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노제욱 기자] 지난해와 올해 초 '리스크 제거'에 집중했던
현대제철(004020)이 올해 판매량 확대를 통해 실적 개선을 이뤄낼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노조 측과 파업 협상에 집중했고, 올해 해외 적자 법인 정리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조선업의 호황기와 함께 국내 철강사들의 해외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이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4일 현대제철에 따르면 회사의 별도기준 지난해 제품 총 생산량은 1737만톤으로 전년(1844만톤) 대비 5.8% 감소했다. 건설경기 침체 등 철강 수요 부진과 더불어 파업이 생산량 감소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제철 노조는 회사 측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교섭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해 62일간 파업에 나섰다. 노조 측은 통상적인 임금 인상 요구안 외에도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일부 계열사에 지급한 특별공로금 400만원을 동일하게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올해 1월 양측이 '2022년 임단협 조인식'을 진행하면서 협상은 마무리됐다. 노조가 요구했던 특별공로금 400만원은 빠졌지만, 회사 측은 기본급을 9만8000원 인상하고 성과급 300%에 생산 장려 격려금 및 임금체계 개선 격려금 등 총 13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18년 만에 근무 방식을 개편해 '4조 2교대' 근무에도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 측은 향후 '노조 리스크'가 재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올해 1월 열린 지난해 실적 관련 컨퍼런스콜에서 김원진 현대제철 부사장은 "노조와 그동안 해묵은 임금체계 문제를 말끔히 해소했고 근무 형태 문제도 완료했다"라며 "향후에는 올해처럼 극단의 대립적인 노사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는 고스란히 실적으로 반영됐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5조980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약 1조원 줄었으며, 27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문제를 해결한 현대제철은 올해는 해외 적자 법인 정리에 나선다. 현대제철은 중국 법인인 베이징스틸서비스센터(Hyundai Steel Beijing Process Co., Ltd)의 매각을 위해 매수자 측과 지난달 실사 작업에 착수했다.
회사 공시에 따르면 해당 법인은 지난 2021년 49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5년 연속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5년간 누적 1058억원의 순손실을 낸 것으로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한 2017년부터
현대차(005380)의 중국 내 판매량이 급감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효율적으로 해외법인을 운영하기 위한 절차로, 향후 베이징 인근에 위치한 톈진 법인과 통합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상반기 내 매각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며, 이후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 장기화의 우려가 있는 상황이지만, 현대제철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이뤄놓은 만큼 전방산업의 영향을 경쟁사 대비 덜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나이스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 비중은 냉연강판 31.7%, 형강 14.4%, 열연강판 11.5%, 철근 13%, 후판 13.2%, 강관 등 8%, 특수강·중기계·반제품 등 기타가 10.1%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냉연강판과 열연강판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쓰이고, 형강은 주로 건설현장에서 사용된다. 후판은 조선업계에서 선박 건조 시 사용되는 주요 제품이다.
이에 따라 특정 산업이 침체에 빠지더라도 다른 산업을 통해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건설·자동차업계의 상황이 좋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지만, 조선업은
한국조선해양(009540) 등 국내 주요 3사가 모두 지난해 연간 수주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는 등 수주잔고가 넉넉한 상황이다.
현대제철 측도 고금리와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건설수주는 4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조선업은 견고한 글로벌 선박 발주로 국내사들의 수주잔량이 증가함에 따라 후판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그룹 내 계열사들의 수요를 통해 판매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국내 철강업계는 올해 '해외 수출 확대'에 기대감을 거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재건, 튀르키예 대지진 복구 등으로 특히 유럽에서 철강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경우 최근 인프라 투자 확대 방침에 따라 내부 수요량도 감당하기 어려워 수출량을 늘리긴 힘들어, 이에 대한 반사이익을 국내 철강사들이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기준 현대제철의 총 매출에서 해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4.9%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대지진을 겪고 복구 절차를 밟고 있는 튀르키예 등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철강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다만 당장 발주가 늘 것으로 보지는 않고 하반기부터 서서히 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출량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판매량 증가'라는 목표를 이뤄내 올해 현대제철이 매출 확대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 올해 판매 목표량을 1959만톤으로 제시했으며, 이는 지난해 1829만톤에서 7.1% 오른 수치다.
최경희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현대제철은 봉형강, 판재, 강관을 모두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철강사이며, 제품별로 국내 1~2위의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라며 "또한 철강업의 핵심 수요산업인 자동차, 건설, 조선업의 국내 최대 생산자인
현대차(005380),
현대건설(000720),
현대중공업(329180) 등을 수요처로 확보하고 있어 사업기반이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제철은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실적 상향 등에 대해서 전망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현대제철이 수입하는 철광석 및 석탄의 가격은 지난 2020년 톤당 13만3000원이었지만, 지난해 26만4000원으로 98.5% 급등했다. 현재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후판 가격을 두고 협상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결과가 실적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주요 원재료의 가격이 크게 오른 점이 수익성 악화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며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