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부진에 지난 2년간 무배당…지난해 수익성 선방 평가SK온 투자 급한 SK이노베이션…배당금 재개 가능성 '솔솔'신사업 투자에 업황 부진 여전…지오센트릭 상황도 녹록지 않아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의 100%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이 지난해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 방어에 성공하고 현금흐름이 개선되면서 배당을 재추진할지 관심이 쏠린다. 모기업 SK이노베이션은 잉여현금흐름 유출 폭이 확대되는 가운데 SK온 투자를 위한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SK지오센트릭의 투자 여력이 부족해 배당을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매출이 13조9169억원으로 전년대비 18.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879억원으로 58.8% 감소했다. 이어 304억원의 당기순적자를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비록 수익성은 약화됐으나, 경쟁사 대비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고부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LG화학(051910)과 한화토탈 다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거뒀다. SK지오센트릭은 아로마틱 비중이 높은 편인데, 지난해 2분기 북미 드라이빙 시즌 동안 가솔린 옥탄가를 높이기 위한 첨가제용 아로마틱 제품 수요가 폭증한 탓이다. 범용 폴리올레핀 중심의
롯데케미칼(011170)과
대한유화(006650), 여천NCC는 지난해 각각 6081억원, 2146억, 386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및 잉여현금흐름 순유출, CAPEX(자본적지출) 부담이 확대됐음에도 이익잉여금은 3조1646억원 수준으로 전년대비 1.1% 감소에 그쳤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등은 SK지오센트릭의 수직계열화된 생산체계,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하는 영업현금창출력을 안정적으로 평가하면서 AA-등급을 유지했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SK지오센트릭이 안정적인 영업현금창출 능력을 보유한 가운데 제한적인 수준의 투자 및 배당을 계획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현 수준의 재무안정성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과거 SK지오센트릭은 2017년 다우케미칼로부터 EAA(에틸렌 아크릴산), PVDC(폴리염화비닐리덴) 사업을 양수하고, 2019년 중국 시노펙과의 JV인 중화석화 유상증자 등 투자자금 소요 및 대규모 배당금 지급이 발생했음에도 재무부담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중국의 대규모 PX(파라자일렌) 증설로 비우호적인 업황이 이어졌고, 아케마의 기능성 폴리올레핀 사업 인수, 배당금 지급 등으로 재무안정성에 위기가 왔다. 관계사 지분 취득과 지주사에 대한 대규모 배당금 지출이 2018년 8000억원, 2019년 5500억원, 2020년 7000억원으로 부담이 확대된 탓이다.
다만, 재무안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SK지오센트릭은 2021년부터 배당금 지출을 제고했고, OCF(조정영업현금흐름)가 5504억원 순유출에서 2705억원 순유입으로 개선됐다. 2022년에도 배당금 지출은 없었고, 중화석화 등을 통해 받은 배당금이 약 50억원 증가한 640억원, 이자수취 금액도 60억원 늘어나면서 OCF가 2886억원으로 확대됐다.
이처럼 SK지오센트릭이 화학 업황 부진에도 수익성과 영업현금흐름에서 선방함에 따라 2년 동안 멈췄던 배당금 지출이 재개될 가능성이 주목된다. SK이노베이션의 FCF(잉여현금흐름) 유출 폭이 6조591억원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SK온 투자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시선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모두 SK이노베이션의 투자 계획을 고려하면 향후 배당이 재개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화학 산업 공급부담 여파를 비롯한 중국 자급률 상승 영향으로 SK지오센트릭의 재무여력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당분간은 현재 배당 정책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혼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SK온에 2조원을 조달했고, 올해만 7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18~2020년 동안 매년 5000억원 이상을 안겨주던 SK지오센트릭의 배당금 취득을 재개하면 SK온에 투입되는 자금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반면, SK지오센트릭의 친환경 고부가 사업 확대 투자가 절찬리 진행 중인 데다가 장기적인 화학 산업 전망이 그리 밝지 않아 당분간 SK지오센트릭의 배당금 지출 여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SK지오센트릭을 포함한 국내 NCC 업체들은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는데 부진의 원인이었던 수요저하, 공급확대, 고유가 3중고 중 공급부담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는 탓이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중국 및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 중국 자급률 상승의 가속화, 친환경정책으로 인한 규제 대응과 플라스틱 수요 하락 등 최근 업계를 둘러싼 이슈들이 실적의 변동폭을 더 크게하고 평균 마진을 점진적으로 하향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라며 "작년 하반기에 본격화된 마진 약세가 잦은 빈도로 발생하거나 장기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또 SK지오센트릭은 친환경 고부가 사업 확대를 위해 울산에 연산 90만톤의 재활용 플라스틱 생산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2025년까지 약 1조5000억~1조7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지난해 BNP파리바은행, 중국농업은행, 중국은행, MUFG은행, 크레디 아그리콜 CIB 등 5개 글로벌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대주단과 함께 3년 만기 4750억원 규모의 SLL(지속가능연계차입계약)을 체결하며 일부 투자 부담을 덜어냈으나 SK지오센트릭도 갈 길이 바빠 추가 배당 여력 여부가 불투명하다.
지난해 CAPEX 부담은 3648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1500억원이 늘어나 잉여현금흐름이 762억원 순유출됐다. EBITDA(상각전 영업이익)는 3095억원으로 전년대비 25.3% 감소해 지표상 재무부담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지오센트릭의 배당금 재개와 관련해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추후 계획은 정해진 것이 없다"라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