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림, 주춤한 해외사업 기대감…정비사업 지위는 '흔들'
상반기 해외 매출 비중 9% 수준…다만, 베트남 등 수주 성장세
여타 지역서도 수주 기대감 확산…사우디·우크라서 대형 프로젝트
압구정3구역 사태 등 잡음 발생… 정비사업 수주 악영향 전망도
공개 2023-08-24 06:00:00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국내 건축설계사무소 중 유일한 상장사인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희림(037440))가 상반기 해외 시장에서의 부진을 딛고 수주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동남아 등지에서 안정적인 수주고를 올리고 있는 것에 더해 사우디 네옴시티,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 참여도 가시화하고 있어 ‘수주 포트폴리오’ 확장이 기대되고 있다.
 
다만, 최근 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3(압구정3구역)의 재건축 설계용역 과정에서 심화된 서울시와의 갈등으로 ‘정비사업 설계용역의 강자’ 지위가 흔들리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희림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1088억원, 영업이익 3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기록한 매출 1071억원, 영업이익 33억원과 비슷한 실적을 보였다.
 
희림은 올 상반기 91.3%의 매출을 국내 건축·CM부문에서 올렸다. 1088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동안 994억원을 국내에서 기록했다. 해외 매출은 8.7% 수준인 94억원에 불과했다. 지난 2021년 상반기 15.9%(156억원), 2022년 상반기 19.8%(211억원)를 각각 해외에서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올 상반기 해외에서의 성과는 다소 적은 수준이다.
 
이는 한 국가에서 ‘몰아치기 수주’를 달성했던 예년과 달리 여러 국가에서 작은 규모의 사업들을 수주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2021년 상반기에는 카타르(47억원)와 캄보디아(39억원), 베트남(30억원) 등지에서, 2022년에는 베트남(96억원), 캄보디아(75억원), 아제르바이잔(22억원) 등지의 매출 비중이 컸다. 반면 올해 상반기에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에서 각각 17억원, 1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고, 기타 국가에서 56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 건축설계 용역과 건설사업관리(DCM) 물량이 예년 대비 줄어들면서 국내 건축설계사무소 중 해외에서 적극적인 수주를 기록한 희림의 실적도 감소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기대감 키우는 주요국 호재
 
다만, 희림은 최근 베트남에서 적극적인 수주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내 수주액이 전년(140억원) 대비 31% 증가한 184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8월에는 베트남 현지 기업인 에보컨셉, 밸류아시아베트남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공략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희림은 이달 초에도 베트남 롱탄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시공단계 감리자문용역 계약을 따냈다. 지난 2018년 이 공항 설계 초기단계인 기본설계와 2021년 실시설계를 따낸 데 이은 세 번째 수주이고, 롱탄국제공항 프로젝트 관련 수주액만 총 280억원 규모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때마다 꾸려지는 경제사절단에도 매번 포함되면서 수주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현시점 가장 가능성이 큰 프로젝트는 사우디 ‘네옴시티’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다.
 
희림은 지난달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네옴시티 전시회 및 로드쇼에 참여해 미래도시 구상과 현안을 제시하고, K-스마트시티를 바탕으로 한 스마트시티 계획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회사는 앞서 사우디 수주지원단의 일원으로 현지를 방문해 발주처 관계자들과 네옴시티 프로젝트 참여와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대사관 관저 신축공사 CM용역, 오데사 파크 마스터플랜 수립 등 우크라이나 현지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 기대감도 키우고 있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연구원은 “국내 최대 해외법인지사를 바탕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우크라이나 인접 국가에서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현지 건축법과 시장 이해도를 높여왔다”라며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본격화시 설계·CM 수주 증가를 전망한다”라고 분석했다.
 
국내 정비사업 최강자 지위는 '불안'
 
희림은 은마아파트 재건축, 장안평 중고차매매센터 재개발사업, 세운상가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등 국내 굵직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설계·CM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진행된 압구정3구역 재건축 사업의 설계사 선정 공모에서 희림 컨소시엄이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용적률 상한선(300%)을 초과한 360%의 설계안을 제시해 설계사로 선정됐지만, 경쟁사인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이 '공모지침 위반'을 주장했다. 서울시도 희림을 사기미수와 업무방해, 입찰방해 혐의로 고발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럼에도 재건축 조합이 희림의 설계사 선정을 강행하자 서울시는 이에 ‘무효’ 입장을 밝혔다.
 
희림 컨소시엄이 압구정3구역에 제안한 ‘더 압구정’. (사진:희림종합건축설계사무소)
 
서울시는 후속조치로 압구정3구역에 대한 조합 실태조사를 실시하면서 해당 사태로 압구정 재건축 사업 자체의 변수가 커진 상황이다. 압구정 4구역과 5구역의 재건축 사업도 현재 진행 중이다.
 
당초 압구정3구역 재건축 사업은 설계용역비만 약 3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정비사업으로 평가받았다. 희림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 1088억원의 약 30%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처럼 최근 서울시와의 갈등이 격화됨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나올 서울시 내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건축설계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신통기획의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희림에 대해 지나치게 강경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경향도 있지만, 희림 역시 압구정3구역 수주를 위해 ‘모험수’를 뒀던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향후 정비사업 수주에 어떤 식으로 작용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희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에서 예년과 다름 없는 수준의 수주를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 일부 사업에 대해서만 매출로 인식돼 해외 매출 비중이 줄어든 것"이라면서 "올 하반기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수주한 사업의 매출이 반영된다면 상반기보다 높은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권성중 IB토마토 권성중 기자입니다. 어려운 사실도 쉽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