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노제욱 기자]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7만호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에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본격 접어들면서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당분간 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이러한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국토교통부)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총 6만8107호로 집계됐으며, 전월 대비 1만80호 늘어나 1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위험선'으로 언급했던 6만2000호를 훌쩍 넘어섰다.
이는 지난 2013년 8월(6만8119호) 이후 9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 2021년 12월만 해도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1만7710호에 불과했지만, 금리인상과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1년 새 무려 284.6%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1만1035호로 전월 대비 6.4%(662호) 증가했으며, 지방은 5만7072호로 전월 대비 19.8%(9418호) 늘어나 증가 폭이 더 컸다. 지방 중에서도 광주가 161호에서 291호로 늘어나며 가장 큰 증가 폭(80.7%)을 기록했으나, 세종 다음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은 미분양 주택 수여서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구는 1만3445호로 전월 대비 14.9% 증가하며,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주택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는 1699호에서 1676호로 1.4% 소폭 감소하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미분양 주택 수가 줄어들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증가했다. 전국 7518호를 기록해 전월 대비 5.7%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반대로 수도권(1292호)이 22.9% 증가해, 2.8% 불어난 지방(6226호)보다 증가 폭이 더 컸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요 원인으로 급격한 금리인상을 꼽는다. 지난해 1월 한국 중앙은행 기준금리는 1.25%였지만 한국은행의 사상 첫 일곱 차례 연속 인상 결정에 따라 올해 1월 3.50%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주택 수요자들이 불어난 대출 이자 부담에 선뜻 매수에 나서지 못하는 양상이 이어졌다.
기존 주택들의 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고분양가를 책정한 점도 미분양 발생의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서울 강북에서 분양에 돌입한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격이 9억~10억원대로 책정됐다. 그러나 인근 단지의 같은 평형대가 7억원에 거래되면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아 서울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선착순 계약을 진행 중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고금리로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에 더불어 높은 분양가가 현재 미분양 물량이 쌓인 대표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다"라며 "정부가 미분양 물량을 줄이기 위해 추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지만,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 회복이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여 미분양 물량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