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현대해상(001450)이 콜옵션 만기가 도래한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을 계획하면서 하이브리드 증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측은 차환 없이 자체자금으로 상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새로운 지급여력제도 지표가 안정적인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총 5000억원 규모 콜옵션 8월 도래…자체자금 상환 계획
17일 회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오는 8월 총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5년 콜옵션 만기가 도래한다. 지난 2018년 8월에 발행했던 제1회차 3400억원(사모)과 제2회차 1600억원(공모)이 대상이다. 이자율은 각각 4.90%, 4.34%로 확인된다.
신종자본증권은 보통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길고, 발행사 선택에 따라 기한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영구채 성격을 지닌다. 다만 자본시장 관례에 따라 발행 후 5년 시점에서 대다수 조기상환이 이뤄진다. 이자율은 후순위채보다 낮은 변제 우선순위로 더욱 높게 책정된다.
자본으로 인정되는 증권인 만큼 보험업계서는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을 올리기 위한 조달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대해상의 경우 제1회차와 제2회차 발행 당시(지난 2018년 6월 기준으로) RBC 비율이 이전보다 각각 14.7%p, 6.9%p 상승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해상은 이번에 콜옵션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자체자금으로 조기상환 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차환보다는 상환에 무게가 가는 분위기고 자체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다”라면서 “콜옵션 행사 시점에서 큰 이벤트가 없다면 상환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상환 배경에는 회사의 우수한 수익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에서도 긍정적 성장이 점쳐진다는 점, 기존 RBC를 대체하는 신지급여력제도 K-ICS 역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 주요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해상은 최근 3년 순이익이 △2020년 3061억원 △2021년 4384억원 △2022년 5609억원으로 증가 추세다. 같은 기간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65%에서 1.08%로 상승했다. 올해 1분기 K-ICS 비율은 178.6%로 지난해 RBC 비율인 174.6%보다 높게 나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진=현대해상)
경쟁그룹 대비 높은 하이브리드 의존도…상환으로 완화 효과
현대해상이 신종자본증권을 차환 없이 상환하게 되면 자본조달 구조에서 하이브리드 증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해상은 대형 손해보험사 가운데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꼽혀 왔다.
하이브리드 규모는 지난해 기준 신종자본증권(발행비용 차감 후 기준)이 4983억원, 후순위채권이 9446억원으로 확인된다. 자기자본은 지난해 회계 기준으로 4조758억원이다. 미상환 후순위채는 △2024년 5월26일 1930억원 △2025년 10월21일 1700억원 △2027년 5월26일 2330억원 △2031년 5월4일 3500억원 등이며, 이자율은 3.40~3.84%에서 형성됐다.
신종자본증권 배당으로 빠져나가는 금액(현금흐름표 기준)은 연간 236억원가량이다. 후순위채에 대한 연간 이자액은 지난해 기준 약 338억원으로 계산된다.
반면 경쟁그룹의 하이브리드 증권 구성을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DB손해보험(005830)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없으며 후순위사채는 8694억원으로 나타난다. KB손해보험 역시 신종자본증권 없이 후순위사채 6636억원만 보유하고 있다.
신용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하이브리드 의존도는 재무상태표에 있는 자본과 부채를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현대해상은 경쟁사 대비로는 높게 나타나고 있다”라면서 “이번에 상환을 하면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신종자본증권은 지급여력비율 관리가 목적이었는데, 새 제도에서 개선되기 때문에 계속 지니고 있을 유인이 줄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