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푸본현대생명이 시장금리 하락에 힘입어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앞서 보험업계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금리 상승 효과로 자기자본 규모를 대폭 늘린 바 있다. 푸본현대생명은 특수한 보험영업 구조 탓에 금리 상승이 다소 불리하게 작용했는데 이번에 흐름이 전환된 모양새다.
금리 하락으로 자본총계 증가…퇴직연금 중심의 구조 배경
5일 회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올해 3월 말 기준 자본총계가 5783억원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말인 4738억원(IFRS17 적용 기준) 대비 22.1%(1045억원) 늘었다.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자기자본 개선 효과를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새로운 IFRS17 체계에서는 대개 금리 상승이 보험사 자본총계를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보험계약부채를 판매 시점의 기초율(원가법)이 아닌 평가 시점의 위험률과 금리 등을 반영해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즉 금리민감도(듀레이션) 수준에 따라 자본총계 증감액이 결정되는 구조다.
생명보험사는 종신보험과 같이 장기 보장성보험 계약의 비중이 높아 일반적으로 보험부채 듀레이션이 운용자산 듀레이션보다 길게 형성되는데, 이에 따라 금리 상승 환경이 보험부채의 평가 절하로 이어진다.
올해 초 IFRS17 전환으로 다수 보험사들의 자본총계가 대폭 늘었던 이유다. 듀레이션 조건에 따라 부채총계 감소 폭이 자산총계보다 훨씬 크게 잡힌 것이다. 반면 푸본현대생명은 IFRS17 전환 효과가 크지 않았다.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 듀레이션보다 길어 금리 상승에 불리한 구조를 갖추고 있어서다. 지난해 기준 회사의 자산 듀레이션은 7.6이고 부채 듀레이션은 5.8로 듀레이션 갭이 3.1이다.
이는 퇴직연금이 중심인 푸본현대생명의 특수한 보험영업 구조에서 비롯된다. 퇴직연금은 장기보험과 달리 보험계약 기간이 짧아 부채 듀레이션이 낮게 설정된다. 지난해 수입보험료 기준 퇴직연금 비중은 53.0%로 과반이다. 나머지는 일반계정 47.0%로 보장성보험이 5.6%, 저축성보험이 41.3%다.
(사진=푸본현대생명)
생보사 지난 1분기 자본총계 하락…푸본현대생명 반전 기회
앞서 IFRS17 적용으로 자본총계가 크게 늘었던 양상은 지난 1분기 금리 상승에서 하락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반대로 바뀌었다. 이 경우 기존과 달리 자산총계와 부채총계가 다시 늘어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일반적인 생명보험사는 부채 듀레이션이 긴 만큼 금리 하락 시 부채총계의 증가 속도가 자산총계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그만큼 자본총계는 줄어든다. 생명보험사 가운데
삼성생명(032830)과
한화생명(088350), 교보생명 등이 지난 1분기 이러한 모습을 나타냈다.
미래에셋생명(085620),
동양생명(082640), 흥국생명처럼 높아진 금리 영향이 아직 유효해 자산총계와 부채총계가 소폭이나마 줄어들고 있는 경우도 금리 하락 추세와 듀레이션 차이로 인해 지난해 말과 달리 자본총계가 역으로 감소했다.
푸본현대생명은 자산총계가 소폭 증가한 반면 부채총계는 감소했다. 이에 따라 자본총계가 늘어난 모습을 보인 것인데, 금리 하락이 재무구조 개선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보험영업 구조인 만큼 앞서 금리 상승 시점에서 부진했던 점을 점점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034950) 책임연구원은 "푸본현대생명은 자산의 금리 민감도가 부채 것보다 높아 금리 하락에 유리한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다"라면서 "지난해 말보다 올해 3월 말에 자기자본이 증가했고, 같은 기간 지급여력비율(K-ICS) 비율도 소폭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평가했다.
푸본현대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단기 상품이 많기 때문에 듀레이션 측면에서 금리가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불리하고 내려가면 유리하다"라면서 "금리 하락 부분이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 K-ICS 역시 자본 증가에 따라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