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각자 대표 선임…M&A·신사업 도맡아다토즈 우회 지배력 취득…장내매수로 1.51% 확보계열사 BW 투자로 승계 재원 마련…투자 유치까지
최근 산업계에서는 창업주의 자녀인 오너 2세가 경영 일선에 잇따라 등장하며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새로운 수장의 주도로 사업 다각화와 신사업 진출 및 인수·합병(M&A)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오너가 2세의 지분 매집 과정과 경영성과 및 향후 과제에 대해 짚어봤다.(편집자 주)
[IB토마토 윤아름 기자] 김연수
한글과컴퓨터(030520)(한컴) 대표가 경영 일선에 나서며 안팎으로 지배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21년 각자 대표로 선임된 김연수 대표는 취임 전후 가족회사인 다토즈를 활용하는 한편, 장내 매수를 통해서도 직·간접적으로 지분을 취득하고 있다. 계열사 BW(신주인수권부사채) 투자로 승계 재원을 마련한 김 대표는 투자 수완을 활용해 M&A와 신사업을 도맡아 한컴의 미래전략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연수 대표의 지난해 3분기 기준 한컴 지분율은 1.51%(37만9699주)로 집계됐다. 김 대표는 2021년 다토즈의 특수목적법인(SPC)인 HCIH를 통해 500억원 규모로 지분 9.4%를 인수하며 지배력을 키우기 시작했고, 지난해 6~9월 수차례 장내 매수를 단행하며 한컴 지분을 확보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06년 한컴 계열사인
위지트(036090)로 입사한 뒤 한컴그룹의 M&A와 신사업을 도맡았다. 창업주인 김상철 회장은 장녀인 김연수 대표, 차남 김성준 씨를 슬하에 자녀로 두고 있지만, 김 대표 홀로 일찌감치 한컴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았다. 이후 김 대표는 2015년 유럽 PDF솔루션 기업 아이텍스트(iText)를 인수를 주도했고, 2018년 크레센도에 매각하면서 투자 차익을 거두며 능력을 인정 받았다.
이외에도 한컴MDS, 한컴인스페이스, 한컴케어링크, 한컴프론티스 인수 등 한컴그룹 M&A를 도맡았다.또 아마존웹서비스(AWS),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035720),
NHN(181710) 등과 전략적 파트너쉽을 주도하며 외연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AWS를 통해서는 해외 클라우드 시장 진출을 주도하고, 국내에서도 한컴 그룹의 클라우드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했다.
김 대표는 2021년 8월 각자 대표로 선임되며 한컴을 본격적으로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대표 선임 전후로 한컴의 지분을 우회적, 직접적으로 취득하며 경영권을 강화했다. 우선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다토즈를 통해 SPC를 세웠고, 이를 통해 500억원 상당을 들여 2021년 5월 한컴 지분(9.4%)을 인수했다. 해당 지분 인수로 HCIH는 한컴의 2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게 됐다. 김연수 대표가 자체적으로 장내 매수한 금액 또한 약 65억원 규모에 달한다.
김 대표는 외부 투자를 받아 계열사로부터 우회적으로 지배력을 키우고, 자체적인 자금을 활용해 직접 지분 또한 확보했다. 다토즈를 통해 HCIH를 신규 설립하고, 외부 IR을 벌여 투자금을 유치했다. 다토즈를 통한 지배력 확보 과정에선 김상철 부부의 지원도 한몫했다. 김상철 회장과 아내인 김정실 사내이사는 보유하고 있던 한컴 지분을 다토즈에 전량 매각 했다. 다토즈는 HCIH를 통해 김 회장 부부의 지분과 한컴 계열사인 캐피탈익스프레스가 보유하고 있던 한컴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자사주 매입 재원은 과거 김 대표가 계열사 BW 투자로 벌어 들인 자금이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상무로 재직하던 2019년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활용해 승계 자금을 마련했다. 2013년 한컴시큐어(한컴위드의 전 사명)가 발행한 200억원 규모의 BW 중 김 대표는 가장 많은 50억원 규모를 확보했다. 발행이 금지되기 직전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취득한 김 대표가 당시 BW 전량을 행사하면서 약 16억원의 평가이익을 얻었다. 또 2019년 한컴유니맥스 매각 당시 갖고 있던 BW 워런트를 함께 팔았다. 한컴MDS가 한컴유니맥스 경영권 지분을 미래에프앤지 컨소시엄에 팔기로 했고, 김연수 대표 또한 해당 거래에서 BW를 처분하며 20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한글과컴퓨터 김연수 각자 대표(사진=한글과컴퓨터)
김 대표는 취임 이후에도 투자 수완을 살려 신사업과 M&A를 주도하고 있다. 현재 적극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에 나서고 있는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한컴MDS를 포함한 12개의 계열사 지분을 총 950억원에 매각해 기 보유 현금성 자산을 포함해 실질적으로 12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김 대표는 향후 한컴의 지속적인 성장과 시너지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한 투자 및 인수, 파트너 발굴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클라우드 AI(인공지능) 기반 서비스 중심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오피스SW에 집중한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글로벌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시장 진출과 메타버스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김 대표 취임 이후 한컴은 지난해 9월 말 한컴오피스의 구독형 서비스 ‘한컴독스’ 출시를 통해 SaaS 중심의 클라우드 사업을 본격화했고, 오피스SW 기술을 활용한 올인원 전자계약 솔루션 ‘한컴싸인’을 출시했다. 이밖에도 한컴오피스의 기술을 기능별로 모듈화한 API(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와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 확산을 통해 인공지능 기반의 SW 및 서비스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김 대표는 일반적인 승계에서 취하는 자산의 포괄적 승계가 아니라 김상철 회장과 김정실 사내이사, 한컴의 계열사인 캐피탈익스프레스가 보유한 한컴의 지분 9.89%을 미래가치를 반영해 총 500억원에 매수하며 독립적인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입증했다”라며 “최근 갑작스러운 투자 환경 악화에 따라 김 대표는 주가 안정 및 변동성에 대비해 7년 만에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을 단행했으며, 개인적으로도 지속적인 자사주 취득을 통해 경영권 안정과 신사업을 통한 미래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