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채권 주관 실적에서 업계 1위를 다투고 있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005940)이 3분기에 찾아온 회사채 시장 가뭄을 딛고 하반기 치열한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채권자본시장(DCM)의 대어 격인 SK그룹의 회사채 발행 주관에서 어느 증권사가 승기를 잡을지 주목된다.
3분기에 찾아온 회사채 시장 가뭄
여의도 증권가 (t사진=IB토마토)
23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2023년 7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기업자금 현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은 1분기 크게 증가한 뒤 2분기부터는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7월까지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총 4조원으로 1분기에 9조7000억원 순발행됐으나 4∼7월엔 5조7000억원 순상환됐다.
이에 반해 기업들의 은행대출은 늘어가는 추세로 7월 중 은행의 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8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 6월 5조5000억원 증가 대비 증가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이로써 기업의 은행 대출 잔액은 작년 7월 대비 12조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3분기에 찾아온 회사채 가뭄은 2분기까지 활황을 이어간 회사채 발행 행진과는 대조적이다. 앞서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레고랜드 사태의 수습과 채권시장 금리 안정화로 기업들의 일반회사채 발행이 이어졌다. 하지만 상반기 선제적인 자금 확보를 진행한 기업들이 3분기 들어 금리 상황 추이를 지켜보는 전략을 취하면서 회사채 발행 행진은 멈췄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일반회사채 발행규모는 32조5034억원으로 전년 동기 21조5725억원 대비 50.7%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8조5705억원과 비교하면 279% 급증한 수치로 A등급 일반회사채 발행 비중은 14.1%, BBB등급 이하는 2.7%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p, 5.1%p 감소한 반면 AA등급 이상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73.8%에서 올해 상반기 83.1%로 9.3%p 증가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회사채 발행이 이어졌었다.
김은기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기업들이 올해 1분기 선제적으로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해 여유 현금이 있는 상태"라며 "9월 중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와 그에 따른 시중 금리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 금리 안정기 전까지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큰 관심을 갖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DCM시장 승부처 된 SK그룹 회사채 발행 주관
이 같은 상황에서 하반기 DCM시장에선 SK그룹의 회사채 발행이 시장 순위를 가를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그룹은 신규사업 투자액 증가로 DCM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034730)는 오는 9월 3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이번 회사채 발행은 9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과 운영자금을 위한 발행으로 전망되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SK그룹의 회사채를 얼마나 주관하느냐가 DCM 시장의 순위변동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증권사별 채권 주관 실적에서 KB증권은 3조6000억원을 주관해 1위를 기록했다. 반면 1위를 바짝 뒤쫓고 있던 NH투자증권은 2조9000억원을 기록해 좁혀진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하지만 빅딜 몇 번에 순위가 뒤집힐 수도 있는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SK그룹의 회사채 발행액은 총 7조8410억원으로 집계됐다. 30대 그룹 중 회사채 발행액 기준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 중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SK그룹 계열사 발행 채권 인수에서 금액 기준 비중은 12.58%, 11.26%를 차지해 각각 3위, 4위를 차지했다.
당장 다음달로 추진하고 있는 발행 건은 SK그룹 지주사 SK 회사채 발행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지주사 SK는 현재 주간사 선정에 대해 국내 주요 증권사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K는 올해 5월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3000억원 모집에 총 1조7800억원 매수 주문을 받아 흥행에 성공했고, 기존 3000억원에서 6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했다. 이번 회사채 발행은 9월6일과 7일 만기가 돌아오는 1500억원, 1100억원 상환과 투자 운용자금으로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사채 발행에서 이전 발행과 비슷한 수준의 금액 비중을 차지한다면 KB증권과 NH투자증권 모두 500억원 내외의 인수 실적을 기록한다. 딜 한번으로 순위를 뒤집을 순 없겠지만 반도체와 배터리로의 시설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SK그룹의 채권 발행에서 존재감 확대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SK그룹과 같은 경우
SK증권(001510)과의 관계가 이어지고 있어 아마 향후 상당 부문의 채권발행에서도 SK증권과 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하지만 SK증권은 중소형 증권사인 만큼 SK그룹의 DCM에서 KB증권과 NH투자증권 등 시장의 선두권 기업의 존재감도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DCM 업무에서 국내사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채권 주관에도 참여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국내 대어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DCM도 순위 변동에 영향을 주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