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하영 기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영향으로 배터리업계 이합집산이 올초부터 심화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006400)와 제너럴모터스(GM)의 조인트벤처(JV)도 이미 1달 전에 예견됐다는 평가다.
(사진=삼성SDI)
6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와 GM은 오는 8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미시간주에서 연산 30∼50기가와트시(GWh) 규모 합작공장 건설을 위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업무협약(MOU)을 맺을 전망이다. 총 투자금액은 3조∼5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비해 북미에 경쟁적으로 공장을 건설하는 가운데 삼성SDI의 미국 내 합작공장 추진은 지난해 4월 스텔란티스 이후 두 번째다.
삼성SDI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업계는 GM과의 JV 설립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GM은 지난달 1일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사 전기차 플랫폼인 얼티엄에 각형·원통형 등의 배터리도 적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메리 배라 GM CEO는 컨퍼런스콜에서 “얼티엄 플랫폼은 각형, 원통형, 파우치형 배터리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며 “모든 배터리 규격을 고려해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각형·원통형은 삼성SDI의 주력 배터리 제품으로 배터리업계에서는 GM과 협력 가능성이 강력히 제기됐다. 당시 배터리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이어왔던 LG엔솔과 GM의 불화설도 흘러나왔다. 지난 1월말부터 GM이 미국 내 얼티엄셀즈(LG엔솔-GM 배터리 JV) 4공장 건립에서 양사 협력 관계가 틀어졌다는 주장이다.
LG엔솔이 최근 고객사 다각화에 나선 점도 업계에서 삼성SDI와 GM의 JV를 확신하는 이유다. LG엔솔은 지난달 22일 포드-코치(튀르키예 최고 기업)와의 3자합작 튀르키예 배터리 공장설립 MOU 체결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이는 SK온이 포함된 기존 MOU를 깨고 진행돼 화제를 모았다. LG엔솔은 최근 토요타와도 미국 내 배터리 합작공장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배터리사는 매출 불안과 완성차업계의 배터리 내재화 등 불안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고객사 다각화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LG엔솔이 기존 고객인 GM대신 새 고객인 포드와 토요타에 손을 뻗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삼성SDI의 양극재 공급계약이 GM과의 협업을 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SDI는 지난 1월 포스코케미칼과 체결한 10년간 40조원 규모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해당 계약은 양극재 연산 6만톤을 조달받아 배터리 셀 기준 50GWh 규모 대응 가능하다”며 “삼성SDI의 스텔란티스 합작 생산능력이 23GWh로 GM과 합작 추진을 위해 선점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SDI는 자금력과 기술력 측면에서 향후 완성차업계와 안정적인 JV 가능성이 높다”며 “생산성이 높은 4680(지름 46㎜×높이 80㎜) 원통형 배터리의 본격적인 생산을 앞둔 점도 완성차업계 러브콜을 받는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4680배터리는 대형사이즈로 에너지 밀도와 생산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어 전기차업계 1위 테슬라가 탑재를 공언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 천안 공장에 4680배터리 파일럿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1분기부터 시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