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 배상' 피한 삼성엔지니어링, 영업·재무 성과 확대 가속화
쿠웨이트 'CFP 프로젝트' 협력사 CCC, 삼성ENG·JV 상대 중재 신청 철회
재무건전성 확보 위한 운전자본 감소…현금보유고는 6600억원으로 줄어
2020년대 들어 영업실적·재무건전성 '동반 개선'
공개 2023-10-24 06:00:00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최근 쿠웨이트발 거액의 소송 리스크를 피한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이 실적 개선에 훈풍을 맞았다. 2010년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이후 재무건전성 강화에 오랜 기간 힘써온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 강동구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사진:삼성엔지니어링)
 
1500억 소송 리스크 해소…‘곳간’ 지킨 삼성ENG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중동지역 협력업체인 CCC가 쿠웨이트 정유공장과 관련해 삼성엔지니어링과 조인트벤처(JV)를 상대로 제기한 3000억원 규모 피해보상 중재 신청을 철회했다고 공시했다.
 
CCC는 지난해 7월28일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삼성엔지니어링과 JV인 페트로팩을 상대로 국제 중재를 신청한 바 있다. 두 기업으로 인해 쿠웨이트 정유 플랜트의 클린 퓨얼 프로젝트(CFP) 공사가 지연됐고, 이로 인해 CCC가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2014년 6월 패트로팩과 함께 쿠웨이트에서 CFP 사업을 수주했다. 공사비는 당시 환율 기준 약 4조원에 달했고,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은 약 1조7000억원 규모였다. CCC의 중재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삼성엔지니어링은 약 1500억원을 배상해야 했다.
 
그러나 삼성엔지니어링·페트로펙과 CCC의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중재 신청이 철회됐다. 삼성엔지니어링으로선 거액의 소송 리스크가 해소된 셈이다.
 
올 들어 삼성엔지니어링의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연결 기준 1조4120억원에 달했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올해 6월 말 기준 6677억원으로 7443억원 줄었다.
 
특히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6620억원을 기록하면서 현금성자산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 초과청구공사 등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올 상반기 삼성엔지니어링의 매출채권은 1891억원, 미청구공사는 3225억원 감소했다. 매입채무 및 미지급금도 2837억원, 초과청구공사도 4326억원 각각 줄었다. 이에 따라 순운전자본이 1조2921억원 감소했다.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자산을 털어내고 긍정적인 현금흐름 감소를 기록했음에도 CCC의 중재 신청이 받아들여져 1500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다면, 부담이 더욱 가중됐을 것으로 보인다.
 
10년 만에 ‘실적 반전’ 노리는 삼성ENG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5조3193억원, 영업이익 569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2%, 영업이익은 73.8% 증가했다. 특히 올 2분기에는 영업이익률 12.3%를 달성하면서 2010년 2분기 이후 13년 만에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2010년대 해외 플랜트 사업들에 대한 저가수주가 이뤄졌고, 원가율까지 폭등하면서 삼성엔지니어링은 대규모 영업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2013년 1조280억원, 2015년 1조4543억원의 영업손실이 각각 기록됐다. 이로 인해 당시 삼성엔지니어링은 1조원이 넘는 유상증자를 받고, 사옥 매각에 나서기도 했다.
 
2010년대 후반부터 영업 실적 개선과 함께 재무건전성 회복을 공격적으로 추진한 결과 2018년 362%였던 부채비율은 2022년 202%, 올해 6월 말 137.7%로 정상 범주에 도달했다.
 
올해 3분기에도 호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3분기 매출 2조6930억원, 영업이익 2092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5%, 30.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까지 화공부문 신규수주는 다소 더디지만, 관계사 공사 수주 효과로 3분기 실적은 컨센서스에 부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말 기준 화공 부문 수주가 부재한 점은 다소 아쉽지만, 사우디 파드힐리 가스 등 경쟁입찰 3건 등 양질의 수주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만큼 연내 화공 수주 목표 6조원 달성 가능성은 열려 있다”라며 “‘양보다 질’을 추구하면서도 어느때보다 우량한 재무구조 및 투자여력을 갖추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영업·재무 성과에 2013년부터 중단된 배당이 재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이익잉여금은 2021년 12월 1조116억원에서 2022년 12월 1조6765억원, 올해 6월 2조1638억원을 기록 중이다. 매년 5000억원 이상의 이익잉여금이 쌓이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수익성 중심의 프로젝트 관리와 내실 경영으로 안정적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혁신기술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한편, 에너지 트랜지션 시대에 수소 및 탄소중립 등 신사업 추진을 가속화해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권성중 IB토마토 권성중 기자입니다. 어려운 사실도 쉽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