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장용준 기자]
우리금융지주(316140)가 지주사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은행 의존도 심화를 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는 잇단 기준 금리 인상으로 이자이익이 급증하며 은행에서 거둬들인 당기순이익 비중이 또다시 '80%'를 넘겼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임종룡 시대의 출발과 함께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인 '비은행' 강화라는 높은 현실의 벽을 맞닥뜨린 모양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4대 금융지주사(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의 은행 의존도 평균은 75.4%였다. 이는 전년도 평균치인 68.3%보다 7.1%p 상승한 수준이다. 은행 의존도는 금융지주사 전체 당기순이익에서 은행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것으로, 금융지주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얼마나 실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가늠자이기도 하다.
지주사 가운데 은행 의존도가 가장 높았던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3조323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83.7%의 은행 의존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우리종합금융 등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계열사들로 인해 비지배지분까지 합산한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사실상 하나금융(85.9%)을 넘어 은행 의존도가 가장 높은 금융지주인 셈이다. 우리금융은 2020년 87.2%, 2021년 82.8%에 이어 최근 3년간 은행 의존도가 평균 80%대를 상회하고 있다. 우리은행을 제외하면 유의미한 실적을 내고 있는 계열사들은 우리카드(6.9%)와
우리금융캐피탈(033660)(4.8%)로 두 곳을 합쳐도 의존도가 11.7%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금융을 제외한 금융지주들은 상대적으로 은행 의존도가 낮았다.
지난해 은행 의존도가 우리금융보다 높았던
하나금융지주(086790)의 경우를 살펴보면, 전년도보다 14.0%p나 오른 85.9%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이 2021년(2조5757억원)보다 20.8%가 증가한 3조1116억원을 달성하면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1위로 올라선 영향으로 최근 3년간의 은행 의존도를 살펴보면 70%대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3분기까지 치솟아 오르던 원·달러 환율이 4분기를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하나은행의 환손실 부담이 줄어든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2022년 연결기준으로 당기순이익 4조6423억원(지배기업 소유주지분 기준)을 기록하며 3년 만에 리딩금융으로 복귀한 신한금융지주(
신한지주(055550))의 은행 의존도는 64.1%였다. 전년(60.1%)에 비해 3.0%p 증가했으나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서는 가장 낮은 의존도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이 3조450억원의(비지배기준으로는 2조9740억원) 당기순이익을 올렸음에도 비지배기준으로 카드(7350억원, 15.8%), 증권(4120억원, 8.9%), 생명보험(4630억원, 10%) 등의 계열사가 고른 실적을 거두면서 은행 의존도를 낮출 수 있었다.
이어
KB금융(105560)지주도 재작년 58.7%였던 은행 의존도가 지난해 68.1%로 9.4%p 오르기는 했으나 KB국민은행이 2조99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는 동안 KB손해보험(5576억원, 12.6%), KB국민카드(3785억원, 8.6%) 등의 계열사가 힘을 보태면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우리금융지주 (사진=장용준 기자)
지난해 우리금융지주가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주요인은 '이자이익'의 힘이었다. 잇단 기준금리 인상과 기업 중심 대출 증가 등으로 우리금융지주가 작년 한 해에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8조6965억원으로 전년(6조9857억원)에 비해 24.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의 이자이익이 7조4177억원에 달했는데, 이 또한 전년도(5조9220억원)보다 25.2% 늘어난 수치다. 이는 우리은행의 이자이익이 곧 우리금융의 곳간을 지탱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제는 올해엔 은행들의 성장세가 정체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월과 2월 연이어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데 이어 오는 4월에도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전과 같은 급격한 대출금리 인상이 주춤해져 거침없던 은행의 대출 실적도 정체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은행 의존도가 가장 높은 우리금융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바로 이런 이유다. 임종룡 회장 취임으로 새로운 선장을 맞이하게 된 우리금융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증권사와 보험사 등의 비은행 강화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명실상부한 4대 금융지주로서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최근 우리금융의 비은행 강화를 위한 행보로는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 완료가 손꼽힌다. 우리금융은 지난 23일 지분취득에 따라 우리벤처파트너스를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공시하고, 주주총회에서 정관개정을 통해 '다올인베스트먼트 주식회사'에서 '우리벤처파트너스 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했다. 편입 후 소유주식 비율은 52%(5200만주)로, 지분 52%에 대한 매매금액은 2125억원이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 수는 15곳으로 증가했다.
이제 업계의 관심은 우리금융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의 마지막 퍼즐이랄 수 있는 '증권사' 인수로 쏠린다. 4대 금융지주 중 증권사를 보유하지 않은 유일한 지주사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온 우리금융이지만 계열사이자 국내 유일 전업종합금융사인 우리종합금융의 증권업 라이선스 획득을 통한 증권사 운영은 사실상 지워진 시나리오가 됐다.
새로운 선장과 함께 증권사 M&A 시나리오가 가동될 전망이다. 임 회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NH투자증권 인수 경험이 있는 데다 지난 7일 내정자 신분으로 인사교체와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미래사업추진부문'을 신설하는 강수를 뒀다는 점이 또 하나의 시그널로 여겨진다. 금융지주 조직을 슬림화·정예화하면서도 증권사 인수 등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개편이라는 이유를 밝힌 만큼 우리금융의 증권사 M&A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우리금융이 리테일 부문에 강점을 보인 유안타증권이나 동양생명, KDB생명, ABL생명 가운데 한 곳을 인수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증권사 인수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면서 "다만 어느 증권사를 인수할지는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용준 기자 cyongj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