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쿠팡의 수난)①이커머스 시장 꺾이며 성장률 '추락'
2017년 이후 4년 평균 65% 성장률 기록…지난해 20%로 하락
이커머스 소비 꺾인 탓…자사몰 확대·중국쇼핑몰 성장 '변수'
공개 2023-12-13 06:00:00
파죽지세로 성장하던 쿠팡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인해 이커머스 시장이 급격히 꺾이면서 코로나19 확산 당시인 2020년 94%를 웃돌던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20%대로 하락했다. 최근엔 네이버 뿐 아니라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가격경쟁력을 강점으로 보유한 중국의 3대 쇼핑몰까지 국내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유통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이에 쿠팡의 물류센터 구축 계획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흑자가 물류센터 구축을 미루면서 만들어진 계획된 흑자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IB토마토>는 현재 쿠팡이 봉착한 역경과 향후 전망 등을 분석했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급격하게 성장해온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률이 꺾이면서 쿠팡 역시 예상보다 일찍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3분기에 쿠팡에서 상품을 구매한 고객 수가 국내 생산연령인구의 절반 이상인 2000만명을 돌파한 만큼 국내에서 더 이상 고객 수가 크게 증가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성장을 위해서는 객단가 상승이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소비심리 위축과 가성비 중심 소비트렌드 등을 고려하면 성장동력으로 삼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 쿠팡 본사. (사진=뉴시스)
 
평균 65% 웃돌던 매출 성장률 11.80%로 '뚝'
 
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계 기준 쿠팡의 매출액은 약 24조4713억원(178억2197만달러·9월27일 기준 환율 1373.10)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80% 성장하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서 쿠팡의 매출 성장률은 10%대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152억5584만달러로 3분기 말 환율 1434.80으로 환산 시 21조8891억원으로 추산된다.
 
앞서 쿠팡의 매출 성장률은 2017년 40.12%에서 2018년 64.74%, 2019년 64.27%, 2020년 94.65%로 급격히 증가했다. 2017년부터 4년간 평균 성장률은 65.95%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21년부터 성장률은 평균 대비 15.98%포인트 급감한 49.97%로 축소됐고, 이어 지난해에는 26.22%를 기록한 이후 올해에는 10%대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이 같은 성장률 둔화에는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 둔화가 주요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정KPMG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 '격변기 맞은 이커머스, 기업의 생존 방향성은'을 보면 최근 엔데믹(경제활동 재개) 수순을 밟으며 소비자의 수요가 점차 오프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2021년 5월 25%를 기록하던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의 전년동월대비 증감률은 하반기 들어 전반적인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올해 9월에는 9.6%로 하락했다. 이 같은 이커머스 시장의 정체는 지난해 업계 점유율 24.5%를 차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는 쿠팡의 성장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 가운데 쿠팡의 객수 성장은 이미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활성고객수는 지난해 2분기 1788만명에서 올해 2분기 1971만명으로 약 180만명이 증가했다. 올해 3분기 쿠팡에서 상품을 구매한 고객 수가 20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생산연령인구(15~64세) 3667만5233명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치다. 향후 인구수가 지속 감소하는 것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는 더 이상의 객수 성장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향후 쿠팡에게 남은 것은 객단가 성장뿐이라는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쿠팡의 경우 월사용자가 1800만명을 넘어선 만큼 객단가의 성장만 남아 있는 상태인데 최근 중국발 저가 쇼핑몰 활성화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내년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전쟁이 끝날 것이란 예상이 있는 만큼 이커머스업계는 10% 내외의 성장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 전월대비 성장률(사진=삼정KPMG경제연구원)
 
제조업체의 자사몰 확대 잦아지면 점유율 하락 가능성도
 
아울러 일각에서는 CJ(001040)를 비롯한 제조업체와의 갈등 심화로 쿠팡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쿠팡이 크게 타격을 받지 않는 모습이지만, 최근 CJ뿐만 아니라 농심(004370), 동원, 오리온(271560) 등 대형 제조사들이 D2C를 통한 홀로서기에 집중하고 있어 향후 영향력에 대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CJ제일제당(097950) 등 제조업체의 소비자 직접 판매(D2C) 확대가 미래 잠재적인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수경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납품가를 둘러싸고 대형 이커머스업체와 대형 식품 제조사 간 주도권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라며 "식품업계는 자사몰을 내 단독 상품 비중을 늘리고 이원화해 운영해오던 자사몰을 통합하고 배송 서비스를 개편하는 등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하면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쿠팡은 CJ제일제당과 납품가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지난해 말부터 즉석밥 등 일부 제품을 쿠팡에서 판매하지 않고 있다. 대신 이마트(139480)·SSG닷컴·G마켓 등 신세계(004170)그룹 유통 3사와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등 '반(反)쿠팡 전선'을 형성해 왔다.
 
여기에 최근 LG생활건강(051900)이 쿠팡과 4년 만에 거래를 재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LG생건 측은 통상적으로 거래재개에 대해서 논의는 해왔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양사는 지난 2019년 공급가 갈등을 빚으며 발주를 중단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화장품 등 생활용품과 온라인 유통에서 각각 1위 타이틀을 쥔 두 기업의 힘겨루기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LG생활건강은 쿠팡에 발주를 중단한 이후에도 2019년 7조8445억원에서 2021년 8조915억원까지 성장했다.
 
 
다만, 현재까지는 쿠팡에 대적할 만한 소비자 직접 판매(D2C) 채널은 없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는 쿠팡의 영향력이 높은 만큼 제조업체 간 갈등보다는 전체적인 이커머스 시장 성장 둔화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박예진 쉽게 읽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