합작 투자해 미국에 한화퓨처프루프(Futureproof)를 설립했다. 한화퓨처프루프는 항공우주와 에너지 등 한화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한화그룹이 방산사업의 영역을 우주로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재 한화(000880)그룹은 2030년 글로벌 10대 방산사업체로 진입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상 위주의 매출에서 탈피해 우주 영역으로 확장이 필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한화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우주 사업을 성장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화그룹의 방산사업 개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지난해 11월 한화디펜스를, 올해 4월 한화 방산사업부를 합병했다. 지난 5월에는 대우조선해양(현재 한화오션(042660)) 인수에도 참여해 지분 24.08%를 취득했다. 한화오션이 한화그룹에 편입되면서 한화그룹은 지상·항공·해양·우주를 아우르는 방산집단으로 거듭났다.
 
팬오션의 주력사업인 벌크선. (사진=팬오션)

하림의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재계 13위 도약?
 
국내 유일의 원양 컨테이너 선사 HMM(011200)(옛 현대상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136480)그룹이 선정됐다. 종합식품기업인 하림그룹은 2015년 벌크선사인 팬오션을 인수함으로 재계 30위권으로 도약했다. 이번 HMM 인수를 마무리하면 자산 규모는 42조8000억원로 증가, 현재 재계 순위 13위를 기록하고 있는 CJ그룹(40조7000억원)을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대상인 HMM 지분 57.9%(3억9900만주)의 매각가는 6조4000억원으로 주당 1만6000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하림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인수주체인 팬오션의 재무 체력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림이 HMM 인수를 성사시킬 경우 팬오션이 연간 2400억원 이상의 추가 이자 부담을 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운업계 시황이 긍정적이지 않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또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선박 등 일부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진 팬오션은 앞으로 친환경 선박 확대 투자도 진행할 예정이라 HMM 인수 후 재무부담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HMM 인수금융 이자 비용과 친환경 선박 도입 비용은 향후 팬오션의 재무지표를 악화시킬 가능성을 높인다. 팬오션은 2021년과 2022년 꾸준히 보강한 현금성 자산으로 올해 3분기 부채비율 62.9%를 기록했다. 아직까지 재무 부담이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시적으로 부담이 증가할 경우 재무지표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해운업계의 관측이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박예진 쉽게 읽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