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노제욱 기자] SK에코플랜트가 '환경·에너지기업'으로의 전환에 성공하며 재도약에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굵직한 환경기업들을 연달아 품고 관련 매출이 본격화된데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입을 추진하며 경기침체에도 높은 경기대응력을 보이는 상황이다. SK에코플랜트의 탈바꿈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기대보다 큰 주문으로 이어지는 등 자본시장에서도 빛을 발하며 기업가치가 재평가를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환경부문 매출액은 5257억원이다. 3개 분기 만에 이미 전년 매출액(4408억원)을 뛰어넘은 것이다.
SK에코플랜트가 환경부문에서 본격적으로 실적을 내면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환경부문의 매출 비중은 10.7%로 전년 동기 6.7%에서 상승했다. 에너지부문까지 합하면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에서 17%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건축·주택부문의 비중은 32.7%에서 24.1%로 대폭 축소됐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환경·에너지부문의 매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며 "지난해 총 매출 기준으로는 환경·에너지부문의 비중이 20%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사진=한국신용평가)
SK에코플랜트는 약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 다수의 수처리 및 폐기물 처리업체를 보유한 국내 최대의 종합환경플랫폼업체인 'EMC홀딩스'(현 환경시설관리)를 지난 2020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환경사업에 진출했다.
이어서 2021년 새한환경, 대원그린에너지 등 총 9개의 폐기물 관련 업체를 인수하고, 지난해에도 TES(싱가포르), 제이에이그린 등을 품으면서 해당 분야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키워나갔다. 이에 따라 현재 SK에코플랜트는 국내에서 선두 지위를 갖고 있다. 수처리 부문 1위를 비롯해 폐기물 일반소각시장과 의료소각시장에서 각각 1, 2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20년부터 약 3년간 SK에코플랜트가 환경부문에 투자한 금액만 1조6848억원에 달한다. 이외에 연료전지, 해상풍력 등 에너지부문에 투입한 금액까지 합하면 총 2조8601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다음 달 수소연료전지 기업인 블룸에너지에 대한 4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도 예정돼 있다.
환경부문의 경우 진입장벽이 높지만, 성공적으로 다수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문의 진입장벽이 높은 이유는 소각장 등 폐기물 처리 시설이 대표적인 '님비(NIMBY)시설'로 꼽혀 주민들의 반대가 강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반대를 뚫고 정부나 지자체의 인허가를 받기 쉽지 않다. 그래서 기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는데,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재무 여력을 갖춰야 가능하다.
진입이 어려운 대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실적 등락이 큰 건설부문의 사업 변동성을 환경부문이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최근 건설 경기 침체가 본격화됨에 따라 건설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져 SK에코플랜트의 선제적인 탈바꿈이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이는 최근 SK에코플랜트가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미분양 주택이 7만호에 육박하고, 올해 청약에 나선 단지들도 잇따라 흥행에 '참패'하면서 건설사가 발행하는 회사채에 대한 관심은 식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A 건설사가 2500억원 규모 회사채의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응찰 규모는 400억원에 그쳤다. 그룹 내 계열사의 보증을 통해 회사채 신용등급을 올렸음에도 흥행에 실패한 것이다. 다른 건설사들도 주문량이 적어 미매각이 발생할 뻔한 경우가 많았지만, 산업은행 등이 들어오면서 간신히 '완판'했다.
그러나 SK에코플랜트의 결과는 달랐다. 1000억원 모집에 총 508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SK에코플랜트가 환경·에너지기업으로 변모함에 따라 건설산업의 불확실성에 대한 영향을 덜 받아 흥행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은기
삼성증권(016360) 수석연구원은 "SK에코플랜트는 환경·에너지기업으로의 전환에 나섬에 따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라며 "타 건설사 대비 사업 불확실성이 적어 수요예측에서 흥행한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에 대한 시선은 이제 IPO로 옮겨지고 있다. 하지만 기대감 속에도 명확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장 침체에 '대어급' 주자들이 줄줄이 상장을 중단하면서 분위기가 차갑게 식은 상황이다. 시장이 회복돼야 SK에코플랜트도 상장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SK에코플랜트는 이제 건설기업에서 환경·에너지기업으로 전환해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구축했다"라며 "상장은 여전히 추진 중인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시점을 정하지는 않았고, 국내외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