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포스코스틸리온(058430)이 국내 건축 및 가전 전방산업 부진과 원가율 상승으로 인한 실적 부진을 수출로 개선하려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수출 시장도 도금강판 수요 감소와 컬러강판 경쟁 심화로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스틸리온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도 어려워 현 사업구조를 유지하며 고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방산업 수요 부진·가격 조정 걸림돌 '실적 악화'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스틸리온의 연결기준 상반기 매출은 591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7152억원)보다 17.3% 줄었다. 영업이익 감소폭은 더 컸다. 올 상반기 포스코스틸리온의 영업이익은 1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27억원) 대비 73.1% 감소했다. 도금강판 및 컬러강판(강판)의 국내 주 수요처인 건설 및 가전시장 침체와 강판 판매 가격 하락폭이 원료 매입 가격 하락폭보다 더 커 수익성이 줄어들고 있다.
강판이 많이 사용되는 건설시장 침체는 올해 들어 심화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축착공 면적은 3만5894㎡(제곱미터)로 지난해 상반기 5만8452㎡에 비해 38.6%나 줄었다.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가전제품 판매액은 16조690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8조1891억원)보다 8.2% 줄었다. 국내외로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그에 따른 부동산 자금 조달 문제와 소비심리 위축 문제가 강판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원료 가격에 비해 강판 가격이 더 많이 떨어지는 상황도 수익성이 줄어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원료 공급사들은 올해 전기요금 상승 등 생산 비용 증가를 이유로 원료 가격 인상 혹은 소폭 인하하는데 그쳤다. 그에 반해 강판 가격은 공급 증가와 수요 감소가 겹치며 가격이 하락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에 비해 6월 원료인 냉연강판 가격은 톤당 7천원 인하되는데 그쳤고, 아연도금강판은 반대로 1만4천원 인상됐다. 그에 반해 강판 제품 가격은 같은 기간 5만원 인하됐다. 매출은 줄어드는데 제조원가는 오르는 상황이다.
다만, 강판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쉽사리 개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가격이 인상될 경우 가격에 민감한 가전사, 건설현장 등에서 가격이 저렴한 다른 제조사 강판으로 갈아타는 등 수요 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전방산업 위축에 수요사들이 강판 가격에 더 민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료 가격에 비해 강판 가격 하락 폭이 커지면서 원가율도 90%를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포스코스틸리온의 원가율은 92.9%로 지난해 상반기 원가율(89.3%) 대비 3.6%포인트 늘었다. 냉연강판과 아연도금강판 매입액(4090억원)은 포스코스틸리온 전체 매출원가(5494억원)의 74.4%를 차지하고 있어 원료 가격에 연동한 강판 가격 조정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매출 축소, 고부가가치 강판 수출로 돌파···효과는 ‘미미’
포스코스틸리온은 상반기 실적 악화를 수출로 극복하려고 하지만 효과는 현재 미미한 상황이다. 포스코스틸리온은 지난 2분기 수출 가격을 인상했지만, 수출액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감소했다. 포스코스틸리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252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315억원)에서 23.7% 줄었다. 수출량도 같은 기간 4천톤 증가하는데 그쳤다.
수출 확대 전략이 효과를 크게 발휘하지 못한 원인은 해외 도금강판 수요 감소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스틸리온의 수출국인 중국에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에 사용되는 도금강판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도금강판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머플러 및 엔진 방열판 제조에 사용된다. 중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내 전기차 등 신에너지자동차 생산비율은 28.6%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6.7%포인트 증가했다. 동시에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된 도금강판 수출액도 올해 상반기 2억4809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3억1257만달러)보다 20.6% 감소했다.
컬러강판 수출도 경쟁 심화로 어려운 상황이다. 컬러강판 시장 호황에
KG스틸(016380),
아주스틸(139990) 등 주요 컬러강판 제조사들이 지난해부터 각각 연간 생산능력을 30만톤, 10만톤씩 늘렸다. 그러나 국내 수요 감소로 국내 컬러강판 제조사들이 수출로 눈을 돌리며 수출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 컬러강판 수출량은 올해 1월부터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컬러강판 수출량은 7만6천톤이었지만, 7월 수출량은 9만8천톤까지 늘었다. 반면 수출총액은 줄어들고 있다. 지난 1월 컬러강판 수출액은 1억3099만달러였지만 7월에는 1억6029만달러를 기록했다. 컬러강판의 톤당 수출 가격은 같은 기간 1723달러에서 1636달러로 하락했다.
컬러강판 수출량은 늘고 수출액이 줄어드는 현상은 경쟁이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철강업계에서는 컬러강판 수출 경쟁에 결국 가격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포스코스틸리온이 수출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컬러강판 수출 정책을 지속할 경우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컬러강판 업계의 기술력이 전반적으로 우수한 가운데 결국은 가격 경쟁력이 실적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스틸리온이 강판 수요가 국내외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 차체 강판 등 매출 외형을 늘릴 수 있는 관련 사업이 있지만 포스코스틸리온이 당초 포스코의 도금강판 사업을 담당하기 위해 설립됐고 이미 포스코가 차체 강판 사업을 하기 때문에 포스코스틸리온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시각이다.
포스코스틸리온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포스코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확대 및 개척해 나가는데 노력할 예정”이라며 지속적으로 수출 확대 전략을 이어나갈 것임을 밝혔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