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인택 기자] 자동차부품 코스닥 기업
대유에이피(290120)가 전환사채(CB)의 전환가액을 하향조정(리픽싱)했다. 주가 하락에 따라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때의 가격을 낮춘 것인데, 기존 주주들은 향후 발행 주식수가 늘어나면서 지분가치가 희석될뿐 아니라 잠재적 매도 물량으로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유에이텍은 지난해 4월 발행한 사모 CB의 전환가액을 주당 5763원에서 5125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전환가액이 조정됨에 따라 전환가능 주식 수는 173만5207주에서 195만1219주로 늘어났다.
대유에이피는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등이 주요 고객사인 스티어링휠 생산이 주력인 회사다. 2021년까지 납품 점유율 저하 및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축소되며 이익창출력이 정체됐으나, 2022년에는 전방수요 확대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 개선으로 매출이 2000억원을 상회했다.
CB는 채권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면서 추후 채권자가 원하면 회사의 주식으로 빌린 돈을 되갚을 수 있는 주식연계채권이다. 낮은 이자율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탓에 신용도가 낮아도 성장성이 높은 경우 CB를 자금 조달 수단으로 이용한다. 채권을 발행할 때 채권과 주식의 교환 비율을 전환가격으로 정해두는데 주가가 낮아지면 전환가액을 조정하는 식으로 대응한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난해 4월 대유에이피는 DB금융투자를 대상으로 운영자금에 보태기 위한 100억원의 CB를 발행했다. 당시 CB 전환가액은 1주당 6772원이었고, 표면 및 만기이자율은 4.9%다. CB 만기일은 2024년 3월9일인데, 지난 4월29일부터 전환청구가 가능하다.
대유에이피는 CB 발행 후 지난해 7월과 10월 2차례, 올해 1월에도 전환가액을 조정했다. 지난해 7월에는 주당 6148원, 10월 5736원으로 낮췄고 지난 1월에는 5763원으로 상향조정됐으나 약 석 달 만에 5125원으로 낮아진 것이다.
이는 대유에이피의 주가 하락과 관련이 깊다. 대유에이피의 CB 발행 당시인 지난해 4월27일 주가는 6530원이었다. 지난 4월28일 종가는 4985원으로 23.7% 하락했다.
해당 CB는 발행 후 매 3개월이 경과한 날을 전환가액 조정일로 하는 리픽싱 조항이 포함됐다. 즉, 대유에이피가 발행한 CB는 계속되는 주가 하락으로 발행 후 매 조정일마다 전환가액을 조정한 셈이다.
문제는 전환가액을 낮추면 시장 유통 물량이 늘어나 기존 주주의 주식가치가 희석된다는 점이다. 아울러 늘어난 유통 물량이 매도 물량 형태로 주식시장에 쏟아져 나올 수 있는 오버행 리스크가 커지면서 기존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 주식 기보유 주주들로서는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외에도 대유에이피가 발행해야 할 주식수가 늘어나면서 주식가치도 떨어지는 이중고에 직면하는 셈이다.
반대로 CB 투자자는 전환가액이 주가보다 낮을 때 주식으로 전환해 시장에 매도하면 차익을 실현할 수 있어 전환가액이 하향조정되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어진다. 발행사로서는 자기주식을 가져야 그만큼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으나 채권자에게 발행해야 하므로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단, 대유에이피가 발행한 CB의 전환가액 조정은 최저 4741원으로 정해져 있다. 대유에이피 주가가 4741원 밑으로 떨어져도 그보다 낮은 가격으로 전환가격을 조정할 수는 없다.
한편, 같은 날 CB를 발행한
서진오토모티브(122690)는 전환가액이 주당 3371원에서 지난해 10월 2917원으로 조정됐고 2일 다시 3371원으로 회복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