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롯데손해보험(000400)이 지난해 퇴직연금 자산의 대거 이탈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며 해결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차입규제 완화 조치를 시행하고 최근 다시 연장했지만, 이는 한시적 사안으로 결국 빠져나간 금액을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판매하는 방식이 주요하게 언급되지만, 이 경우 운용재원이 축소돼 영업기반이 약화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탈한 금액의 규모가 크고, 퇴직연금 자체가 회사의 주력 포트폴리오인 만큼 재무적으로나 수익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0일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특별계정’ 보험료적립금 규모가 6조1903억원으로 전년도 9조6027억원에서 3조4124억원 감소했다. 특별계정은 일반계정과 다른 별도의 부문으로 ‘퇴직연금’ 자산이 여기에 속한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지난해 12월 퇴직연금의 머니무브(대규모 자금 이동) 우려가 제기됐던 상황인데, 당시 롯데손해보험은 업계 최저 수준의 공시이율인 5.11%를 제시하면서 자금이 대거 이탈했다. 고객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이동했다는 설명이다.
특별계정에서 인식하는 원수보험료는 2021년 4조3886억원에서 지난해 2조4394억원으로 2조원가량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전체 원수보험료는 6조6587억원에서 4조7686억원으로 내려앉았다. 회사가 퇴직연금 사업을 재차 확대하기 전인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신용평가 업계에 의하면 롯데손해보험은 2019년 대주주가 바뀌면서 퇴직연금 사업 의존도를 줄이고 보장성보험을 확대했는데, 급변한 금리 환경에 따라 2021년 하반기부터 퇴직연금 비중을 다시 늘렸다. 공격적 자산운용 부담이 없는 중위험 전략을 선택, 이자 마진을 안정적으로 수취하겠단 계획에서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뜻밖의 변수로 작용한 것인데, 금리 경쟁에서 밀려 퇴직연금 자산이 이탈함에 따라 해당 전략은 무색하게 됐다. 유동성 대응 과정에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해 역마진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결과적으로는 자산운용 재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손해보험은 퇴직연금 순유출에 대해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로 단기 대응 중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특별계정 차입 한도를 기존 10%(보험업법 시행령)에서 미적용으로 완화했고, 유동성 유지 차원에서 RP 매도 허용을 명확화했다. 적용 기한은 올해 3월 말이었는데 6월 말로 연장된 상태다.
RP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만기가 일주일부터 한 달 등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롤오버(만기 연장) 하면서 상환한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12월 중순 RP 매도를 통한 단기차입 목적으로 단기차입금 ‘한도’ 금액을 5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한차례 늘린 후 다시 3조3000억원으로 재설정했다.
회사 현금흐름표에 의하면 지난해 RP 매도로 유입된 현금 규모는 2조 9150억원이다. 이 가운데 특별계정 내 RP 증가액(2조7200억원)을 제외한 차입부채 1950억원의 경우 연 이자율이 4.0%~4.2% 수준으로 공시되어 있다. 올해 들어 금리 여건이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역마진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회사의 지난해 운용자산이익률은 2.51%다.
한국신용평가는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를 줄이고 다른 보험사 대비 낮은 공시이율을 제시했지만 퇴직연금의 절대적인 규모나 퇴직연금 자산의 평균 듀레이션(약 3년) 등을 고려할 때, 자산 리밸런싱까지의 시차로 인한 역마진이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라고 분석했다.
(사진=롯데손해보험)
금융당국이 규제 유연화 조치를 연장했지만 기한이 한시적이라는 점에서 결국 RP 매도 부분을 전부 상환해야 하는데, 보유하고 있는 특별계정 자산 채권을 판매하는 방식이 주요하게 거론된다. 이 경우 롤오버 비용과는 별개로 회사의 운용재원이 줄어들고,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 매칭에도 변동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따른다.
신용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6월까지 계속 롤오버가 진행될 것 같다”라면서 “상환하려면 채권을 팔아야 하는 상황인데, 그 손실과 이자비용을 고려했을 때 롤오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퇴직연금 이슈는 일단 빠져나간 부분에 대해 자금을 조달해서 어쨌든 지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 대응 문제가 있다”라면서 “RP는 장기로 가져가려고 쓰는 것이 아니지만 조달비용이 들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환 문제는 일시에 해소된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고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방식이지 않을까 예상된다”라며 “어떤 식으로 해소하느냐에 따라 다를 텐데, 채권을 매각해서 상환을 하면 운용재원이 줄어든다”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