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인택 기자]
포스코퓨처엠(003670)(구 포스코케미칼)이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가이드라인에 힘입어 배터리 소재인 양·음극재 증설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는 탓에 공격적인 투자를 펼치면서 현금흐름은 악화됐으나, 업계가 일회성 현상으로 해석하면서 자금조달에도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폭증하는 북미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배터리 소재인 양·음극재 증설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5년까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2만9500톤 공장 건설에 3920억원, 인조흑연 음극재 1만8000톤 및 천연흑연 음극재2만8000톤 공장 건립에 6169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총 1조원이 넘는 투자금이 급격하게 집행되면서 현금흐름에 부담을 주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배터리 시장 속도가 워낙 가파른 탓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해석이 강하다. 신평사들 사이에서도 포스코퓨처엠이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 SK온 등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한데다가 2차전지 소재의 전략적 위상, 신인도, 재무적 융통성을 고려할 때 대응 여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양극재 업체들이 외형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포스코퓨처엠의 매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양극재 매출액의 89%, 음극재 매출액의 50%가 전기차용 2차전지 향으로 공급됐다. 지난해 양극재 매출은 1조7220억원으로 전년대비 153.9%, 음극재는 2163억원으로 2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극재는 중국기업들의 영향력이 강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글로벌 음극재 시장점유율 상위 10위권에 있는 업체 중 7개 업체가 중국기업이고, 1~3위를 차지한 기업도 중국기업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일본 히타치의 뒤를 이은 5위로 글로벌 점유율 8%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IRA 영향으로 포스코퓨처엠의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음극재 투자를 확대하는 점은 부담요인 보다도 경쟁력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양극재와 음극재는 화학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두 소재를 동시에 생산하고 판매하는 포스코퓨처엠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국내 셀 업체들뿐만 아니라 GM 등 완성차 업체들이 포스코퓨처엠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이유다. 증설에 따른 투자속도 가속화는 필연적이라는 해석이다.
투자속도가 가속화되면서 지표상 현금흐름은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4000억원 규모의 재고자산이 증가하고 368억원 규모의 매출채권이 증가해 운전자금 부담이 증가했다. CAPEX(자본적지출)는 6658억원으로 2020년 대비 약 4000억원 증가했고, FCF(잉여현금흐름)은 2017년부터 유출되고 있다. OCF(조정영업현금흐름)는 610억원 유출로 전환됐다.
양·음극재 증설을 위해 지난해 차입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재무활동현금흐름은 3364억원 유입됐다. 통상적으로 영업현금흐름, 투자활동현금흐름에서 유출이 발생하고 재무활동현금흐름 유입이 발생하면 기업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여겨진다.
다만, 투자활동현금흐름은 배터리 소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유출되는 금액으로 결국 수익성과 연결될 것이 분명하고, 특히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재고자산 평가손과 매출채권 증가, 원재료 및 상품 매입을 위한 지출이 2조5000억원 규모로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영향이 크기 때문에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해석이다. 원재료 매입액 확대는 지난해 폭등한 리튬 가격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탄산리튬 기준 현재 가격은 2022년 4분기에 비해 67% 할인된 가격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퓨처엠의 재무부담은 전방 셀 업체 및 경쟁사 대비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이익창출력 대비 투자부담을 의미하는 EBITDA/CAPEX 비율이 2022년 0.4배에서 2025년 1배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율이 낮을수록 CAPEX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클수록 이익창출력이 투자부담을 상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유상증자, JV 설립 등을 통해 이미 확보한 금액 대비 CAPEX 지출 부담이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
에코프로비엠(247540)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퓨처엠의 유동비율은 211%, 부채비율은 75%로 양호한 수준이다. 박종일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8063억원으로 단기성차입금을 상회하고 있어 단기 상환 부담은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 공장 조감도 (사진=포스코퓨처엠)
이를 증명하듯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2차례에 걸친 채권발행도 흥행을 이끌었다. 2월 2000억원 모집에 1조5500억원이 몰리면서 4000억원으로 증액할 수 있었고 4월에도 1500억원 모집에 1조원이 넘게 몰리며 3000억원으로 증액에 성공하며 시설투자, 운영자금, 채무상환에 적절하게 분배했다.
특히, 2번 모두 녹색채권 발행을 통해 이루어져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2월에 조달한 19-1회 무보증사채 이자율은 4.007%, 19-2회는 4.361%로 확정됐다. 4월에 조달한 한국형 녹색채권은 기존 ESG 채권과 달리 올해부터 시행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적용한 회사채이며 아직 이자율이 확정되진 않았으나 환경부로부터 연간 3억원의 이자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포스코퓨처엠의 자금조달 흥행에 대해 북미 전기차 시장 성장성이 뚜렷하고, 계열사의 리튬 염호 인수, 전구체 JV 설립 등 밸류체인 확보를 통해 원가 절감과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 중국 외 기업 중 유일한 음극재 생산기업으로서의 가치가 인정받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자금시장 유동성이 축소된 상황에서 목표가를 크게 상회하는 투자금이 모였다"라며 "향후 생산능력 확대와 수주계약 체결을 이어가며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