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ABL생명이 보험업계 새 회계기준인 IFRS17 전환으로 건전성 지표 개선에 비상이 걸렸다. 지급여력 지표가 기존 RBC체계에서보다 K-ICS 비율 적용시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 탓이다. ABL생명은 이에 대응해 다각적인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에 개선을 이루기는 쉽지 않은 모양새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경과조치 신청과 적용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은 신 지급여력제도인 K-ICS 비율이 기존의 RBC 체계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보험사 중 하나로 언급된다. 지급여력제도는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을 충실히 지급할 수 있도록 추가자본을 보유하도록 하는 규제다. ABL생명의 경우 보험부채 구조나 자본여력 측면에서 새로운 제도에 대한 대응력이 비교적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ABL생명은 보험부채의 평균 부리이율이 4.2%(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수준으로 IFRS17 전환 시 손실계약 비중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보험사의 적립이율 추이는 △2018년 4.38% △2019년 4.22% △2020 3.99% △2021년 3.91% 등으로 높게 나타난다. 그만큼 금리리스크가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진=ABL생명)
보험영업 포트폴리오 역시 저축성보험 위주로 구성되면서 보험계약마진(CSM) 확보도 쉽지 않다. 수입보험료 기준 저축성보험 비중은 △2018년 41.5% △2019년 45.0% △2020년 52.1% △2021년 40.7% △2022년 9월 32.5%로 확인된다. 과거 모회사인 알리안츠 그룹의 상품 구조를 활용한 영향으로 저축성보험과 변액보험(특별계정)에 특화된 영업 전략을 갖췄다. 다만 IFRS17에서 저축요소는 보험영업수익 상당액이 제외된다.
이에 따라 ABL생명은 IFRS17 전환 이후 지급여력비율 수치가 기존보다 오히려 떨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관련
한국기업평가(034950)는 “ABL생명의 신제도 대응력은 미흡하다. K-ICS 비율도 RBC비율을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K-ICS 비율은 경쟁사 대비 열위에 위치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ABL생명의 지난해 RBC비율은 △1분기 191.8% △2분기 210.3% △3분기 215.1%로 양호한 모습을 나타냈다. 반면 K-ICS 체계는 부채평가를 완전 현재가치 방식으로 변경하고, 보다 다양한 위험을 반영하며 측정 수준을 강화한다. 기본적으로 기준 자체가 강화되는 상황인데 여기에 ABL생명의 특수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부진 전망이 나오게 된 것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K-ICS 비율은 아직 결정된 것이 아니고 실제로 수치가 나와봐야 알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추정해 볼 수 있는 것들을 감안해서 보면 그렇게 나온다는 것인데, 보험부채 부리이율 등이 상대적으로 높으면 전환할 때 K-ICS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ABL생명은 (부리이율이) 다른 보험사 대비 높은 편이라 언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ABL생명은 자본적정성 관리를 위해 고위험자산 매각, 저축보험 일시납 확대를 통한 듀레이션갭 관리, 자본성증권 발행 등 다양한 전략으로 대응 중이다. 지난해 9월 63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 이어 오는 3월 1200억원 상당의 추가 발행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과조치 신청과 적용 여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경과조치는 금리가 급격히 오른 상황에서 IFRS17을 도입함에 따라 발생 가능한 재무적 변동성을 고려, 금융당국이 사전에 마련한 제도 연착륙 장치다. 이는 책임준비금 증가분 또는 신규 보험위험 중 하나를 한번에 인식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적용하도록 허용한다.
경과조치를 적용하면 K-ICS 비율은 크게 상승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BL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경과조치 적용 관련해서는 확인되는 바가 없다. K-ICS 비율도 공시를 바로 하는 것이 아니어서 지금은 그 과정 속에 있다”라며 “K-ICS 비율은 당국 일정에 맞춰 공시를 준비하고 있다.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하는 것도 K-ICS 비율 개선을 위한 과정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