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노제욱 기자] 호텔롯데(AA-)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5배 이상의 자금을 받아내 흥행에 성공했다. 향후 실적 개선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며, 호텔롯데가 속한 롯데그룹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호텔롯데 증권신고서)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2년물 400억원, 3년물 800억원 총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총 637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2년물에는 3240억원, 3년물에는 3130억원의 주문이 각각 들어왔다.
수요예측이 흥행함에 따라 2년물 400억원은 800억원으로, 3년물 800억원은 830억원으로 증액됐다. 이에 따라 발행총액은 1630억원으로 확정됐다.
호텔롯데는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 평가 금리) 대비 -30bp~+30bp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는데 2년물은 -10bp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다만 3년물은 +1bp에서 물량을 채웠다.
호텔롯데는 앞서 올해 1월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을 때 5390억원의 주문을 받아냈지만, 당시 시장이 호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다소 부진한 결과라는 평이 일반적이었다. 이번 두 번째 공모채 도전에서도 모집 물량 면에서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금리에서는 다소 아쉬운 결과를 받게 됐다.
호텔롯데는 최근 코로나19 앤데믹 전환에 따라 객실 단가와 판매율 회복으로 수익이 개선되는 추세라는 점이 수요예측 흥행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호텔롯데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1034억원, 영업이익 35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5% 감소했지만,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1244억원을 냈던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은 대폭 개선된 것이다.
이동선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국내 여행 수요가 점차 회복되면서 호텔롯데의 영업수익성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라 출입국 시 방역 규제가 완화됐으며, 국토교통부의 국제선 항공편 증편 계획 등을 감안할 때,해외여행 수요는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호텔롯데의 회사채 발행 흥행 여부는 롯데그룹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투자심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호텔롯데는 롯데건설의 2대 주주(43.3%)인데, 롯데건설은 지난해 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부채 관련 대표적인 위험 건설사로 꼽혔다.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011170)의 재무건전성 우려까지 더해지며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아직 완전히 롯데그룹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번 수요예측 결과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편 호텔롯데는 총 1630억원 중 1580억원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자금으로, 50억원은 금융기관 차입금의 상환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회사채의 납입 기일은 오는 9일로, 그 전에 회사채들의 만기가 도래하는 점을 고려해 먼저 보유한 현금 및 유동금융자산을 활용해 상환할 방침이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