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영에 드리운 '유동성 리스크'…돌파구 찾기 고심
지난해 CAPEX 증가 영향에 올해 1분기 유동비율 73.3%로 쪼그라들어
일반용 커패시터 필름 숏티지 발생해 EBITDA는 개선 중
전기차용 박막 필름, 도레이 과점 시장 침투율이 관건
공개 2023-08-03 06:00:00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삼영(003720)이 현금성자산이 줄어들면서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가지고 있는 자산 중 빚을 갚을 수 있는 돈이 턱없이 모자라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는 탓이다. 삼영은 적자사업부의 중단과 함께 커패시터 필름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면서 대응에 나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영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유동비율이 73.3%에 머물고 있다.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차입금은 485억원 수준이지만,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약 67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비율은 통상적으로 200% 이상으로 유지되는 것을 이상적으로 보며 100%가 안 된다는 것은 현금성 자산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을 의미한다. 삼영 측은 영업활동현금흐름 개선을 통해 금융부채 상환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패시터 필름 시장은 도레이가 과점하고 있는데, 도레이가 전체 생산라인을 전기차용으로 전환함에 따라 일반용 커패시터 필름 시장 전반의 숏티지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커패시터 필름 가격은 상승 중이고, 삼영은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으나 국내 및 해외 주문량에 비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현금창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커패시터 필름 증설에 CAPEX 부담 확대…유동비율 73.3%
 
삼영은 국내 유일의 커패시터 필름 제조업체다. 커패시터 필름은 전기차용 콘덴서와 인버터 외에도 친환경에너지인 태양광, 풍력에 사용되는 인버터등 모든 전기·전자 제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필름형 콘덴서의 핵심 소재로 쓰인다. 
 
삼영은 일반용 커패시터 필름 수요 대응과 함께 전기차용 초박막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2021년 6월 27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는데, 이에 따라 지난해 자본적지출(CAPEX)이 약 210억원으로 전년대비 154.6%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상각 전 이익(EBITDA)은 78억원으로 16.3% 감소하면서 현금성자산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CPP필름, PE랩, 우유팩 사업부 매출이 감소하면서 약 60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탓이다. 올해 1분기 필름 사업 가운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증가한 포트폴리오는 커패시터 필름(21.2%)이 유일하다.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119억원에서 올해 1분기 67억원으로 줄었고, 유동비율은 79.1%에서 73.3%로 하락했다. 차입금 구조는 하나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단기차입금이 45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적자사업 중단 및 커패시터 필름 매출 증가로 수익성 확대
 
다만, 토지와 건물에 대해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한 채권최고액이 546억원이고, 커패시터 필름 호조와 적자 사업 중단으로 현금창출력이 강화됨에 따라 단기 유동성 대응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삼영에 따르면 커패시터 필름 판매가격은 2021년 ㎏당 4321원, 지난해 5725원, 올해 1분기 5844원으로 꾸준히 상승 중이다. 현재 주문량이 폭주해 1분기 기준 95.2%의 가동률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커패시터 필름 호조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3.6%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5%포인트 상승했고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29억원으로 39.2% 증가했다. EBITDA 대비 차입금은 4.7배로, 지난해 1분기 4.5배보다는 높지만, 지난해 말 6.9배보다 낮아지면서 부담을 덜었다.
 
적자 사업인 CPP필름은 지난해 말, PE랩은 올해 2분기부터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우유팩 사업부도 하반기 내 중단할 예정이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적자사업부의 정리와 자회사 삼영중공업의 실적 턴어라운드로 올해부터는 커패시터 필름을 통한 안정적인 실적 성장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삼영화학의 캐퍼시터 필름(사진=삼영화학)
 
친환경차량용 커패시터 필름 증설 완료…도레이 과점 시장 속 침투율이 관건
 
글로벌 커패시터 필름 시장은 일본 도레이와 왕자제지가 독과점하고 있고, 삼영은 10%로 글로벌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전기차용 커패시터 필름은 도레이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를 왕자제지가 대응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영도 현재 친환경차량용 필름(3.5㎛)을 출고하고 있는데,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주로 적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동기기 소형화에 따라 인버터 및 콘덴서는 초박막화 및 고내열성, 고내구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삼영은 2.3㎛ 제품 테스트를 완료하고 자동차 적용 시험을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독일 증착업체에서도 테스트 결과가 친환경차량용으로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현재 제품 신뢰성, 열충격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친환경 전기차용 초박막 캐퍼시터 필름 라인은 올해 4월 증설이 완료됐고 6월 가동을 목표로 했으나 수율 문제로 7월 말~8월 초 본격 가동할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커패시터 필름의 CAPA는 8000톤이고 실제 생산량은 약 6600톤에 가까운데, 신규라인이 가동하면 실제 생산량이 1만1400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친환경차량용 필름의 유의미한 실적 반영 시점을 2024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승수 연구원은 "본격적인 전기차용 공급이 2024년부터 전체 커패시터 필름 중 18%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전기차용 필름 단가가 일반용 대비 3~5배 높기 때문에 유의미한 믹스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관건은 도레이가 과점하고 있는 친환경차량용 필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다. 삼영 측은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 <IB토마토>는 삼영 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