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안솔지 기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제일은행)이 가계 여신 중심의 포트폴리오 운용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시현했으나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향후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5일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이 경기둔화 및 부동산경기 저하에 따른 대손비용 확대 가능성은 은행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SC제일은행은 2014~2015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적자를 시현하는 등 부진을 겪었으나 이후 영업 정상화가 이뤄지면서 2016년부터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대손충당금 전입액 증가와 구조조정 관련 일회성비용이 발생하면서 순이익 규모는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2020년 순이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선제적인 대손충당금 적립의 영향이 컸다. 2021년은 대규모 특별퇴직 시행에 따른 일회성 비용 증가로 총자산순수익률(ROA)이 0.1%로 저하됐다. 다만 가계대출 중심의 여신 확대로 이자이익이 증가해 핵심이익(이자이익+비이자이익)은 2019년 이후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2022년은 대손충당금 적립규모가 증가하고 수수료이익이 감소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개선과 인건비 등 고정비 감축 효과에 힘입어 ROA는 0.4%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자료=NICE신용평가)
올해 이자이익 규모는 2022년에 비해 소폭 증가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낮은 데다 이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 전환으로 2023년 NIM 개선이 제한적일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실물경기 둔화와 부동산 경기 저하 등은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의 부실률 상승으로 이어져 대손비용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가계 여신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해왔으나 고금리의 영향으로 지난해 상반기 이후 여신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C제일은행은 2019년까지 과도한 여신 확대를 지양하고 우량고객에 대한 수익성 위주의 여신 영업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에 따라 가계여신 비중은 총 여신의 65~70% 내외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은 저금리 기조와 주택자금 및 투자 수요 증가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으나 대출금리 상승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2022년 상반기 이후로는 성장세가 둔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익성 지표가 타 시중은행 대비 다소 열위하다는 점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익성 저하 우려에 힘을 보태고 있다. NIM의 경우 2022년 기준 시중은행 평균이 1.7%로 나타난데 반해 SC제일은행은 0.3%p 낮은 1.4%로 나타났다.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저원가성 예금 확보로 NIM이 낮은 가운데 SC그룹에 지급하는 경영자문 용역수수료 부담 등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ROA 역시 시중은행 평균은 0.5%였지만 SC제일은행은 0.4%로 소폭 하회했다.
정원하 NICE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경기 침체 위험 증가에 따른 자산건전성 저하 및 대손상각비 부담 증가 수준 등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와 관련해 ROA 등의 수익성 지표와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자산건전성 지표를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솔지 기자 digeu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