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하나생명이 자본성증권을 대규모로 발행해 자본 확충에 나선다.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에 따라 나타날 변화에 대비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생명은 앞서 신지급여력제도(K-ICS) 경과조치에서도 모든 종류를 신청했던 보험사다.
20일 하나생명은 수시공시를 통해 18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사모 방식으로 발행한다고 밝혔다. 청약·납입 예정일은 오는 30일이며, 인수기관은 발행사의 지주사인
하나금융지주(086790)다.
이자율은 국고채 5년물 이율에 2.4%p 내외를 가산한 수준에서 결정된다. 이자 지급은 매 3개월마다 연간 이자의 4분의 1씩 분할 후급하는 방식이다. 만기는 2053년 3월30일로 5년 콜옵션이 부여된다.
자금조달 목적은 재무건전성 제고며, 용도는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 하나생명 관계자는 “재무건전성 확보를 통해 중장기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지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하나생명은 지난해 기준 자산 규모가 5조8765억원으로 부채가 5조6621억원, 자본이 2144억원이다. 전기말 대비 자산은 181억원 늘었지만 자본은 48.4%(2010억원) 줄었다.
부채도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과 달리 기존 회계 체계서는 자산만 시가 평가했기 때문인데,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발생한 채권 평가이익 손실분이 자산에만 반영된 결과다. 이는 자본 항목인 기타포괄손익누계액에 계상된다.
IFRS17에서는 왜곡된 부분이 해소되면서 재무상태를 온전히 나타낼 수 있게 된다. 하나생명은 IFRS17을 적용하면 지난해 기준 재무상태가 자산이 1724억원 줄어드는 반면 부채가 3043억원 감소한다. 자본이 기존보다 1319억원 늘어나는 셈이다.
다만 새 회계제도 효과로 자본총계(3463억원)가 증가해도 전기말인 4154억원보다는 여전히 적은 수치다. 작년 연결 당기순이익도 101억원으로 전년도 243억원 대비 감소해 수익성도 부진하다.
신지급여력제도인 K-ICS 비율 올리기 역시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하나생명은 K-ICS 비율 도입 이전 지급여력제도인 RBC 비율이 지난해 기준 186.3%다.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넘어서고 있지만 금융시장 환경 변화나 새 제도에서의 변동성을 고려해 관리가 요구된다.
하나생명은 K-ICS 경과조치(제도 변화를 점진적으로 인식)를 신청한 보험사 중 하나인데, 종류별로 가용자본과 요구자본(보험리스크, 주식리스크, 금리리스크) 모두 신청했다. 지급여력비율은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으로 나타낸다.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는 총 19곳인데 그중에서 가용자본과 요구자본 모두 조치를 신청한 보험사는 하나생명을 포함해 3곳뿐이다. 이들 보험사는 K-ICS 비율 하락 방어가 그만큼 중요한 과제로 놓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자기자본 대비 대규모로 자본을 확충한 만큼 하나생명은 K-ICS 비율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는 아직 K-ICS 비율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은데 상장사 중심으로 일부 공개되고 있다. 업계 전반적으로 정확한 수치는 3월 말 결산 이후 확정될 것으로 언급된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