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폭우…건설업계 ‘우발채무’ 리스크 확대
재시공 사례 추가 발생 가능성…상반기 하자보수 신청1290건
최근 폭우 인한 침수피해 겹쳐…하자보수 이슈 점화될지 관심
공개 2023-07-21 06:00:00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최근 공동주택 부실시공 이슈가 주택건설사들의 경영환경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 사례까지 늘어나며 공동주택 하자보수 등에 쓰일 현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의 후폭풍을 겪고 있는 GS건설(006360)의 경우 대규모 현금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이’ 브랜드 가치 하락은 물론, 이로 인한 수주 경쟁력 약화까지 우려되고 있다. 최근 건설업계에 불어닥친 부실시공 논란이 타 건설사로도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달 6일 인천 계양구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 아파트 전경.(뉴시스)
 
GS건설 발(發) 부실시공 여파 ‘일파만파’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GS건설은 3400억~3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사고 발생 전 GS건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700억원 수준이었다. 아파트 재시공 관련 비용 약 5500억원을 올해 상반기 결산 손실로 반영한 결과다.
 
이달 초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사고원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산된 검단신도시 아파트 철거 및 전면 재시공 소요 기간은 약 5년에 달하고, 비용은 약 최대 1조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GS건설은 지난 6일 공시를 통해 “당사는 철거공사비, 신축공사비, 입주예정자 관련 비용을 감안해 약 5500억원을 2023년 상반기 결산에 손실로 반영할 계획”이라며 “자금은 철거부터 신축 아파트 준공때까지 약 5년간 분할해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일부 건설사의 부실시공에 따른 하자보수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GS건설의 사례처럼 ‘전면 재시공’에 나서야 할 수 있다.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이 소요될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주택건설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허종식(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10대 건설사 중 최근 3년(2020~2022년)간 GS건설은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573건의 사건이 접수되며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고, 이어 △HDC현대산업개발 376건 △대우건설 295건 △롯데건설 229건 △현대건설 203건 등 순이었다.
 
또 국토부와 국토안전관리원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하자심사 신청건수는 총 1290건에 달했다.
 
하자심사 신청건수가 최근 3년간 가장 많았던 GS건설의 현장에서 이번 붕괴사고로 인한 재시공 상황까지 발생한 셈이다. 그러나 다른 건설사들 역시 마음을 놓을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롯데캐슬이 시공한 ‘상일동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의 한 개 동에선 철근다발이 외벽을 뚫고 나와 있는 사례가 접수됐고, 대우건설의 인천 ‘검암역 로열파크시티 푸르지오’에서도 침수 피해 사례가 알려졌다.
 
이처럼 크고 작은 부실시공 사례가 알려지며 주택건설업계의 준공 후 입주 단계부터 지출되는 하자보수 비용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정부에 부실시공 개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야권에서 이에 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선 국토부는 GS건설이 공사 중인 전국 83개 건설현장에 대한 특별 점검을 진행해 8월 중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커지는 ‘우발채무’ 리스크…대형·중견사 양극화 심화
 
GS건설은 이번 사고 수습으로 5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지만, 충분한 현금보유고에 수년간 보수적으로 설정해 놓은 하자보수 충당부채를 활용해 위기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아파트 하자분쟁과 공사 중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높은 수준의 충당부채를 쌓아왔다. <IB토마토>가 2022년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10대 건설사들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이들 업체의 하자보수충당부채 총액은 2조3887억원에 달했고, 공사손실충당부채 총액은 1조2235억원을 기록했다. 충당금은 재무상태표상 충당부채로 인식되고, 손익계산서상 비용으로 처리된다.
 
검단 아파트 재시공을 해야 하는 GS건설의 하자보수충당부채는 4252억원, 공사손실충당부채는 2022억원에 달한다. 또한 올해 1분기 연결기준 GS건설의 현금성자산은 3조6815억원이다. 충당금 인식으로 다가오는 분기의 영업손실은 불가피하겠지만, 해당 충당금을 한 번에 인식한다고 해도 GS건설의 재무상황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10대 이하 건설사들의 부실시공 대응 여력은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태영건설(17위)과 한신공영(25위)은 올해 상반기 분양경기 침체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확대, 자금조달 부진 등 탓으로 신용등급이 각각 한 단계씩 강등됐지만, 시공능력평가 30위권 이내의 중견 건설사다. 태영건설은 1분기 연결기준 하자보수충당부채 745억원과 공사손실충당부채 63억원을 기록했고, 한신공영은 각각 770억원, 225억원으로 나타났다. 각각 수천억원에 달하는 충당부채를 적립한 10대 건설사와 비교하면 다소 적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족한 현금흐름 탓에 충당부채의 적극적 적립이 어려운 중소 건설사들은 공동주택의 부실시공, 하자 관련 사건이 터진다면 회사의 경영이 순식간에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밖 중소 건설사들은 1~2건의 공사를 수주해 1년치 경영을 영위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주택전문 건설사의 경우 최근 악화된 자금조달 환경의 영향까지 더해져 하자보수나 공사손실에 대비한 충당부채를 쌓을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건설업계의 PF발 자금경색과 아직도 안정되지 않은 원자재 가격은 향후 인천 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와 같은 부실시공 사례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공계약 이후 인건비와 자재가격 등 원가가 폭등하면서 건설사들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해 왔지만, 현실화되지 못한 경우 무리한 원가 절감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실제 최근 폭우에 침수피해 사례가 알려진 서울 동작구 ‘흑석 리버파크 자이’의 경우 과거 흑석3구역 조합과의 갈등으로 공사 중단을 겪은 바 있다. 또 올해 2월 말 입주시점까지 공사비 문제로 커뮤니티센터를 준공하지 않은 채 동작구청으로부터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입주가 이뤄지기도 했다. 올 여름 부실한 배수시설을 노출하면서 시공 과정에서의 공사비 부족이 이같은 하자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중견건설사 건축사업부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악화된 자금조달 환경 영향으로 시공사들의 최우선 과제는 ‘원가율 절감’이었다”면서 “이전과 비교해 자재의 질과 공사품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이로 인한 하자 발생 사례가 앞으로 더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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