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롯데손해보험(000400)이 다시 적자 전환한 가운데 지난해 실적에 반영한 자산평가손실 규모가 1600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급격하게 변동하면서 발생한 손실을 일시에 인식한 것인데 그만큼 순이익 저하로 이어졌다. 올해 들어 금리 안정화 추세로 일부 환입이 이뤄졌지만 투자손익 변동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모양새다.
23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지난해 당기순익에 영향을 미친 자산평가손실 규모가 1603억원이다. 금리와 연관된 평가손실이 1177억원이고 금리 외 사유는 426억원으로 확인된다. 금리 관련은 구조화채권 등에서 845억원, 대체투자에서 332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금리 외 부문은 대체투자 요인이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잠정 순이익이 –628억원으로 2년 만에 다시 적자 전환했다. 특히 4분기에만 순이익 손실 규모가 1230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1596억원이다. 4분기 전까지는 분기 순이익이 △1분기 228억원 △2분기 247억원 △3분기 127억원으로 일정 규모를 유지했던 상황이다.
자산평가손실을 4분기에 일시 인식하면서 순이익이 쪼그라들었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는 대규모 운용자산을 국공채 등 채권에 투자하는데, 금리가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평가손실을 자본 항목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에 반영한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대다수 보험사의 자본총계가 크게 하락했던 이유다. 이는 당기손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 롯데손보는 금융자산에 대한 회계기준인 IFRS9(올해 IFRS17 도입과 함께 적용)을 조기에 적용하고 있는데, IFRS9에서는 기존의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 △매도가능금융자산 △만기보유금융자산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PL)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FVOCI) △상각후원가측정금융자산(AC)으로 재분류된다.
IFRS9이 적용되면 기존의 매도가능증권 가운데 수익증권 상당 부분이 FVPL로 분류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FVPL 비중이 확대되면 그만큼 투자영업 손익의 변동성이 커지게 된다.
롯데손보처럼 일부 보험사가 IFRS9을 조기 시행하고 있지만 이 경우도 당기손익조정접근법에 따라 기존에 기타포괄손익으로 인식했던 부분을 계속 유지, 손익 관점에선 실질적으로 IFRS9을 적용하지 않던 상황이다. 다만 이러한 사항이 특별계정(퇴직연금)에는 불가하다. 퇴직연금 자산에 대한 평가손실은 기타포괄손익이 아닌 당기순익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롯데손보는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퇴직연금 사업을 확대했는데 작년 9월 말 기준 특별계정 자산이 9.2조원으로 총 자산의 49%를 차지하는 등 관련 사업의 중요도가 매우 높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에 영향을 미쳤던 자산평가손실이 바로 FVPL 항목인데 이를 계정별로 구분하면 일반계정 395억원, 특별계정 1208억원이다.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IFRS9을 조기 적용하더라도 현재는 과도기 시점이기 때문에 첫 회 연도는 당기손익접근법을 적용해서 기타포괄손익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퇴직연금 계정은 이러한 선택이 불가하다”라면서 “일반계정 손실(395억원)의 경우 파생상품이나 본래(IFRS9 적용 이전에도) 당기손익으로 인식하던 것들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롯데손해보험)
자산평가손실 중에서도 금리와 연관됐던 부분은 올해 금리 안정화가 나타나면서 많은 부분이 환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지민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자산평가손실 약 70%는 급격한 금리 변동성 확대가 원인으로 올해는 비교적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면서 “구조화채권 등에서 금리상승으로 인한 평가손실은 지난 1월 금리 안정으로 대부분(709억원) 환입됐다”라고 진단했다.
롯데손보는 2022년 결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FVPL 자산의 일시적·일회성 손실 인식은 급격한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것”이라며 “시장금리가 정상화되면 평가손실은 대부분 회복될 것으로 관측한다. 해당 자산의 대부분은 만기 시 원금이 보장되는 자산이다”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는 자산평가손실을 4분기에 일시 인식하지 않고 연중 전반에 걸쳐 안분 인식함으로써 자산평가 관련 손익변동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변동성을 완화해도 퇴직연금 규모와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높은 상태기 때문에 관련 익스포저는 여전히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 시기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던 대체투자 역시 이번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으며 추가 손실 가능성도 존재한다.
롯데손보 측은 “보장성보험으로 보험업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채권 중심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개선해 새로운 회계 기준에 적합한 사업구조를 확보했다”라면서 “FVPL 자산의 손실 인식이나,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며 발생한 비용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흑자다”라고 강조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