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돋보기
두산건설, 영업활동현금 적자에도 웃는 이유
상반기 영업익 2배 성장에도 영업활동현금 적자
자산·부채 변동으로 현금 유출
기타부채에 선수금 대거 포함 원인…회계 상 표시
공개 2023-11-15 06:00:00
[IB토마토 최용민 기자] 올해 건설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설사로 두산건설이 꼽힌다. 올해 분양한 단지들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두산건설은 올해 매출액 7887억원, 영업이익 52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8.1%, 102.1% 성장했다. 올해 부동산 시장 경기 침체로 건설업계가 전반적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두산건설 사옥. (사진=두산건설)
 
분양 흥행과 호실적에 재무상태도 개선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422.2%를 기록했던 부채비율도 올해 상반기 기준 379.8%로 줄었고, 지난해 말 56.6%에 머물렀던 유동비율도 올해 상반기 71.5%까지 상승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투자활동현금흐름에서 1010억원을 끌어오면서 지난해 말 947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55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눈에 띄는 수치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612억원 순유출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특히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보통 당기순이익부터 시작하는 간접법을 사용하는데, 올해 상반기 두산건설 당기순이익은 28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활동으로 당기순이익을 다 까먹고, 612억원의 순유출까지 기록한 것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금의 유출입이 없는 회계상 계정'의 가감으로 379억원이 순유입 됐지만,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으로 1172억원이 순유출되면서 전체 영업활동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 중에서 기타부채의 감소로 1085억원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부채에는 선수금, 예수금, 임대보증금 등이 포함된다.
 
이와 관련, 회사는 기타부채에 선수금이 대거 포함돼 있어 부정적인 의미의 현금 유출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공사 진행에 따른 선급금 해소로 인해 발생했다”라며 “중도금 수금 일정에 따라 변동돼 3분기 현금흐름은 개선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수금은 거래 상대방에게 제품 및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미리 받은 돈을 말한다. 먼저 선수금을 받으면 현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자산이 늘고, 그만큼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선수금을 포함한 기타부채가 늘어난다. 이를 통해 차대변 합계를 맞춘다. 이후 실제 제품 및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면 자산인 현금을 줄이고, 기타부채도 차감하는 방식으로 분개가 진행된다.
 
영업활동 관련 자산·부채의 변동에서 기타부채가 크게 감소한 내용. (사진=두산건설 반기보고서)
 
이때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선수금을 받은 시점에서는 현금 유입으로 표시된다. 이후 실제 제품 및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면 제공한 만큼을 매출로 잡고,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현금이 들어온 것으로 표시한다. 다만, 이때는 실제 현금 유입이 없는 매출이기 때문에 선수금을 포함한 기타부채를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현금흐름 유출로 표시하면서 서로 상계시킨다. 쉽게 말해 선수금 감소로 인한 현금 유출은 이전에 받았던 현금을 감소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부정적 이슈는 아니라는 의미다.
 
이은종 법무법인 진선 회계사는 “선수금은 들어올 때 현금흐름표에 현금 유입으로 표시되고, 대응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 현금흐름표에서 기타부채 감소로 잡히면서 현금 유출로 표시된다”라며 "특히 현금흐름표 작성할 때 매출액 만큼 현금흐름이 증가한 것으로 표시되는데, 실제 현금의 유입이 없는 매출액 만큼 선수금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현금흐름표에 표시한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기업 실적에서 회계상 실적인 매출과 영업이익보다 중요한 건 영업활동현금흐름이다. 실제 이 기업이 본연의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잘 벌어들이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기업 평가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영업활동에서 현금을 벌지 못하는 기업들은 재무활동을 통해서 자금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기업을 평가할 때 단순 실적보다 현금흐름을 유심히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이번 경우처럼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적자를 기록했다고 무조건 기업이 어려워졌다고 분석하면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선수금 감소에 따른 기타부채 감소로 부정적인 이슈는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처럼 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만 가지고 평가하는 경우 더욱 잘못된 해석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조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반면,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에서 부정적인 이슈는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크게 증가했을 때다. 매출채권은 물건을 팔고 돈을 받지 못할 경우에 증가하는 계정과목이다. 물론 매출이 크게 늘면 매출채권도 증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매출 증가율보다 매출채권 증가율이 더 높은 경우 대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재고자산도 매출 성장을 예측해서 원재료를 대량 매입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제품을 팔지 못해 재고자산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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