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지급여력비율(RBC) 보험업계 최하위를 기록했던 NH농협생명이 새로운 회계제도인 IFRS17 체계서 지급여력비율(K-ICS)이 크게 개선되며 업계 최상위로 뛰어올랐다. 부채를 시가 평가하면서 기존 제도에서 왜곡됐던 부분이 해소된 덕이다. 금융자산 구조가 재분류됨에 따라 금리 민감도를 줄여 안정성을 갖추게 된 점도 긍정적이다.
가용자본 대폭 증가…신지급여력제도 비율 300% 수준
30일 회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올해 1분기 기준 신지급여력제도인 'K-ICS' 비율이 296.1%로 나타난다. K-ICS는 올해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자본적정성 지표로 기존 RBC 체계를 대체한다. 농협생명의 RBC 비율은 작년 말 기준 147.5%였다.
지급여력 비율은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 대비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으로 계산된다. 농협생명은 지급여력기준금액이 2조4071억원, 지급여력금액이 7조1276억원이다. 지난해 RBC 체계서는 해당 금액이 각각 1조8997억원, 2조8010억원이었다.
분모보다 분자가 더 큰 폭으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분자인 지급여력금액의 증가는 회계제도 변경 효과로 자본총계가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농협생명은 자본총계가 지난해 –1452억원으로 마이너스 상태였는데 올 1분기 5조3898억원으로 재편됐다.
기존 RBC 체계서는 부채를 원가법으로 계산함에 따라 금리상승으로 인한 대규모 채권평가 손실을 자본 항목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에 반영했다. 농협생명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금리상승 이전인 2021년 104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5조1839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크게 확대된 바 있다.
반면 IFRS17에서는 부채도 시가로 평가하면서 이러한 구조적 왜곡이 해소됐다. 금리상승으로 인한 채권평가 손실이 부채총계에도 반영되면서 부채총계가 대폭 감소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자산총계 역시 줄었지만 부채총계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자본총계는 증가하는 구조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말과 올해 1분기 기준 회계제도 적용 전후로 자산총계가 59조2594억원에서 55조1092억원으로 감소했으며, 부채총계는 59조4046억원에서 49조7194억원으로 줄었다.
(사진=농협생명)
경과조치 신청 효과에…IFRS9 적용으로 자산 재분류
금융당국에 경과조치를 신청하면서 분모에 해당하는 요구자본 확대를 방어한 점도 K-ICS 비율 올리기에 주효했다. 농협생명은 가용자본은 공란으로 두고 보험리스크, 주식리스크, 금리리스크 등 요구자본 항목에 신청했다. 이는 위험액 증가분을 점진적으로 인식하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K-ICS 체계서는 장수·해지·사업비·대재해위험 등 신규 위험을 적용하고 측정 기준도 강화하는 만큼 요구자본 규모가 크게 증가한다. 자본력이 우수해 경과조치를 신청하지 않았던 경쟁사 신한라이프의 경우 요구자본이 RBC 체계에서 2조546억원이던 것이 K-ICS 체계에서는 4조8971억원 수준으로 뛰었다. 농협생명은 요구자본이 5074억원 증가한 만큼 경과조치 효과가 컸을 것으로 풀이된다.
IFRS17과 함께 도입된 금융자산 회계 기준 IFRS9 효과 또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기준 유가증권 구성을 만기보유증권 없이 단기매매증권(1조5462억원)과 매도가능증권(43조2061억원)으로만 구성하고 있었는데 이는 지난해 이전 금리 하락기 맞춤 전략이었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지급여력 비율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된 것인데, IFRS9으로 자산이 재분류되면서 다시 안정화됐다. 해당 분류는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7조4017억원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유가증권 30조4365억원 △상각후원가측정유가증권 9조3881억원으로 나타난다. 농협생명은 IFRS17 적용으로 자본총계가 3조618억원으로 개선됐다가 IFRS9을 적용하면서 현재 수준인 5조3898억원으로 증가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작년에 비해 채권 금리도 많이 내려간 상태고, 올해 1월에 25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도 했다. 또 경과조치 신청 영향도 있고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면서 "IFRS9 도입으로는 자산이 재분류되면서 금리 민감도가 낮아진 점이 있다. 금리 변동에 따른 자산 변동성이 줄었다"라고 설명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