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젠, 소액주주와 경영권 분쟁 잇따라…FI도 지분 팔고 '엑시트'
지난 5월 이어 최근에도 소액수주 소송…사내이사 해임·선임 건 등
5년간 영업손실 지속…좀비기업 꼬리표 여전
소액주주 지분 61.25%…유상증자 여부 관심
공개 2023-10-26 06:00:00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애니젠(196300)이 올해 소액주주들과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면서 경영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소액주주들이 연달아 기존 경영진 해임과 신규 경영진 선임 건으로 소송을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애니젠이 좀비기업 꼬리표를 달고 있는 상황에서 오랫동안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던 에이티넘인베스트까지 전환사채(CB)를 보통주로 전환하고, 매도하면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애니젠 오송공장 전경.(사진=애니젠)
 
소액주주와 경영권 분쟁 2차전 돌입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애니젠의 소액주주인 윤상두씨 외 5명이 사내이사 및 감사의 해임·선임 건에 대해 소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니젠의 실적부진이 이어지면서 소액주주들과 경영난 타개 및 경영진 감시 역할을 목적으로 한 경영권 분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애니젠의 경영권 분쟁은 올해 5월부터 시작됐다. 공시에 따르면 5월19일 소액주주인 손석문 외 3인은 사내이사에 이승언·유충민·이성창·이재홍 선임, 감사에 김경남 선임 건으로 소송했다. 이에 애니젠은 임시주주총회를 열었지만, 김경남 감사 선임 외에 사내이사 선임에 대한 건은 부결되면서 분쟁이 막을 내리는 듯했다.
 
이 같은 경영권 분쟁에 대해 의견이 양립되고 있다. 애니젠 측은 재무상태가 악화된 상황에서 새로운 신규 이사로 선임한다면 보수 등으로 인한 자금 유출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실제 애니젠의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이사 3인의 보수 총액은 7800만원으로, 1인당 2600만원 수준이다.
 
또한, 신규로 선임하고자 했던 사내이사는 일동제약(249420) 대전지점 출신인 이종영씨를 제외하고는 제약·바이오 경험이 전무하다. 신규 사내이사로 추천된 이성창씨는 회계사 출신, 이재홍씨는 딜로이트안진 출신이다. 이승언 씨 또한 현재 보정피제이티 주식회사 대표로, 제약·바이오 경험이 없다.
 
신규 사내이사 선임이 부결되면서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소액주주인 윤상두씨 외 5인이 신규 사내이사에 대한 또 다른 소송을 하면서 다시 한번 경영권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윤상두씨 외 5인의 소송 관련 공시를 살펴보면 기존 사내이사(김재일·박지용·김영준)와 감사(전영수·김경남) 해임 건, 신규 사내이사(김정한·박영준·한승우·황지영·이경열·장보윤)와 감사(김기철) 선임 건이다. 기존에 손석문씨 외 3인이 추진했던 신규 이사 구성원과 다른 소송을 진행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주목된 것이다. 특히 지난 소송에서 소액주주들이 제안해 선임된 김경남 감사를 이번에 해임한다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5년 연속 영업손실…FI도 외면하는 모습
 
애니젠은 2017년 영업이익을 달성한 이래로 계속해서 영업손실이 발생해 좀비기업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 산업에서 지속적인 영업손실은 일련의 과정으로 여기지만, 영업이익을 달성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재무상태가 이목을 끄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애니젠의 영업손실은 26억원으로 나타났다. 2017년 27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한 이래로 2018년 52억원, 2019년 43억원, 2020년 10억원, 2021년 3억2139만원, 2022년 43억원 등 영업손실이 계속됐다. 이는 애니젠이 파이프라인을 2021년 7개까지 늘린 영향이 컸다.
 
애니젠의 연구개발비 추이를 살펴보면 파이프라인이 4개였던 2020년은 15억원(연구개발비율 17.4%)의 연구개발비를 기록했다. 2021년 파이프라인이 7개로 늘어나면서 21억원(20.9%)의 연구개발비가 발생했고, 이후 2022년 34억원(39.7%), 올해 상반기 14억원(84%)을 기록하며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통상 바이오 기업이 연구개발에 활발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지만, 자금 여력이 악화됐던 상황에서 임상 1상에 있는 유방암 치료제(AGM-130)를 제외하고는 전부 전임상 단계에 있다. 재무상태가 안 좋은 상황에서 바이오기업으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재무적투자자(FI)로 2018년부터 에이젠과 함께 했던 에이티넘인베스트까지 발을 빼는 분위기라 지속 경영에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는 2018년 애니젠의 제2회차 CB 100억원을 인수하면서 FI로 참여했다. 그러나 1년도 되지 않아 CB 전환가액이 리픽싱 한도인 1만5397원까지 하락했다. 당시 제2회차 CB의 표면 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은 1%로 이자율이 크지 않았다.
 
이에 에이티넘인베스트 2021년 CB 일부를 보통주로 전환했고, 올해 전환된 보통주를 일부 장내 매도하면서 CB 일부를 또 추가로 전환했다. 이후 남은 CB가 올해 6월 만기가 도래해 애니젠은 만기 이자율을 5%까지 올리며 1년 연장했지만,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3개월 만인 지난 9월 CB를 보통주로 전환했다. 이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애니젠 지분은 9.4%에서 5.48%까지 줄었다.
 
특히 에이티넘인베스트가 CB에서 전환된 주식을 장내 매도하면서 주가 하락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9월 2만3650원까지 올랐던 애니젠 주가는 에이티넘인베스트가 장내 매도한 이후 꾸준히 하락하면서 지난 9월 말 1만2560원까지 하락한 바 있다.
 
여기에 현재 애니젠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지 않은 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애니젠의 반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최대주주인 김재일 대표 지분 16.83%를 제외하고는 박지용(0.12%), 김영준(0.05%) 지분은 1%에 못 미친다. 소액주주의 지분이 61.25%에 달한다.
 
애니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유상증자 진행 계획이 있기 때문에 추후 (유상증자가) 끝나면 변동이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아직 계획이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김혜선 흥미로운 주제를 쉽게 전달하는 김혜선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