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수현 기자]
현대중공업(329180)그룹의 주력 계열사 현대오일뱅크가 2년여 만에 회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올해 들어 ‘연초 효과’로 AA급 우량채에 온기가 돌면서 현대오일뱅크도 회사채 발행으로 눈을 돌린 모습이다.
현대오일뱅크. (사진=현대오일뱅크)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8일 1500억원 규모의 공모 무보증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2년물 400억원, 3년물 700억원, 5년물 400억원으로 나눠 발행하는 방식이다. 신용평가업계는 이들 사채의 신용등급을 AA-로 평가했다.
이번 회사채 공모 희망금리는 청약일 1영업일 전 민간채권평가회사 4곳(한국자산평가, 키스채권평가, 나이스피앤아이, 에프앤자산평가)에서 제공하는 현대오일뱅크 2·3·5년 만기 회사채 개별민평 수익률의 평균에 –0.3%p~+0.3%p를 가산한 금리가 제시됐다.
기준 민간채권평가회사 4곳이 평가한 현대오일뱅크 회사채의 개별민평 수익률 평균은 2년물 4.073%, 3년물 4.178%, 5년물 4.517%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일 수요예측을 진행해 발행 규모와 확정 이자율, 발행수익률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발행 규모는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가 이번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은 지난 2021년 1월 이후 2년1개월 만이다. 그동안 회사는 유가와 정제마진 급등, 휘발유 블렌딩용 수요 증가 등으로 현금창출력이 좋아진 데다 금리 인상으로 채권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한 번도 공모채를 발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우량채들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는 등 시장 전망이 개선되자 공모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조달한 자금을 채무상환 800억원, 운영자금 700억원으로 각각 활용할 계획이다. 회사는 오는 26일 8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연이자율은 1.486%다. 운영자금은 원유구입대금으로 쓴다. 결제일은 3월7일이다.
현대오일뱅크 자금 사용목적. (사진=증권신고서)
시장은 현대오일뱅크의 수요예측이 흥행한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 초 회사채 시장에 회사채 시장에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어 AA급인 현대오일뱅크는 어렵지 않게 자금조달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올해 들어 발행된 회사채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62% 증가한 13조8000억원에 달한다. 현대오일뱅크와 신용등급이 동일한
LG이노텍(011070)(AA-)은 2000억원 발행에 트랜치별로 수요가 12~17배까지 모집됐으며,
호텔신라(008770)(AA-)도 7배 넘게 응찰했다. 아울러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인
HD현대(267250)(A0)도 수요예측에서 10배 넘는 수요가 모집됐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기업실적과 등급 하락에 대한 경계감은 있지만, 작년 말 보다 경기침체 우려가 크게 완화됐다”라며 “무엇보다 가격적 측면에서 접근해 볼 때 적극적 매수로 대응할 시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