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내년에는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신전문금융 업계 조달금리도 떨어질 것으로 보이나 관련 비용의 증가는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카드사는 대출자산을 크게 늘렸던 만큼 건전성 추가 악화에 대한 대비 필요성도 언급된다. 캐피탈사의 경우 부동산금융 익스포저까지 더해져 영업자산 포트폴리오 재정비가 요구된다.
카드업, 내년에도 '조달·차환' 부담…대출 부문 건전성도 우려
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12회 여신금융포럼'에서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도 카드업 전망에 대해 "조달과 차환 부담이 전반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라면서 "조달여건 개선과 경기회복은 더디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평가했다.
카드채 발행물과 만기도래물의 평균금리 추이를 살펴보면, 발행물은 지난해 초 2%대를 보이다가 같은 해 10월 6%를 돌파했다. 올해는 3% 수준까지 다시 내려갔다가 2분기부터 4%를 나타내던 중 지난 10월 은행채 발행 한도가 폐지되면서 재차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사진=한국금융연구원)
반면 만기도래물의 금리는 계속해서 2% 수준에서 형성됐다. 지난해 이전에 발행된 장기채 부채의 비중이 여전히 높게 나타나서다. 만기가 도래할 경우 발행물과 만기도래물의 스프레드 차이가 0보다 높은 만큼 차환비용 부담이 따르고 있다.
오 연구위원은 "내년 여전채 평균 조달금리(여전채 발행액 대비 이자비용)는 올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도 "단기화된 조달구조로 인해 발행과 만기의 스프레드 즉 차환비용은 점차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봤다.
지난해부터 대출자산을 확대함에 따라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졌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차주의 상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는 건전성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년에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차주 상환 부담이 단기간에 완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언급되는데, 대출금리가 시장금리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경기회복 지연으로 인한 소득 정체 역시 여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오 연구위원은 "차주 상환 부담의 악화가 할부·리볼빙 자산건전성 악화로 전이될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 미포함된 대출성 결제 소비자의 실질적 상환 부담을 파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제12회 여신금융포럼 개최 (사진=여신금융협회)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높은 캐피탈사…포트폴리오 개편 필요성도
캐피탈업 역시 금리상승으로 인한 조달비용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캐피탈사는 카드사 대비 신용등급이 열위한 곳이 많은 만큼 금리 환경 측면에서 더 비우호적이다. 특히 영업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금융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있다는 점이 위험 요인으로 계속 강조된다.
이날 포럼에서 캐피탈업의 주요 크레딧 이슈와 내년도 전망을 다룬 전세완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캐피탈사 수익성 저하의 원인은 두 가지 측면으로 먼저 조달비용 상승 효과가 올해들어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라면서 "부동산금융 중심으로는 대손부담률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라고 평가했다.
조달 환경에서 캐피탈사 역시 높은 차환금리와 여전채 수요 감소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캐피탈사는 지난 2020년부터 영업자산 확대를 위해 차입부채 규모를 늘렸던 바 있는데, 고금리 시점에서 이자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지난 6월 기준 신용등급 A급 이하의 기타금융채 평균금리는 6.8% 수준으로 고금리다.
캐피탈사 통계 (사진=한국신용평가)
은행채 이슈는 여전채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졌고, 여전채 스프레드의 지속적인 확대로 회사채 차환에도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금리상승 시기 조달비용에 대한 부담이 높으면 자산과 차입부채 규모를 줄이는 디레버리징 전략을 취해야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모습이다.
전 연구원은 "금리가 빠른 속도로 상승한 탓에 저금리 상황에서 취급한 영업자산으로 현 수준의 조달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라면서 "영업자산 가운데 기업금융과 투자금융 비중이 상승한 영향도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만기가 길고, 만기 일시상환 조건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캐피탈사는 부동산금융 부문에서 부실규모 확대와 건전성 저하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캐피탈사가 보유한 부동산금융 포트폴리오는 상환 안정성이 열위한 브릿지론이나 중·후순위대출, 지방 투자 등의 비중이 높아 부실화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건당 투자금액도 거액이라 일부 여신의 부실이 대규모 손실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가 높은 캐피탈사일수록 건전성 저하 추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기업금융 중심으로 이뤄진 영업자산 포트폴리오 개선 필요성도 주요하게 언급된다.
전 연구원은 "할부·리스 등 전통 영업자산의 경쟁 심화와 함께 부동산금융 위축에 따라 업권 전반적으로 포트폴리오 재조정 필요성이 존재한다"라면서 "최근 높은 운용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일반 기업대출이나 투자금융, 개인대출 확대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