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예진 기자]
풀무원(017810)이 재무건전성에 위험신호가 켜졌다. 미국 내 시설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원자재가 급등 여파로 실적이 하락하면서 자금부담이 심화되고 있는 탓이다. 실적 악화와 늘어나는 빚에 현금 곳간이 비니 외부에서 현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인해 향후 자금조달 상황도 악화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풀무원USA 풀러튼 공장 전경. (사진=풀무원)
20일 풀무원에 따르면 올해도 공격적인 생산라인 투자가 이어질 예정이다. 올 하반기까지 499억원 규모의 미국 서부 길로이 생면공장을 준공할 계획이다. 추가로 미국 동부 아이어 두부공장 증설을 계획 중이다.
두부공장과 생면공장 증축을 위해 풀무원은 2021년부터 3~5년간 최대 약 1000억원 규모의 비용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중장기적인 기간을 두고 투자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지난해부터 계열사 전반적인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 최근 고환율·고금리 등으로 인해 금융시장이 악화되면서 자금조달 시 어려움도 늘고 있다.
앞서 풀무원은 미국 내 두부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지난 2020년부터 생산라인 확장을 위한 투자를 진행해왔다. 지난 2021년에는 400억원을 들여 미국 서부 풀러튼 두부공장을 준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풀무원의 자본적지출(CAPEX) 역시 확대되고 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풀무원의 자본적지출은 2020년 1419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앞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지출액인 1036억원 대비 380억원 이상 많은 금액이다. 이후 2021년에는 700억원 이상 확대된 2143억원, 2022년에는 3분기까지만 1155억원이 투입됐다.
여기에 지난해 11월에는 아사히코 지분 100% 확보를 위해 566억원을 투자하면서 지난해 총 자본적 지출은 최소 1721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자본적지출 증가와 비경제적 자금수요 등은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NICE신용평가에서 제공되는 요약재무부표를 살펴보면 풀무원의 조정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플러스(+)였으나 1000억원이 넘는 자본적지출로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지속해왔다. 일반적으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이면 외부에서의 자본조달 필요성이 커진다고 해석된다. 다만 풀무원측은 추가적인 자금조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문제는 지난해 실적이다. 수익성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예년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악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풀무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공시한 지난해 영업이익은 직전연도(385억원) 대비 31.6% 감소한 263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고물가와 고금리·고환율 상황으로 인한 영업외비용이 증가하면서 –42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미 차입금으로 인한 부채가 과중한 상황에서 수익성 회복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대규모 시설투자가 이어지는 올해 관련 부담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풀무원의 부채비율은 단순계산 시 242.4%로 이미 안정성 기준인 200%를 훌쩍 넘어섰다. 이는 2021년(233.9%) 말 대비로도 약 8.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총차입금의존도 역시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48%에 달한다. 안정적으로 평가되는 30% 기준선을 웃돌며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현금창출력 개선이 절실하지만 일각에서는 즉각적인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금리·고환율로 인한 자금조달이 어려운 시장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현지 시장 내 치열한 경쟁, 공장 증설 이후 초기 가동 비용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지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시설가동 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하면 즉각적인 실적 반영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환율·고금리로 인해 차입금 부담은 점차 심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결정할 시 달러당 원화 환율과 한미 금리차가 다시금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 3분기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풀무원의 미 달러 부채는 838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외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0% 감소할 경우 당기순이익은 392억원 감소할 수 있다.
고금리 환경 내 차입금의 이자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풀무원의 1년 미만 단기 차입금은 4995억원으로 총 차입금 8220억원 가운데 60.8%를 차지하고 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금융비용(이자비용)은 270억원으로 전년동기(210억원) 대비 28.6% 증가했다. 차입금 이자율이 1% 상승할 때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익은 361억원 가량 감소할 수 있다.
풀무원 측은 하반기 생면공장 증설이 완료 후 가동이 시작되는 내년에는 턴어라운드(흑자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NICE신용평가에서 산출한 지난해 3분기 잉여현금흐름이 2021년(-958억원)의 3분의 1수준인 -382억원을 기록한 것을 근거로 현재 재무부담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풀무원은 <IB토마토>와 전화 통화에서 “지난해 400억원 들여 준공한 두부 공장에서 매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어 하반기 예정된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흑자전환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는 엔데믹(풍토병화)을 맞아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국내 시장 회복과 해외사업에서 미국 두부·아시안푸드의 매출 지속 성장, 중국 냉장면과 가정간편식(HMR)의 이원화 전략으로 추진, 국내외 사업 이익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