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노제욱 기자]
KCC건설(021320)이 최근 몇 년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토목부문 사업의 수주물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 분양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짐에 따라 그동안 주택·건축 부문의 비중이 높았던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지난해 적자에서 벗어나 올해 실적 반등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KCC건설 컨소시엄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제4공구 건설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해당 공사는 5503억원 규모로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한 기술형입찰 사업 중 역대 두 번째로 큰 사업이다. 이중 KCC건설의 지분은 46%를 기록해 금액으로 환산하면 2533억원 규모다.
4공구는 서울 중랑구 신내동과 경기 구리시 갈매동 일원을 잇는 6.43km 노선으로 GTX-B구간 중 유일하게 턴키 방식(설계·시공 일괄 진행)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4공구를 제외한 나머지 1·2·3공구는 설계와 시공을 분리 추진한다.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은 GTX-B노선 사업의 추진을 서두르고, 개통 목표(2030년)에 따라 착공 시점을 결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실적 하락…'토목부문' 확대가 돌파구 될까
KCC건설은 지난해 연간 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전년 대비 38.8% 증가한 1조893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외형 성장'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상승과 외주비 인상 등이 일시에 반영된 영향으로 원가 부담이 있었고, 이는 적자로 이어졌다.
이러한 가운데 KCC건설이 꾸준히 토목부문 사업확대에 힘을 쏟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 지난 2019년 KCC건설의 토목부문 신규수주 규모는 4851억원에 달했지만, 그다음 해부터 건축부문의 물량을 대폭 늘리는 전략을 택함에 따라 토목부문에서는 1086억원의 사업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그러다 지난 2021년 2133억원 규모로 토목부문의 수주물량을 대폭 늘렸고, 지난해에도 총 4209억원 규모의 사업을 새로 따냈다. 이에 따라 토목부문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9323억원을 기록했다.
KCC건설은 올해도 토목부문에서 수주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는 최근 분양 경기침체에 따른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토목부문 사업은 일반 주택 사업 등에 비해 마진은 적지만 여러 리스크에서 벗어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관급 토목공사의 경우 일단 사업을 따내기 위해 저가로 수주하는 경우가 많아 마진 폭이 크다고는 볼 수 없다"라면서도 "그러나 민간사업이 아닌 만큼 사업이 도중에 중단되는 등의 리스크가 크지 않고, 발주처에서 물가 상승분 등을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해 줘 원가 부담 또한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의 분양 시장이 크게 식어 주택사업 등은 미분양 리스크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이와 무관한 토목 공사를 늘리는 등의 움직임이 일부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1조원 육박 수주잔고에 올해도 '광폭 수주'
이날 기준 KCC건설은 올해 토목부문에서만 총 3666억원의 수주고를 쌓았다. 지난해 토목부문 총 수주액의 87.1% 달하는 금액이다. 수주 내역을 살펴보면 GTX-B노선 외에도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복선전철 제2공구(534억원) △송산그린시티 서측지구 1단계 3공구 조성공사(385억원) △경부고속철도 평택고가 내진성능 보강공사(214억원) 등의 사업을 따냈다.
이에 꾸준히 수주잔고가 탄탄하게 유지되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KCC건설은 토목부문에서 전년 대비 5.3% 증가한 226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최근 5년 동안 매년 꾸준히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다.
김문호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연간 2000억원 내외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토목부문의사업기반 등을 감안하면 KCC건설은 부동산 경기 변화에 대한 일정 수준의 대응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토목부문 등에서 물가 상승에 따른 도급금액 조정을 점차 반영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중기적인 관점에서 점진적인 수익구조 안정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KCC건설은 토목부문에서 94.4%의 원가율을 기록했다. 전년 84.6% 대비 크게 상승한 것으로,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더 낮은 원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KCC건설 측은 기대하고 있다.
KCC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고 지난해에는 화물연대 파업 등 예상치 못한 원가율 상승 요인들이 존재했다"라며 "올해는 토목부문에서 지난해보다 낮은 원가율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