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은주성 기자]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순항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그룹 계열사 대부분이 부진한 실적을 거둔 가운데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큰 폭의 실적 성장세를 보이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금융지주(071050)는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을 설립하고 유상증자 및 지분매입을 통해 지배력을 확대하면서 힘을 실어줬는데 호실적을 통해 기대에 걸맞은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2022년 별도기준 16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2021년과 비교해 316.5% 증가한 수치다.
한국투자금융지주 본사. (사진=한국투자금융지주)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설립 첫 해인 2019년에 51억원, 2020년 7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를 이어갔다. 이후 2021년 43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 실적이 크게 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신탁보수 수익은 294억원으로 2021년(158억원) 대비 86% 증가했다. 특히 토지신탁보수가 236억원을 기록해 2021년(103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기존 주력사업인 관리형 토지신탁 수탁고가 크게 늘었고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을 본격화한 이후 수주성과를 내면서 수익성이 향상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이 한국투자금융지주 전체 실적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다. 그럼에도 한국투자금융그룹 내 계열사들의 실적이 대부분 급감한 반면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의 실적이 크게 증가하면서 두각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해 한국금융지주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6728억원으로 2021년보다 61.9% 줄었다. 한국투자증권(-52.9%), 한국투자신탁운용(-6.0%), 한국투자저축은행(-29.4%),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16.7%) 등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반면 지난해 순이익 규모가 2021년보다 증가한 계열사는 한국투자부동산신탁(316.5%)과 한국투자캐피탈(26.7%) 뿐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순이익도 2만4394% 증가했지만
카카오뱅크(323410) 지분매각 처분이익을 제외하면 138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수익다각화 차원에서 2019년 5월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을 설립했고 같은해 10월 금융당국 인가를 받으면서 부동산신탁업에 진출했다. 당시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수년 내 업계 상위권으로 성장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기대를 받았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 설립에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 59.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현대해상(9.9%), 우리은행(9.9%), 카카오페이(9.9%), 다방을 운영하는 미디어월(9.9%), 핀테크 기업 피노텍(0.5%) 등 다양한 분야 기업들이 주주로 참여했다.
이후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2021년 리츠사업, 차입형 토지신탁사업 진출 등 사업영역 확장을 위해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해상을 제외한 기존 주주들이 각각의 이유로 신주 인수를 포기했지만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약 1351억원을 투입해 실권주를 모두 인수하면서 자본규모 확대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분율도 82.6%로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페이, 미디어월, 피노텍이 보유한 한국투자부동산신탁 지분을 모두 매입하기도 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분율을 87.6%로 높이면서 지배력을 더욱 확대했는데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이 호실적을 거두면서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셈이다.
재무안정성도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리스크가 큰 차입형 부동산신탁사업 본격화 등으로 총위험액이 증가하면서 NCR(영업용순자본비율)이 2019년 말 3747.95%에서 2020년 말 2049.66%, 2021년 말 2068.99%, 2022년 말 1766%로 낮아졌다. 다만 부동산신탁사 평균 NCR(2020년 말 850%, 2021년 말 692%)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리 상승과 부동산 업황둔화 지속 등으로 올해 부동산신탁사들의 실적과 재무안정성이 저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리스크 관리를 중시함과 동시에 신상품 개발과 신사업 진출 등을 통해 수익원을 늘리고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 관계자는 <IB토마토>에 "2023년에도 부동산 시장의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겠지만 리스크 관리와 기존 사업 관리를 중요시하면서 동시에 차입형 상품 개발과 신사업 진출 등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