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단일 지주사 전환…다음 스텝은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로 비전2030 달성 탄력
백화점·그린푸드 공개매수…지분희석 우려도
이지웰·홈쇼핑 지분 정리 필요…재무부담 심화
공개 2023-07-14 06:00:00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단일 지주회사 체제 구축을 통해 그룹의 ‘콘트롤타워’를 마련하고 성장동력 찾기에 박차를 가한다. 기존 현대백화점(069960)현대그린푸드(453340) 등 계열사들은 각 사업 부문별 특성에 맞는 성장 전략을 마련해 경영 전문화·고도화를 추진하게 된다. 안정적인 지주사 체계 구축을 위해 향후 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사 지분 재정립과 재무안정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현대백화점그룹)
 
분할 대신 단일화…시너지 창출 ‘이상무’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그린푸드 1012만5700주(지분29.9%)와 현대백화점 466만9556주(지분 20%) 보통주식을 공개매수하고, 현물출자를 통해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주당 가격은 현대그린푸드 1만2620원, 현대백화점 5만463원으로,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은 약 3634억원이다.  
 
현물출자 유상증자가 모두 마무리되면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백화점 및 현대그린푸드 등으로 이어지는 단일 지주회사 체제가 구축된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그룹 전체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투자·리스크 관리, 경영 효율화, 신사업에 대한 방향 제시 등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등 계열사는 각 사업 부문별 특성에 맞는 성장 전략을 마련해 경영 전문화·고도화에 집중한다.  
 
당초 현대백화점 그룹은 현대백화점을 분할존속법인으로 두고 백화점과 면세점(현대백화점면세점), 리빙(지누스) 사업 부문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하고, 분할신설법인으로 현대백화점홀딩스를 설립할 것을 계획한 바 있다. 현대백화점홀딩스에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한무쇼핑을 편입해 신규 프리미엄 아울렛과 온라인 뉴 비즈니스 등 신성장사업을 발굴한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는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2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부결됐다. 한무쇼핑을 현대백화점에서 떼어내 오너가 지배력을 가진 지주회사 아래로 옮긴다는 점과 주총을 앞두고 밝힌 자사주 소각과 배당 계획에서 인적분할 전 자사주 소각이 아니라는 점 등이 패착 요인으로 분석된다.
 
인적분할 대신 단일화라는 차선책을 선택하게 됐지만, 현대백화점그룹측은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지주사 수에만 차이가 있을 뿐 계열사 간의 시너지 창출 효과는 그대로"라며 "비전 2030 달성에도 탄력이 붙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개매수 시 경영권 희석 우려도 상존
 
 
현대백화점그룹이 단일 지주회사 체제 구축을 통해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성장통이 예상된다. 현재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측 지분은 약 38.44%로, 정 회장이 12.67%, 정교선 부회장이 23.80%, 정몽근 명예회장이 1.97%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이 10.18%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발행하는 신주가 정 회장과 부회장의 지분에서 출자되는 만큼 공개 매수 범위에 따라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지분이 희석되면 창업자는 그만큼 회사에 대한 통제권을 잃게 된다. 과도한 지분희석은 투자 가치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신규 투자자가 창업자보다 많은 지분을 차지하게 되면 투자했던 회사의 방향성이 새로운 투자자로 인해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외 소액주주의 현재 실질적인 의결권 비중(자기주식을 제외한 유통주식수 대비)은 57.0%이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공개매수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신주 발행이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지분율에서 출자되는 만큼 지분희석 가능성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구체적인 출자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백화점 지분이 현대지에프홀딩스로 편입되는 것인 만큼 지분은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지주사 전환을 통해 경영진의 지분이 희석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정적인 재무구조…추가 지분 확보 ‘변수’
 
(사진=한국기업평가)
 
향후 추가적인 지분 확보로 인한 재무부담 우려도 제기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에 대해서는 자회사 지분율 규제(상장 30%, 비상장 50% 이상)가 적용된다. 이에 미달하는 자회사 지분은 추가 취득 또는 처분 과정을 거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이지웰(28.3%), 대원강업(22.7%), 현대홈쇼핑(25.0%)은 지주회사로 전환된 날부터 2년 이내에 지분을 추가 취득해 지분율 요건을 충족할 예정이다.
 
현대퓨처넷(5.9%), 현대에이앤아이(10.4%), 한무쇼핑(0.4%) 등은 지주회사 전환 이후 2년 이내에 지분을 매각 예정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손자회사인 현대퓨처넷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바이오랜드(35.0%)는 지분을 매각할 예정이며, 한섬이 보유하고 있는 한섬라이프앤(51.0%) 지분은 추가 취득하거나 처분해야 하나, 요건 해소에 대한 시기와 방법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는 상황이다. 
 
향후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지배구조가 변동됨에 따른 상당한 수준의 자금 소요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각에서는 재무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올 1분기를 기준으로 현금및현금성자산(금융상품 포함) 2512억원을 보유 중이며, 부채비율은 50.02%로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물출자를 통해 우량 계열사가 자회사로 편입되기 때문에 배당 여력이 확대돼 재무구조도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로 현대백화점 그룹에 대한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의 지분율이 희석될 경우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공개매수의 원활한 진행과 안정적인 지배구조 확보 여부, 지주회사 행위 제한 요건 해소와 자금소요로 인한 재무안정성 변화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박예진 쉽게 읽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