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노제욱 기자]
삼성중공업(010140) 매출채권이 1년 만에 5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수주한 물량이 본격 공사에 들어가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주 산업은 투입된 원가율에 따라 매출을 인식하고, 계약한 공사대금 지급일이 도래하지 않으면 매출채권을 잡는다. 삼성중공업은 해당 매출채권이 회수되는 시점에 따라 실적 개선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중공업 매출채권 규모는 700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1137억원) 대비 무려 516.5% 증가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매출채권이 늘어나면 그만큼 받지 못한 대금이 늘어난 것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의 경우 수주 산업 특성상 아직 공사대금 지급일이 도래하지 않아 발생한 매출채권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문제는 아니라는 평가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일부 러시아 선박 물량들이 건조가 보류 중이라 총 매출액이 감소했을 뿐이며, 매출액은 분기별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매출채권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평택 삼성반도체 공장 공사 진행에 더해 수주물량 증가에 따른 건조 선박량 또한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의 분기별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1조4001억원에서 4분기 1조6345억원으로 16.7% 증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예상 매출액은 1조8828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또다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21년 80척, 122억달러 규모를 수주했고, 그다음 해에는 49척, 94억달러의 사업을 따냈다. 2년 연속 연간 수주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올해는 1분기까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선박 1척과 4척 등 25억달러 규모의 수주를 이뤄내며, 연간 목표치(95억달러)의 26%를 채웠다.
올해도 수주에서 호실적을 이어나가면서 수주잔고도 탄탄해졌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올해 1분기 신규수주는 지난해 동기 대비 14.5% 증가한 것"이라며 "이로써 지난달 말 기준 수주잔고는 238억달러로, 이는 올해 예상 매출액 대비 약 3.9년 치 일감에 해당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FLNG 선박 수주다. 삼성중공업은 FLNG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수주까지 포함해 현재 전 세계에서 발주된 FLNG 5척 중 4척을 수주했다. FLNG는 해상에서 시추한 천연가스를 육상으로 이동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액화한 후 저장, 운송할 수 있는 종합설비로,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척당 가격이 15억~20억달러에 달해 수익성이 좋은 선박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의 올해 FLNG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모잠비크와 북미에서 발주하는 FLNG를 수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당 수주와 관련해 이미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030210)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올해 이미 FLNG 1척을 수주한 가운데, 추가로 2척의 FLNG에 관해서도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카타르 물량 등을 포함해 삼성중공업은 올해 115억달러 이상의 수주을 이뤄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광폭 수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미 탄탄한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건조되는 선박이 인도됨에 따라 순차적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의 실적은 지금까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발생한 적자에 대해서 일부는 업황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대내외 환경 개선 등에 따라 상황은 나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봉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지난해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고정비 부담 지속 등으로 영업손실이 발생했다"라면서도 "다만 지난 2021년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가운데, 중단기적으로 상승한 신조 선가를 반영한 수주물량이 순차적으로 매출에 반영되면서 점진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변수도 존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삼성중공업이 러시아 선사로부터 수주한 잔량이 유독 많아 계약해지 등의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물량은 모두 22척으로, 국내 3사 가운데 가장 많다. 그러나 삼성중공업 측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미 일부 물량은 건조하고 인도까지 마친 상황"이라며 "나머지 보류 중인 물량에 대해서는 발주처 측과 협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