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교보생명이 새롭게 도입된 K-ICS(신 지급여력제도) 지표에서도 기존 RBC(위험기준자기자본) 체계와 마찬가지 우수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다수 생명보험사가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지급여력 비율이 기존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교보생명은 특히 대형 보험사임에도 경과조치를 신청했던 점이 유의미하게 작용할 것으로 평가된다.
금리 상승 탓에 RBC비율…IFRS17서는 자기자본 확대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해 RBC 비율이 180.6%다. 이는 보험금 지급 능력에 대한 척도로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 대비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 비율을 의미한다. 교보생명은 지급여력기준금액이 4조4194억원, 지급여력금액이 7조9833억원으로 확인된다.
전년도(2021년) RBC 비율은 266.6%였는데, 지난해 금리 상승 여파로 수치가 크게 하락했다. RBC 체계서는 자산만 시가로 평가하고 부채는 원가법을 적용했기 때문에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평가손실이 자기자본(기타포괄손익누계액 항목) 감소로 이어졌다.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자산운용의 재원으로 삼는다. 일반적으로 국공채 등 채권 투자의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해 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해 평가 손실이 발생했고 자산 규모가 그만큼 줄어들게 됐는데, 부채는 그대로 존재함에 따라 자본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자기자본 규모의 변동으로 RBC 체계서 지급여력금액도 감소하게 된 것이다.
반면 새로운 지급여력 지표인 K-ICS 제도에서는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면서 채권평가손실이 자산뿐만 아니라 부채 항목에도 반영된다. 부채 규모가 줄어드는 만큼 자본 확대 여력이 생기는 셈이다.
교보생명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IFRS17 최초 적용에 따른 변화로 자산총계(121조5385억원)가 9조3421억원 감소하고, 부채총계(106조9876억원)는 16조9676억원 하락한다. 이에 따라 자본총계(14조5509억원)는 7조6254억원 증가한다.
금리가 상승한 환경이 기존(RBC)에는 자본적정성 관리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는데 새로운 제도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K-ICS 지표 자체는 요구자본 리스크 산정이 이전보다 더욱 정교해진다. 리스크 구분에서 장수·해지·사업비·대재해 등 신규 부문이 추가되고, 측정 방식도 위험계수에 충격시나리오가 더해진다. 신뢰수준도 99.5%로 0.5%p 상승한다.
특히 생명보험사는 과거 2000년도 이전에 판매했던 고금리 확정형 보험계약 비중과 부리이율이 높아 새로운 제도 도입 시 재무구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중론이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기준 적립이율이 4.71%로 높은 수준이다. 운용자산이익률은 3.35%로 금리차가 –1.36%로 나타난다. 그만큼 이차이익에서 역마진이 발생하는 셈이다. 보험료적립금 내 금리확정형이 차지하는 비중도 51.5%로 높은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고금리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경과조치' 명단에 이름…K-ICS 비율 문제 '불식'
교보생명의 K-ICS 비율 수준에 보험업계 시선이 집중된 것은 금융당국 경과조치 신청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부터다. 경과조치는 새로운 리스크 적용 기간을 최대 10년으로 늘리면서 그 효과를 점진적으로 인식하는 과도기적 방안이다.
교보생명은
삼성생명(032830)과
한화생명(088350)을 비롯한 대형 생명보험사 세 곳 가운데 유일하게 경과조치를 신청했다. 분야는 요구자본 중 보험리스크(장수·해지·사업비·대재해)와 주식리스크다. 자본적정성이 비교적 양호한 보험사를 포함해 다수 보험사들이 경과조치를 신청했는데, 이는 외부적으로 적정성 관리에 부담을 안고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사진=교보생명)
교보생명도 이러한 시선이 따랐는데 최근 자본적정성을 우수하게 유지할 것이란 분석들이 나오면서 K-ICS 비율 전망에 긍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034950) 책임연구원은 “교보생명은 부채 부리이율이 높은 수준으로 IFRS17 전환에 따른 부채 증가의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됐으나 금리 상승으로 부담이 완화됐다”라면서 “K-ICS 도입으로 요구자본이 증가하겠지만 가용자본도 늘어 영향이 상쇄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경과조치 적용 효과까지 고려하면 도입 시점의 K-ICS 비율은 현행 RBC 비율을 상회하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
신용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K-ICS 비율이 RBC보다 개선되는 보험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라면서 “경과조치 신청의 경우 K-ICS 비율이 보험사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고, 나중에는 신청할 수 없는 만큼 현재 안정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K-ICS는 RBC 대비로는 전반적으로 모든 회사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이 커지기는 하지만 분모인 위험 기준 금액 자체가 커지기 때문이다”라면서 “경과조치는 10년 동안 점진적으로 인식하는 만큼 신청을 하지 않은 것 대비해서는 훨씬 좋게 나오긴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경과조치 리스크 신청 분야는 보험사별로 판단해서 결정하는 부분이 있다”라면서 “경과조치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자본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