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피플
노은우 한화투자증권 글로벌투자실장
진출 시장에 대한 분석과 비교우위 포커싱에 집중
70여개 증권사 난립한 시장서 디지털 거래원장 구축 전략 통해
해외 진출 가장 필요한 재원은 현지 금융전문가…인력 양성할 것
공개 2023-08-14 06:00:00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한화투자증권(003530)이 국내 증권사로는 여섯번째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한다. 인도네시아 내 영업망을 가진 증권사를 인수해 리테일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노은우 한화투자증권 글로벌 투자실장은 한화투자증권의 첫 해외 진출인 베트남 시장에서 영업망 구축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구축을 이끌었다.
 
노은우 실장이 말하는 해외시장 공략의 핵심은 철저한 진출 시장 분석과 비교우위에 포커싱하는 일이었다. 한화투자증권은 해외시장 진출 이전부터 시장 분석에 전력을 쏟았고, 디지털이란 비교우위를 찾아 특화 시키는데 집중했다. 한화투자증권 해외사업 최전선에서 사업을 이끈 그로부터 해외시장 진출 노하우와 앞으로의 사업 전망을 들어본다.
 
노은우 한화투자증권 글로벌투자실장 (사진=한화투자증권)
 
다음은 노은우 실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현재 하고 계신 업무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 부탁드린다.
△한화투자증권 CEO 직속 글로벌투자팀에서 지난 2018년 준비작업부터 첫 해외진출지인 베트남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사업에 참여해 시장 조사와 평가, 진출 계획과 운영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의 해외시장 진출기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린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전 몇몇 증권사들이 미국과 선진시장에 진출을 했다가 철수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 다시 상대적 비교우위를 가진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019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2020년 싱가포르, 뒤를 이어 올해 인도네시아 진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처음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을 때 이미 여러 국내 금융기관이 진출해 있던 상황으로 안다.  그 당시 한화투자증권이 가졌던 전략은 무엇이었나?
△해외 진출을 준비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은 파견 후보 인력이 자율권을 갖고 시장 분석과 비교우위를 찾아 포커싱하는 작업이었다. 법인장을 중심으로 진출 후보지의 사회적·문화적 배경을 파악하고 시장의 성장성과 현재 갖춰진 인프라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따져 고려했다. 첫 해외진출지로 베트남이 선택된 이유도 유교문화권으로 한국과 동질성을 가지고 있고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서의 성장성에 주목해서 진출하게 됐다.
 
-여러 증권사들이 해외시장 진출 초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화투자증권의 베트남 시장 진출을 위해 실시한 한화투자증권만의 노력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해외진출 초기 몇 개의 원칙을 세우고 시작했다. 첫째, 현지 금융사와 증권사와 같은 환경에서 경쟁하지 않는다. 둘째, 자본 덩치 싸움을 하지 않는다. 셋째, 디지털 최적화에 초점을 맞춘다가 그것이다. 특히 디지털 최적화는 단순히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도입하고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기반 데이터 설계부터 기반을 다진다는 각오로 시작했다.
베트남에서도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원과 예탁결제원 같은 기관이 있고, 많은 경우에서는 거래원장을 관리할 때 이들과 협력하고 그들이 쓰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럴 경우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는 증권 서비스의 핵심이 되는 원장 시스템을 외부에 의존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초기에 노력했다. 현재도 현지 직원들 중 50%가량은 IT 관련 직군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자체 원장 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에 보다 빠른 거래 시스템 제공과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 제공이 가능했다.
 
-현지 안착에 성공한 베트남 금융투자시장의 현황과 비전에 대해서 말해달라. 
△베트남 시장은 우리나라가 그랬던 것처럼 70여개 증권사가 난립한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과의 경제 규모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현지 1위 증권사인 사이공증권의 자기자본이 최근 들어서야 1조를 돌파했을 만큼 자본시장 발전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실제 전체 인구 9000만명 중 진출 초기만해도 증권계좌를 가지고 있는 인원은 200만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베트남 경제의 성장만큼 개인의 투자 욕구도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초기 시장 구축에선 개인에게 친숙하고 가까운 브랜드로서 자리를 잡는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사업적 진전이 있을 것이다.
 
-인도네시아 시장은 어떤 시장인가?
△많은 사람들이 동남아 시장에 대해서 생각할 때 '서로 비슷할 것이다'라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현장을 가보면 동북아 한중일 3국이 서로 다르듯이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서로 문화와 인프라, 사회구조 등이 서로 다르다.
베트남의 경우 동북아시아와 비슷한 면이 많았다. 유교의 영향으로 교육열이 높고 직원 개개인별의 출세와 성공 의지가 확고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또 달랐다. 이슬람 국가이고 지리적으로도 섬으로 나뉘어 있어 베트남에서 적용한 문화적 요건을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됐다.
인도네시아 시장은 현재 세계 4위의 인구와 자원으로 뭔가 사람들 사이에서 여유로움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막강한 화교 자본의 영향으로 사실상 해외 기업의 시장 진출이 이들을 통하지 않으면 이뤄지기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하면서 현지 재계서열 6위권 규모의 기업과 협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직은 브로커리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향후 사업 확대 계획은 있는가?
△물론 향후 IB와 채권, 기업금융과 같은 영역으로까지 사업을 확대할 생각이다. 하지만 그전에 그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고 진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재원은 바로 현지의 금융전문가다. 한국 사람인 나와 한국 회사인 한화투자증권이 아무리 노력해도 현지의 깊숙한 속사정까지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현지의 금융과 IT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대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현지에 녹아드는 것이고, 그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사업영역이 일반 개인이 접할 수 있는 브로커리지 사업이며, 이를 위한 핵심에는 디지털이 있다.
 
-글로벌사업부를 운영하면서 느낀 소회가 있다면 말해달라.
△지난 2018년 시작한 사업이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발발 이후 위기를 맞았었다. 해외 출장과 복귀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고 일부 직원들의 경우 현지에서 코로나가 잠잠해진 2022년까지 한차례의 귀국도 없이 현지에서 홀로 지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 종식 이후 다시 사업이 가속을 붙었다는 점이 정말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힘들었지만 같이 해준 동료 직원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