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제품 가격 폭락에도…그린소재 비중 확대 수익성 방어솔루스첨단소재 주가 상승…금융수익 2384억원 기록 눈길청정 암모니아·반도체 현상액 원료 등 신사업 투자 계속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주력제품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롯데정밀화학(004000)이 고부가 사업으로 영업이익을 방어하고,
솔루스첨단소재(336370)의 주가 상승으로 순이익은 챙기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고부가 사업의 성장성이 뚜렷하고 수익성도 개선되는 가운데 튼튼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신사업 투자도 무리 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정밀화학은 올해 1분기 매출이 525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9.5%, 영업이익은 420억원으로 61.9%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주력 사업인 케미칼 업황 부진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뚜렷하게 나타난 탓이다. 다만, 일찌감치 고부가 사업으로 점찍은 그린소재(셀룰로스) 사업의 매출 비중이 늘어나고 수익성도 개선되면서 영업이익을 방어한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영업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은 1853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앞질렀다.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한 솔루스첨단소재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금융수익이 확대된 탓이다. 롯데정밀화학은 업황에 흔들리지 않는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신사업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매출 75% 차지하는 케미칼 가격 폭락했지만…그린소재는 매출·수익 챙겨
롯데정밀화학의 주요 제품은 ECH(에피클로로하이드린)와 가성소다다. ECH는 글로벌 공급난 완화와 전방산업인 건설경기 리세션 여파로 지난해 4분기부터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고, 가성소다도 올해 1분기 공급이 풀리면서 크게 하락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ECH는 올해 1분기 평균 수출가격이 톤당 1518달러로 전년동기대비 45.3%, 가성소다는 463달러로 23.1%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에도 ECH는 하락 폭이 35.9%에 달했는데, 낙폭이 더 커진 셈이다.
매출 감소에는 암모니아 사업 영향도 컸다. 암모니아 사업은 롯데정말화학의 전사 매출 45%를 차지하는데, 1분기 매출은 234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7.0% 감소했다. 전쟁 영향으로 치솟았던 국제가격이 점차 하락함에 따라 매출량과 매출액이 잇따라 감소한 탓이다.
반면, 고부가 사업으로 분류된 그린소재(셀룰로스)는 매출이 성장함에 따라 영업이익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린소재 사업 매출은 132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8.4% 증가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그린소재 부문에서 창출한 영업이익은 239억원으로 63.7%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접착제나 캡슐약 코팅제 등에 쓰이는 그린소재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1분기 17.1%에 불과했으나 4분기 23.1%, 올해 1분기 25.2%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고부가 사업의 성장이 케미칼 사업의 부진을 방어해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도현 SK증권 연구원은 "스페셜티 특성상 케미칼 제품에 비해 원가상승 부담이 적고 업황에 따른 가격 변동이 적어 올해 화학 업황 둔화를 헤쳐나갈 기초체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솔루스첨단소재 주가 추이 (사진=한국거래소)
IRA 수혜도 받나…솔루스첨단소재 주가 상승이 안겨준 '금융수익'
롯데정밀화학은 1분기 실적발표에서 세전이익이 2384억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세전이익인 1601억원을 상회했는데, 배터리용 동박 제조업체인 솔루스첨단소재의 주가 상승이 한 몫을 했다는 해석이다.
롯데정밀화학은 2020년 스카이레이크가 솔루스첨단소재 인수를 위해 설립한 사모투자펀드 스카이레이크롱텀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에 2900억원을 출자하며 펀드의 출자자(LP)로 참여했다. 솔루스첨단소재의 주가 변화가 공정가치로 평가돼 금융수익으로 잡히는 구조다.
롯데정밀화학이 2020년 출자한 스카이레이크 롱텀 스트래티직 사모투자 합자회사는 벤처캐피탈, 뮤추얼펀드, 단위 신탁 및 이와 유사한 기업에 해당됨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관계기업투자자산을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항목으로 분류한다.
솔루스첨단소재의 주요 생산시설은 유럽에 있는데, 지난해 에너지 가격 폭등과 리콜 여파로 452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지난해 12월 주가가 3만원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북미 및 유럽 고객사 신규 공급 확대,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제조원가가 개선되고 IRA(인플레이션감축법) 혜택 기대감이 올해 1분기 동안 주가를 3월 말 기준 4만6700원으로 끌어올리면서 롯데정밀화학의 금융자산평가 손익이 흑자로 전환됐다는 해석이다.
실적 방어로 무차입 경영 지속…신사업 투자도 계속
롯데정밀화학은 고부가 소재를 통한 실적 방어와 LP 자격으로 거둔 금융수익을 통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지속적으로 영위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실적 악화 영향이 아예 없진 않지만, 변동성을 크게 축소한 탓이다.
롯데정밀화학의 재무구조는 매우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18.1%에 불과했고 유동비율은 331.6%에 달했다. 순차입금은 -6975억원으로 2017년부터 꾸준히 무차입경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1년 2288억원에서 지난해 5780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올해 1분기 잠정치는 부채비율이 19.9%,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4880억원으로 실적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여기에 올해 초 롯데건설의 보증부 단기사채를 매입하는 샤를로트제일차·제이차에 총 3000억원을 14%의 고이율로 대여하면서 연간 약 420억원의 이자수익도 발생할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정밀화학 주요 투자 현황(사진=롯데정밀화학)
롯데정밀화학이 밝힌 올해 CAPEX 규모는 1481억원으로 고부가 사업에 선택과 집중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케미칼 사업 회복 전망이 불투명한 탓이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건축이나 조선 경기가 회복된다는 신호가 있어야 ECH 중심의 케미칼 사업이 회복될 테지만, 제품 가격이 여전히 하락하는 추세"라면서 "아직 케미칼 사업 회복 전망을 언급하기엔 이르다"라고 밝혔다.
롯데정밀화학은 튼튼한 재무구조를 통해 청정 수소 및 암모니아 사업과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청정 암모니아 수입에 이어 지난 3월 유럽 암모니아 생산기업인 네덜란드 OCI Global과 청정 암모니아 공급 관련 MOU도 맺었다. 올해 안에 폐목재 등을 원료로 쓰는 바이오 암모니아 도입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2024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스페셜티 소재인 TMAC(반도체 현상액 원료) 공장 증설에 160억원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2025년 상반기 목표로 식의약용 소재 생산라인 증설에도 39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