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해상풍력' 진출 가속화…SK그룹과 '정면 승부'
현대건설-현대스틸산업, 국내 해상풍력 EPC 사업 적극 추진
현대건설 "2030년 해상풍력 11.8조 수주 목표"
한발 앞선 SK에코플랜트-SK오션플랜트와 경쟁 불가피
공개 2023-10-13 06:00:00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현대건설(000720)이 해상풍력시장에 본격 진출해 자회사와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해상풍력시장에서 글로벌로 무대를 넓히고 있는 SK에코플랜트와의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과 현대스틸산업이 시공 중인 제주 한림 해상풍력발전단지 조감도.(사진=현대스틸산업)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자체개발 해상풍력사업 5개(연간 전력생산량 1.7GW)와 입찰 예정 프로젝트 3개(1.5GW)를 보유하고 있다. 총 사업비 규모는 약 16조원으로 추산된다. 
 
현대건설은 1980년 설립된 철 구조물 전문기업 현대스틸산업의 지분 100%를 소유해 자회사로 두고 있다. 현대스틸산업은 해상풍력 하부기초구조물 제작·설치와 상부 터빈 설치, 유지보수 등 해상풍력건설공사의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해상풍력 기초 제작 부문 시장점유율은 97%에 달한다. 지난 2017년 준공한 제주 탐라 해상풍력발전단지와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등의 설계·구매·시공(EPC)에 현대건설과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자회사가 보유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해상풍력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설계·구매·시공(EPC) 방식 공사를 직접 지분을 투자하는 자체 사업으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괄목할 만한 실적 성장세가 기대되고 있다.
 
실제 현대건설은 현재 제주에서 시공 중인 제주 한림 해상풍력단지 프로젝트에 지분 10%(약 600억원)를 직접 투자했다. 현대스틸산업 역시 이 프로젝트의 하부구조물 제작·설치 및 상부구조물 설치 공사를 맡았다. 신동현 현대차증권(001500) 연구원은 “이 사업의 총 사업비는 6303억원, EPC 공사비는 4933억원으로 대형 화공 프로젝트와 비교했을 때 크지 않은 수준”이라면서도 “현대건설이 지분투자 및 EPC 수행사로 참여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운영·시공 중인 모든 해상풍력 단지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라며 "현대건설이 해상풍력사업 전반을 육성하고, 자회사 현대스틸산업과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국내 해상풍력 발전 용량은 2030년까지 12GW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국내 시장의 약 30%에 해당하는 총 11조8000억원 규모 공사를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대스틸산업도 현대건설과 함께 해상풍력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현재 1136억원 규모 전남 자은해상풍력 1단계 100MW 사업과 315억원 규모 제주 한림 해상풍력단지 프로젝트를 수주해 수행하고 있다.
 
올 들어 실적 성장세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스틸산업은 지난 2021년 매출 2750억원, 당기순이익 152억원을 달성한 뒤 2022년 매출 2035억원, 당기순손실 13억원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매출 1324억원, 반기순이익 31억원으로 반등을 예고할 만한 실적을 올렸다.
 
 
 
재무구조 역시 안정적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현대스틸산업의 자산총계는 5554억원, 부채총계는 801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7%에 불과했다. 또한 현금성자산도 935억원으로 부채 규모를 훌쩍 넘어선다.
 
현대차그룹-SK그룹, ‘해상풍력’ 경쟁 예고
 
현대건설과 현대스틸산업이 국내 해상풍력발전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는 동안 SK에코플랜트도 자회사 SK오션플랜트(100090)와 함께 글로벌 해상풍력발전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모두 종합건설사와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생산하는 자회사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친환경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현대차(005380)그룹과 SK(034730)그룹이 해상풍력으로 경쟁하게 될 전망이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국내 해상풍력시장 내 건설사가 참여 가능한 시장은 2030년 12GW, 33조2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상풍력발전시장에서는 SK그룹 계열사들이 한 발 앞서있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SK에코플랜트의 연결 기준 매출은 3조9272억원, 영업이익은 177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4.5%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기간 SK오션플랜트는 10.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또한 487억원인 SK오션플랜트의 영업이익은 모회사가 거둔 영업이익의 27.4%에 달한다.
 
SK오션플랜트는 올 상반기 매출 4776억원, 영업이익 48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1324억원, 반기순이익 31억원을 기록한 현대스틸산업에 비해 높은 영업실적을 보이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자체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현대건설·현대스틸산업과 달리 SK에코플랜트와 SK오션플랜트는 국내외 도급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SK에코플랜트가 국내 기업 최초로 500MW급 해상풍력 운송 및 설치(T&I) 사업을 따냈다. 안마해상풍력으로부터 532MW 규모 전남 영광군 안마도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해상풍력 T&I 사업의 우선공급계약(PSA)를 체결한 것이다. 향후 이 사업의 착공이 이뤄지면 SK오션플랜트의 참여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시장 환경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해상풍력 사업은 대용량 터빈을 적용한 사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자체 보유 장비와 국내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기존의 해상 시공능력과 지식재산권 및 특허,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해상풍력 관련 신사업을 추진하고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권성중 IB토마토 권성중 기자입니다. 어려운 사실도 쉽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